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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페루문제, 중남미와 미국의 관계 >국제정치 2022. 12. 19. 10:11
중남미 지역의 정치상황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관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최근들어 중남미는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중남미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에 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현재의 중남미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벗어나겠다는 일종의 시대정신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세계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다극체제에 적응하려면 가장 중요한 지역이 중남미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서 중남미는 다극체제하에서보다 그 중요성이 떨어진다. 다극체제로 전환하고 경제도 블록화되면 자국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극체제에서 중남미보다 다극체제에서의 중남미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런 중차대한 순간에 중남미는 거의 모두 반미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띠는 좌파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우리가 중남미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남미지역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미국은 지역패권 국가로서의 역할과 위상도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에 반대했던 첨병에 섰던 국가가 베네주엘라다. 그동안 베네주엘라는 미국에 반대하면서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관심이 덜했던 한국사람들의 대부분은 베네주엘라가 미국에 대항하면서 경제가 붕괴되어 망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차베스 같은 독재자가 베네주엘라를 잘못 이끌어서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베네주엘라의 반미노선이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네주엘라 인민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거부하고 항거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베네주엘라 상황을 요약하자면 미국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인민의 투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베네주엘라 인민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비록 어려움을 겪더라도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겠다. 이렇게 보면 차베스는 베네주엘라 인민의 의지의 표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의 모습은 달라진다.
페루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페루의 카스티요 대통령이 12월 7일 의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취임하자마자 반대세력의 공격으로 제대로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카스티요는 5개월간 3번의 탄핵시도가 있었고 마지막에 탄핵당했다. 카스티요는 좌파 정치인이다. 이번 탄핵에 미국이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증거가 제시되기도 했다. 탄핵직전에 주페루미국대사와 CIA고위급인사가 페루의 국방장관을 만났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카스티요가 탄핵되자 페루는 전국적으로 시위가 전개되었고, 중남미 국가 정상들로 카스티요의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카스티요 정권에서 부통령이던 블루아르테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블루아르테 신임대통령이 자신은 사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중남미의 다양한 국가들의 상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의 중남미 상황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중남미 인민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에 본격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좌파 정치세력이 인민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좌파정치인들이 인민의 위에서 떠밀려 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남미 인민들의 이런 각성은 오랜 역사적 경험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특히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과 정보공작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인민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세력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서서히 상실하고 있는 분위기다. 페루의 경찰도 시위를 막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군대의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페루군이 진압에 나서면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페루 사태는 미국 패권의 향방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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