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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0-15 친일과 친북, 감정과 이성사이 >
    국제정치 2022. 10. 15. 07:38

    때아닌 일본문제로 한국 정치권이 시끌하다. 한국에서 일본문제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휘발성이 강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비화하곤 한다. 그런 점을 정치권들은 즐겨 이용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문제는 일본문제와 유사하다.  

     

    국제정치적인 문제가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다. 진보는 일본문제를 보수는 북한문제를 인민의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이용한다. 

     

    일본문제로 시끄러워지는 것은 이재명이 한미일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시작되었다. 정진석은 일본과의 훈련을 옹호하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빠졌다. 대한제국이 일본군과 전쟁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정진석의 이런 발언은 양쪽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윤핵관 진영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진석의 발언을 친일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유승민을 필두로 한 일부의 친일비판 주장은 그들의 정체성을 헷갈리게 한다. 그들은 원래 친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일 독립투사 같은 모습을 하고 나온 것이다. 유승민류의 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보다 더 질적으로 나쁘다. 유승민의 정진석 비판은 당내정치투쟁의 일환이다. 

     

    정진석이 친일 집안의 후손이었다. 한국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그렇다. 정진석의 발언이 그 자체로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제국의 멸망은 내외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내부적인 무능과 부패, 그리고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일본의 침략이 그것이다. 당시는 제국주의의 시대였기 때문에 힘이 있는 국가가 힘이 없는 나라를 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내적 요인과 국외적 요인은 별차이 없이 거의 같은 비중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제국이 망한 것을 어느 하나에 그 원인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내부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진석의 의견에 동의한다. 대한제국 멸망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자는 고종이고 민비라고 생각한다. 민비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녀의 국내정치에서의 전횡과 부패를 합리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종은 가장 무능한 군주였다. 한일합방 당시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고종이 일신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통째로 팔아 넘긴 것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그런 고종을 개혁군주로 포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연구의 방향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만일 대한제국이 멸망하지 않아야 했다면 동학은 혁명이 아니라 반란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동학은 종국에가서는 대한제국을 무너뜨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을 무너뜨리려고 했던 동학은 반민족적인가? 대한제국을 지키려고 했던 당시의 사대부가 반민족적인가?

     

    만일 대한제국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아직도 군주시대에 살고 있어야 한다. 대한제국이 계속 살아남아야 했다는 말인가? 역사는 어떤 시점과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한점이다. 역사는 역사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오늘날의 일은 첨예한 이익과 손실의 계산이 필요하다. 

     

    오늘날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일본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이 없는 한국, 한국없는 일본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긴밀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매우 복잡하다. 여전히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는 주로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혐한감정을 이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본다. 한동안 정리되어가던 감정이 일본우익들이 역사를 자신들의 국내정치에 이용하면서 악화되어 버렸다. 그점에서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국인민의 감정악화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도 과거사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근혜 정권당시 위안부 협상에서 윤미향은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사안을 검토하고 동의했다. 그러나 이후에 자신은 마치 모르는 것 처럼 거짓말을 하고 갑자기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윤미향은 그런 활동으로 박근혜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는데 일등공신이 되었고 그 공로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문제를 자신의 국내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이용했다. 조국은 난데없이 죽창가를 불렀다.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 수출통제도 응대했다. 일본의 조치에 대해 필자는 아마도 제일먼저 지소미아 파기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으면 일본의 계속적인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일본의 조치에 손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은 지소미아 파기와 같은 강수가 아니면 미국을 움직여서 상황을 정리하기 어려웠다. 

     

    이재명이 갑자기 한미일 연합훈련을 친일문제로 들고 나오는 것은 그가 무책임한 정치인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필자는 한미일의 명시적 군사동맹에 반대한다. 그 것은 중국의 입장때문이다. 어차피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미일은 중국문제 뿐만 아니라 유사시 북한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이라고 노래할 필요가 없으나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일간 군사협력을 필요하다. 

     

    같은 한미일 관계지만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상황이 다른 것이다. 이런 뉘앙스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한국인민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유치한 술책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져 있으니 휘발성 강한 친일 문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자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렇게 아무말 대잔치를 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최는 한일관계가 악화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징용공 배상문제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의 처리가 철저하게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보면 당연히 징용공 문제는 한국의 법원이 결정을 내린 것처럼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일본의 힘과 영향력이 한국 그리고 한국의 정부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실행되기 어렵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법원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한국법원이 내린 결정을 이행하다가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더 큰 손해나 피해를 입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고만 하면 그 책임을 면하는 것인가? 법원은 이행하기 어려운 결정을 이행하다가 손해를 입으면 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판사들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기업에 재산을 털어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차라리 징용공에 대한 배상은 한국정부가 담당토록하고 한국정부가 일본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나중에 한국이 일본의 국력을 넘어가면 그때 구상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철저하게 힘에 좌우된다. 그런 것을 우리는 감정에 좌우되다가 오히려 곤경에 빠지곤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친일문제에 대한 인민들의 감정은 북한문제와 비슷한 것 같다. 결국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북한문제도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수정권은 언제나 이런 주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진다.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 당시 이루어진 북한 선원 북송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도 더불어민주당의 친일문제 제기와 결국은 별로 다르지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에 있어서 일본과 북한문제는 일종의 포르노나 마찬가지다. 친일문제나 친북문제 모두 똑같이 감정을 자극하여 인민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인민이 이성을 찾고 냉정을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정치권에 이용된다. 일본문제나 북한문제는 이런 식으로 다루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아물도록 해야 하는 상처를 더 덧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을 북한 문제로 엮어가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문제는 그렇게 마구 함부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뿌리는 문재인이 만들었다. 그가 김대중 정권의 대북송금문제를 법의 심판에 떠넘겼다. 문재인은 국가통치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남북교섭의 문제를 이용하여 민주당의 김대중 계열을 모두 숙청하는데 앞장 섰다. 지금 문재인은 똑같은 일을 당하고 있다. 불평할 처지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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