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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약소국의 비극과 강대국의 흥정 그리고 한반도의 위기국제정치 2023. 10. 24. 11:47
앞으로 어떤 방식의 국제정치질서가 구축될 것인지는 이미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고려할때 가장 확실한 것은 미국의 영향력은 퇴조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중에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러시아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의 구축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국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냉전은 미국과 러시아간 제1차전이었고,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의 제2차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그동안 미국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상징하는 곳이다. 미국이 동유럽을 모두 장악하고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까지 손에 넣으려다가 러시아의 카운터 펀치를 맞은 것이다. 두번째는 아프리카지역이다. 아프리카는 미국과 서구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받고 있던 곳이다. 사헬지역의 군사 구데타는 미국과 서구의 영향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번째는 중동지역이다. 중동지역은 세계에너지를 장악하기 위해서 미국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네번째는 한반도다. 한반도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지역이다.
아마도 과거같았으면 이미 미국대 중러간에는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핵보유국간 전쟁을 할 수 없는 것이고 보니 양측의 핵심이익이 부딪치는 지역에서 국지전이 벌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고 하마스 사태이며,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군사 쿠데타다. 여기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한반도와 대만이다. 다른 지역은 모두 사단이 났는데 아직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다. 한반도는 이런 의미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일정수준이상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여전히 위험하다.
최근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한의 최선희를 만난자리에서 ‘한반도의 조건없는 안보대화’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지만, 이는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러시아가 한반도 안보대화 문제를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과 러시아의 충돌이 양측의 핵심이익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북중러가 조건없는 한반도 안보대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적어도 한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은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하는 해석을 해본다.
우리가 최근 목도하고 있는 것은 현세계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과 이런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려는 러시아를 중심으로한 브릭스 체제 국가들의 세력경쟁이다. 결국 여전히 세계 정치질서는 강대국간의 경쟁과 갈등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다. 그 와중에 약소국들이 피해를 보고 비극을 겪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비극은 바로 그들이 미국적 국제정치질서가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질서도 대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미국은 수세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공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의미있는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 전면적인 반격으로 전환하여 전쟁을 종결시킬 것인지는 전적으로 러시아의 결심과 결정에 달려 있다 하겠다. 가자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은 입장을 계속 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지상전을 단념시킨다고 하더니 점점 입장이 바뀌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과거 미국은 오슬로 협정에서 2국가문제해법을 제시했었다. 불과 하루 이틀전만해도 바이든은 2국가체제를 해법으로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바뀌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입장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미국내 유대인들의 압력이 상당부분 작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에 이번에 이스라엘이 밀리면 안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이미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점점 밀리고 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말할 나위없이 에너지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은 중동에서 손하나 쓰지 못하고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과거에 미국이 중동지역에 개입하고 간섭하기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즉 과거의 이스라엘은 지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면, 지금은 에너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약 10년전에 가자지구 앞바다에 어마어마한 가스전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만일 가자지역의 팔레스타인이 2국가체제로 독립을 하게 된다면 가자지구 앞바다의 가스전은 팔레스타인의 소유가 되어 버린다. 미국은 어차피 이란의 압박에 의해서 점점 밀려날 수 밖에 없다면 이스라엘 앞바다의 가스전은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도 단순하게 팔레스타인인들이 보기 싫어서 강경정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가자지대 앞바다의 에너지를 독차지 하기위해서는 가자지대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최근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아무리 중동에서 밀려나더라도 절대로 이스라엘까지는 포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한다. 만일 헤즈볼라가 개입하거나 이란이 개입하면 대규모 중동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자지대에서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가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스라엘의 최근 가자지구의 민간인에 대한 공습은 바로 이런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민간인은 모두 테러범이라고 선언한 것도 향후 가자지구를 완전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에서 지상작전이 이루어지면 이스라엘이 생각처럼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나 생각한다. 아랍은 말은 하지만 결정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를 드러낼 것이고 이란은 강력하게 대응하겠지만 결국 이란이 무력으로 이스라엘을 가자지구에서 몰아낼 정도의 실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경지대에서 적절하게 상황이 관리되면서 가자지구는 절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런 방식의 처리에 어느정도 합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동문제 중재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중국이 일성으로 팔레스타인문제해결 방법으로 2국가체제를 강조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겠다. 중국으로서는 사우디와 관계강화를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함께 가자지구의 가스전 접근에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도 상당부분 작동하고 있다고 하겠다. 즉 중국이 중동지역의 중재에 적극적인 것은 자국의 실질적인 이익확보에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 주변에서도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른다.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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