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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30 한국군대, 한국군인에 대한 소회>국내정치 2023. 1. 30. 09:33
우크라이나 전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승패에 따라 세계 패권의 향방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각자의 기대와 희망이 전쟁상황 평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냉정하게 전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동시에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경우 유리한 점은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불리한 점은 감추거나 아예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 언론의 대부분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측면만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이야 자신들 일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국의 언론들이 왜 그런 입장을 취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 언론 중에서 소위 진보신문들은 그나마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흉내라도 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일방적으로 미국과 유럽 입장을 부각하고 있다. 이런 편향적인 보도행태는 국익을 크게 해친다. 우선 한국 대중들의 판단과 평가를 헷갈리게 만들고 그런 대중의 선입견은 정치인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된다. 물론 윤석열은 정권유지의 기반을 인민이 아니라 미국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진보언론의 이런 보도태도는 가장 반동적인 윤석열 정권에 부역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전황을 평가하는 기준도 거의 쪼가리 뉴스와 보도에 입각해 있다. 무슨일이든지 평가의 기준, 즉 논리와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상황 평가는 선전선동이 판치다보니, 전쟁과 관련하여 그동안 축적된 군사이론이 적용된 분석과 평가를 거의 보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군사이론에 입각하여 전쟁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고급장교출신 전문가들은 자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입을 다물고 있거나 오히려 선전선동에 동원되는 상황이고, 러시아는 전황에 대한 사실만 보도하고 전황에 대한 군사이론적 평가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의 의도가 읽힐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집단 행위가 바로 전쟁이다. 수천년 동안 수행된 전쟁은 이론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대부분은 장교들의 양성과 보수과정을 통해 전수되며, 그 중 일부의 방법론이 20세기 이후 기업의 경영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불과 70년전에 민족상잔의 전쟁을 치루었고, 현재도 군사적 대치를 이루고 있지만, 군사이론에 대한 관심을 별로 높지 않다.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군사이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거의 없는 것은 결국 전시작전권이 없기 때문이다. 군권이 없다보니 한국 군인들도 군사이론이나 전쟁사 연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한국 군인들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판단하고 결심하고 시행하는 것은 고급 장교들의 기본임무이다. 그러나 한국 장교들은 전시작전권이 없기 때문에 작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배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전시작전권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전시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권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 장교들은 위관급과 소령계급까지는 아주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졸업생들의 자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능력은 소령정도에서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상의 계급에서 요구되는 식견과 지식은 직무수행과정을 통해 쌓아야 한다. 전작권이 없는 한국군이 평상시 직무에서 고급 장교들의 식견을 배양할 수 있는 계기는 그리 많지 않다. 아주 소수의 특수한 경우만으로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중령부터 장군까지 군사식견의 차이가 별로 없다. 직무를 통해 실력을 배양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하게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령부터 대장까지의 군사적 식견이 별로 발전할 수 없다. 느는게 있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과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정도다. 이것은 조직관리에서 중급이하의 기술에 불과하다.
직무과정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안목을 쌓아가는 과정을 격지 못하다보니, 아무리 계급이 높이 올라가도 조직전체를 이끌어 나가고 혁신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군에서 간혹 혁신을 부르짖는 고급장교들이 있었으나 그들의 주장과 방향제시가 합리적이었던 적은 별로 많지 않았다. 혁신이 오히려 기존의 군조직의 효율성을 해치는 악영향을 초래하는 결과가 더 많았다. 유감스럽게도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의 국방장관들이 시도했던 많은 혁신들이 그런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간단하게 하나의 예만 든다면 군무원 증원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군에 대한 민간의 통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군무원의 증원을 추진했다. 군대에서 군무원의 증원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군무원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전투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군대는 후방지역의 비전투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도 군인들을 배치해서 관리한다. 그 이유는 전쟁이 발발하면 전방부대에 충원요원을 신속하게 증원하고 전시에 창설 혹은 증설해야 하는 부대의 기간요원으로 후방에 있던 부대에서 근무하던 장교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당시부터 후방지역의 부대에 군무원을 대폭 증원하고 있다. 원래 전시 충원 및 증창설 요원을 위한 풀의 역할을 하던 후방지역 부대와 기관에 군무원이 대폭증원하면서 유사시 전투준비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것은 육군이다. 육군은 해공군과 달리 전시에 증창설해야하는 소요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개혁이란 명분하게 밀어부쳤다.
이런 자해행위는 보수 진보정권할 것없이 군인출신들에 의해서 스스로 자행되었다. 군의 기본임무인 전투준비태세 유지 강화보다 정치권에 잘보여 진급하기 위해서였다. 군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군인이면서도 군대가 움직이는 원칙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고 군사이론에 대한 종합적인 식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고 장관이나 참모총장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군의 전투력 발휘를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들이 자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합리적인 의견제시는 항명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 장교들 중에서 똑똑한 사람은 중령이나 대령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오게 된다. 실제로 아주 똑똑하고 입장이 분명한 장교들이 대령 진급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고급장교들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전문적 군사식견이 부족하다 보니 외부의 충격에 매우 쉽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군인들이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같아서는 군출신이 아니라 상식적인 판단 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아무라도 참모총장이나 작전부대지휘관을 시켜도 되는 상황이다. 어차피 그 계급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많은 고급 장교들이 자신의 계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계급이 그 사람의 식견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직에서의 계급이란 퇴역하고 나면 거추장스런 장식에 불과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계급에 합당한 지식과 식견일 뿐이다. 한국군의 경우 직무를 통해 자신의 지식과 식견을 쌓아갈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부족한 부분을 개인적인 노력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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