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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제9회 한중정책학술 대회 참관기 >국제정치 2022. 12. 20. 11:28
아주대학교와 북경대학교가 공동주최하는 제9회 한중 정책학술대회에 옵저버로 참가했다. 옵저버로 참관기회를 주신 김흥규 교수께 감사드린다. 장장 4시간 반넘게 진행된 회의를 통해 느낀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중국측은 대부분 한국이 친미노선을 불편해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에 산동대 국제문제연구원 장원링 원장이 중국의 내수시장을 통한 한중간 협력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빼면, 대부분 한국의 친미노선을 힐난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측 참가자들은 중국측 학자들의 이런 입장에 방어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중국학자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시하고 싶었다. 한국이 지금과 같이 친미분위기로 일변하게 만든 것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사드배치 이전에 한국과 중국은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드 배치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불이익을 당했다. 결국 사드기지를 제공했던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인중에 어떤 사람은 중국이 사드배치 이후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한 것을 한국에게 다시없는 기회였다고 하기도 했다. 중국이 한국사람들에게 정신을 차리게 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반중분위기가 고조된 것은 중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사드배치는 반대했지만, 그것은 당시 한국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정부가 어쩔 수 없이 배치를 허용했던 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한 것은 당연히 한국민들의 반중감정을 자극했다. 한국 국민의 반중 정서는 자연스럽게 미국쪽으로 몰리게 했다. 중국에서 삼성 갤럭시폰, 현대와 기아차의 판매저조 등의 상황에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믿지 않는 한국인들은 별로 없다.
사드배치이후에도 중국이 한국과 경제관계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 한국민들은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미국이 칩4동맹을 제시했더라도 한국민들이 거부했을 것이다. 한국 정권도 인민이 거부하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왜 한국이 친미노선을 택하느냐를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국가전략 실패를 탓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징벌하면 다시는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착각이다. 한국 인민들이 미국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한국과 미국의 교역이 증가한 것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한국의 마음을 얻으려면 한국의 과거 선택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전략적 실수를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면 좋아하게 되어 있다.
두번째, 중국학자들의 태도에서 북한에 대한 지렛대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핵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남북미중의 4자회담 혹은 남북과 미일중러의 6자회담을 제시했다. 이 시점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4자회담이나 6자회담같은 다자회담이 별다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과거 4자회담이나 6자회담에서도 실제 회담은 북한과 미국사이에서 이루어졌고 나머지는 모두 옵저버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측이 다자회담을 들고 나오는 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읽었다.
중국학자들이 러시아 요인을 경시하는 것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측은 한반도 및 동북아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관찰하기에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와 훨씬 긴밀한 관계인 것 같다. 그런 상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면서도 의도적으로 러시아의 역할을 축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나, 아무래도 북한을 중국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과거와 다르다. 중국으로부터 훨씬 독자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국가이지만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은 조바심을 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한미일, 북중러 3각관계에 대한 중국학자의 언급이다. 중국측 학자들은 한미일 관계의 강화가 북중러 관계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며, 이로 인해 동북아 안보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면 반대급부로 북중러관계도 강화되어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북중러 관계가 한미일 관계같은 긴밀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일이 위계적 질서속에서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북중러는 느슨한 횡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국제정치적 위상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북한은 이미 남한과 같이 자신의 안보를 타국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다.
북중러 3각관계가 느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중국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입지 때문에 공식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하겠으나 그런 어정쩡한 태도는 중러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데 일정한 제한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끌어들이는데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측에 더 기울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국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는 만큼의 당근과 채찍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의 발전과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노력한다고 해서 한중관계가 발전하기는 어렵다는것이다. 한중관계 발전의 키는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키를 들고 있으면서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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