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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3 중동전쟁의 키를 쥐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미국의 바람직한 선택국제정치 2023. 10. 23. 08:37
금방이라도 처들어갈 것 같았던 이스라엘이 머뭇거리고 있다. 중동문제로 인한 변화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이 양측의 중재능력을 거의 완전하게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협상을 중재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오슬로 협정도 미국의 중재로 인해 가능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에 서버렸다. 그런 이유로 인해 미국은 양측의 입장조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다.
그 틈을 중국과 러시아가 파고 들고 있다. 중재회담을 이집트가 들고 나왔고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참가하지 않았다. 이집트가 나선 평화회의는 아마도 중국의 후원이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집트도 이번에 브릭스 국가로 가입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강력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중국이 이집트를 후원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수에즈 운하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를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집트 중재회의가 특별한 결론을 내거나 강제력이 있는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번 회의로 인해 적어도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거의 완전하게 한발 뒤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패권이란 결국은 영향력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미국은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영향력 상실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스라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양자가 서로 타협하고 평화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스라엘이 바뀌고 하마스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분쟁 당사자가 마주 앉아서 서로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마주 앉아 대화를 하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이스라엘 정치 지도부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화가 가능하기위한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네타냐후 정권의 붕괴와 새로이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정권의 수립이다. 이스라엘에 새로운 정권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전쟁상황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이스라엘 지상군의 투입은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다.
이런 대화를 강제하기 위한 키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쥐고 있다. 만일 중동 산유국들이 양측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원유수출을 금지하겠다고 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도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고, 미국과 유럽의 압박을 받은 네타냐후 정권은 물러나거나 대화를 하거나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사우디의 입장은 여전히 유보적인 것 같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결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오랫동안 미국에 의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의존적인 성향이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자지역에서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사우디와 산유국들이 시한을 정해놓고 원유 금수조치를 선언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만일 이런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쟁은 불가피하다. 이번에 가자의 하마스가 공격을 결행한 것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이 진척되면서, 자신들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결국 사우디가 이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쟁은 불가피하다. 현재 평화의 키를 유일하게 쥐고 있는 국가가 사우디이다. 사우디가 이번에 평화를 강제하지 못하면, 사우디 왕가도 서서히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번에 전쟁이 벌어지면 중동지역의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쟁은 광기를 부른다.
만일 전쟁이 벌어지면 이번 가자전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바흐무트 전투와 같은 양상을 띨 것이다. 전차를 앞세우고 가자시티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다. 이스라엘군은 포격으로 가자시티를 조금씩 초토화시키고 구간별로 건물하나하나씩을 점령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은 수개월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부대를 투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남는 병력으로 북부지역의 헤즈볼라와 시리아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전투에서 우크라이나의 바흐무트 방식의 전투를 하면, 전투는 이기겠지만 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파괴와 살상은 즉각 전세계로 중계될 것이며, 극심한 비난을 초래할 것이다. 전세계의 이스라엘 대사관은 공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미국내에서 무슬림들이 일종의 봉기를 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영국은 사실상 무슬림에게 항복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영국 무슬림의 집회에 영국 경찰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내에서 무슬림과 유대교간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약한 고리는 영국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도 버티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전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결국 2중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마스, 헤즈볼라 그리고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규모가 매우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 있는 미군기지는 철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로 진입하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기지는 즉각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철수를 하느냐 아니면 중동전체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결정을 집행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사실상 중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라크 및 시리아와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회가 동의할 리도 없고 예산안 통과도 가능하지 않다. 미국은 전쟁을 수행할 돈이 없다. 지금 당장 이스라엘을 지원할 예산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물쭈물하다가는 미국이 가장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네타냐후를 사임시키고 대화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기지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철수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으로는 가급적 오래 주둔하는 것이 낫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화를 통해 이스라엘 사태를 무마한다고 하더라도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는 안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국이 한번 영향력과 위신을 상실하게 되면 그 여파는 전세계적으로 미친다. 미국이 왜 이런 상황을 미리 고민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마스 사건이 생긴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왔던 네오콘들의 주장이 그리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 네오콘들도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자신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외정책과 전략에서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은 즉각적인 상황대처다. 미국은 이미 즉각적인 상황대처 능력을 상실했다. 이는 네오콘들의 전략적 사고의 수준이 미국과 같은 제국을 운영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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