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 12-22 사우디와 이란 외무장관 회담의 국제정치적 의미 : 미국 대 중국과 러시아의 역학관계 >
    국제정치 2022. 12. 22. 18:14

    2022년 12월 21일 요르단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회담했다는 보도가 올라왔다.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이란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란과 사우디 외무장관회담은 6년만에 열렸다. 현재 양국은 외교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이란과 사우디가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적대관계 청산 의지를 피력한 것은 중동 국제 질서의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중동지역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순니와 시아파의 갈등이다. 사우디는 순니,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사우디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체결한 미국이 이란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란이 핵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을 사우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하늘에 같이 서 있을 수 없었을 것 같던 사우디와 이란이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다는 것은 여사일이 아니다. 

     

    사우디와 이란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게 되면 중동지역의 세력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과정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의 발생을 추적하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란과 사우디의 적대관계 청산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축소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라는 국제정치적 세력 변화의 와중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이란과 사우디의 적대관계 청산이 가능했던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 경쟁으로 인한 힘의 역학관계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으며,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중동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평가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국제정치적 문제에 대해 확언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이미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넌 것 같다.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의 하나는 미국 국채 보유량의 변화다.  2022년 10월 20일 블룸버그와 KB증권에 따르면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규모는 지난 2020년초 1800억 달러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올해 미 국채 보유규모는 12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사우디가 미국 국채를 2년만에 이렇게 팔아 치운 것은 의미하는바가 크다 하겠다.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합리적인 타산의 결과라고 하겠다. 사우디는 이란과의 적대관계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사우디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이란과 같은 국제정치적 블록에 들어가는 것이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경제제재 해제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정상적인 국가활동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실하게 러시아 편을 든 것은 그런 이유다. 

     

    사우디는 미국편에 서 있을 경우 이란과 충돌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정체제의 안정적 유지가 지상의 목표인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제질서에 발을 담궈서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하에 이란의 적대적 행동을 막아내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도 사우디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란도 경제발전을 통한 생활수준 향상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우디와의 관계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 사우디가 브릭스 체제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 준다고 할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중동지역의 국제정치적 변수가 완전하게 바뀐다. 사우디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더 이상 미국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이란과 사우디의 적대관계 해소가 의미하는 것은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과 후원 그리고 보장에 의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과거와 다르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기울었던 것도 이런 현실적 역학관계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