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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2 러시아의 보복타격과 그 의미 그리고 유럽의 에너지난 >국제정치 2022. 10. 12. 09:01
예상한대로 러시아는 키에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12개 도시에 강력한 폭격을 감행했다. 이번 폭격에는 미사일과 드론 등 가용한 수단이 모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이번 폭격은 전쟁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이번이 1차 에피소드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폭격은 전쟁의 성격은 물론 향후 전개과정까지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내용을 크게 세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려 한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푸틴의 결정이다. 일반의 인식과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는 매우 침착하고 인내심있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특히 푸틴은 신속하거나 과감한 정책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서방의 선전선동으로 푸틴을 비이성적인 국가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푸틴은 매우 냉정했고 침착한 정책결정을 하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푸틴은 상대방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에서도 당시 우크라이나의 친러정권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대투입을 고려하고 있을때도 이에 반대했다. 2014년부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전까지 돈바스 지역의 친러세력들은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으로 1만4천명 이상 살상당했다. 러시아 내부에서 군사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직접개입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치군사지휘부의 내부결정 과정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을 제한한 것도 푸틴의 의사가 많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푸틴은 정보기관 출신답게 매우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하지만 신속한 행동은 주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푸틴이 이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일반의 인식과 많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푸틴은 무자비한 독재자라고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면 다무너져가는 러시아를 지금처럼 재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푸틴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평가부터 객관적으로 하는 것이 수순이라 하겠다.
푸틴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좌면우고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푸틴이 과감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쟁상황 전개과정이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러시아가 전쟁의 목적을 우크라이나 정권의 제거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러시아가 밝힌 전쟁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2.우크라이나군의 비군사화
3.돈바스지역 독립
이런 목표를 밝혔을때부터 필자는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합병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이나 합병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화라는 전쟁목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메드베제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전쟁목적을 공식적으로 바꾸었다고 해석하도록 한다.
러시아가 제시한 위의 3가지 전쟁목표는 최대 목표와 최소 목표를 다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을 개시할 때 러시아는 가능하면 우크라이나의 합병까지를 목표로 하되 그것이 불가능하면 돈바스 지역의 독립확인과 러시아 합병정도를 최소한의 목표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는 최대목표인 우크라이나 점령보다는 최소목표 달성을 주안으로 삼고 있었다. 군사작전의 범위도 돈바스 지역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크림대표 폭발사건은 러시아의 전쟁목표를 바꾸어 버렸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거를 발표한 것이다. 러시아군의 타격이 서부우크라이나 지역까지 광법위하게 이루어진 것은 전쟁목표의 확대와 일정부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공존을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러시아는 이번에 유럽을 간접적으로 탁겨하는 효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이번 타격에서 에너지 관련 시설을 타격했다.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전기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었다. 이번 시설파괴로 11일부터 유럽에 전기수출을 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EU는 이번 겨울 에너지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겪게 될 것이다. 유럽은 이번 우크라이나전의 가장 약한고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기수출을 차단함으로써 유럽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유럽이 버티지 못하면 우크라이나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미국도 원군없이 혼자서 우크라이나 전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을 수렁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 유럽의 가중된 에너지난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킬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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