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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기존 국제정치질서의 완전한 붕괴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미국국제정치 2023. 10. 19. 08:40
미국 중심의 단극적 국제질서가 완전하게 붕괴했다. 바이든이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시진핑과 푸틴은 베이징에서 개최된 일대일로 포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폭파 행위를 규탄했다. 이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위기이기도 했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중동지역에서 계속 내몰리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면 얼마간이라도 영향력을 더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번 선택으로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영향력은 군사력으로 강압한다고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납득할만한 정당성과 도덕적 우위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사람들이 미국의 삶을 부러워하고 따라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헤게모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설득력’이라고 한 그람시의 주장은 가장 정확한 분석이라고 하겠다.
이번 하마스 사태로 미국의 바이든과 중러의 시진핑과 푸틴은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스라엘과 중동지역의 전쟁에 말려드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교회폭파에 대한 주장을 수용한 것은 사실상 중동지역 전쟁에 가담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전쟁은 이란 대 이스라엘고 미국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마치 홀린것처럼 전략적 이해득실을 전혀 따지지 못하고 전쟁에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맹관계로 인해 전쟁으로 끌려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선택은 펠로폰네소스 전쟁당시의 아테네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아테네는 패권을 상실했다.
미국이 전쟁에 끌려들어가 자신들이 냉전종식이후 구축한 국제질서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난함과 동시에 북극해의 공동이용, 개도국과의 공동발전과 같은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푸틴과 시진핑은 착취가 없는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주장이 얼마나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겠지만, 적어도 그런 국제질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도국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은 스스로 자신이 구축한 질서를 파괴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러는 정반대로 대비되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인 듯 하다. 미국 의회는 이란 참전시 파병을 한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10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한다.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의 지원규모는 훨씬 더 많아 질것이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및 헤즈볼라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이란을 필두로 한 아랍과 중동전체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랍 및 중동지역 국가들 중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국가의 정권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전쟁이 발발하면 아랍 및 중동지역 국가들의 단결과 결속은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및 이슬람 세계의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지금처럼 강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전쟁이 벌어지면 맹목적 우방국이었던 영국부터 상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이슬람 교도의 숫자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국의 이슬람 교도가 단합해버리면 영국 정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슬람교도가 영국 수상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진입하게 되면 전쟁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서구 전역에서 내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미국이 지금이라도 조금더 신중하게 상황을 정리해 갈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가자지구 북부지역을 점령해서 장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를 보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이 왜 이렇게 끌려가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에 있는 유태인들도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인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마음은 이해를 하겠으나 만일 이번에 미국이 전쟁에 끌려가면 미국의 패권은 완전하게 붕괴한다. 미국 패권이 급속하게 붕괴하면 그들이 이제까지 쌓아 놓은 자산도 사라진다. 미국이 패권을 잃으면 그들이 다시 자산을 쌓을 장소도 없고 시간도 없다. 미국이 영향력을 상실하면 다시 유럽으로 갈 것인가?
미국이 없으면 이스라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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