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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사우디의 페트로 위완화 도입 조건 >국제정치 2022. 12. 24. 10:53
그동안 중동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생각을 소홀하게 했더니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문제가 떠오른다. 페트로 위완의 도입과 관련한 문제다.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이후 페트로 위완화의 도입이 곧바로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입장에서 볼 때 페트로 위완화의 도입이 그리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트로 위완화의 도입과 같은 문제는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뭐라고 함부로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필자가 페트로 위완화의 도입이 예상보다 빨리 도입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논리적인 추론의 결과일 뿐이다.
사우디는 최근들어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미 브릭스체제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 및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우디가 현시점에서 페트로 위완화를 도입하는 것은 크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우디가 페트로 위완화를 도입하기 위한 조건은 크게 두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첫번째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다.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기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가 비록 미국과 거리를 두고 바이든을 냉대하기도 했지만, 페트로 달러체제를 흔들면 사우디 왕정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사우디가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위협하면 어떤 일을 할지도 모른다.
사우디가 페트로위완화를 도입하려면 중국이 사우디를 지키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중국은 사우디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약 80년에 걸쳐 미국과 사우디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우디와 중국간의 관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별다른 심각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도 사우디와 미국간 이면합의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사우디 실력으로 미국의 치명적 이해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우디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사우디가 중국에게 페트로 위완화를 허용해주면서 얻을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가 페트로 위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중국에게 제공하는 어마어마한 특권이다. 이런 특권을 사우디가 아무런 댓가도 없이 허용해 줄 이유가 있을까?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페트로 달러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불편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페트로 위완화를 도입하면서 중국에게 요구할 수 있는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중국의 사우디 안전보장은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사우디가 바라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을 핵무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란의 핵무장은 이미 가시권아래 들어가 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그 나름의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다.
이란의 핵무장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사우디는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중국에게 사우디의 핵무장을 지지 및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우디의 핵무장 요구는 미국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미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미국에게 페트로 달러를 유지하는데 대한 반대급부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핵무장이라는 점은 합리적인 추론의 영역에 들어있다고 하겠다. 사우디의 적대국가인 이란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우디가 핵으로 억제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은 타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크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이란을 억제하기 위해 사우디를 이용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이미 미국은 인도의 핵을 억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용인했던 경험도 있다. 아마도 사우디는 제2의 파키스탄이 될지도 모른다.
사우디에게 페트로 달러 및 페트로 위완 모두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쓸 수 있는 협상의 카드라고 하겠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사우디와 중동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사우디는 미국과 중국이 기존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를 낼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사우디가 중국 쪽 카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중동에서 힘의 향배가 세계의 패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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