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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9 현재 미국이 처한 정치 경제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평가
    국제정치 2023. 8. 9. 09:11

    미국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너무 압도적인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지금과 같은 국제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아마도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정치 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더라도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빠른 약화는 우리같은 국가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약화되더라도 지금의 친미적 입장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이란 거대한 배가 침몰하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탈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다. 한국은 미국에게 묶여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배가 침몰하는 것을 알아도 이탈하기 어려운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국제정치의 역사에서는 연착륙이란 신화는 없었던 것 같다. 국제정치적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지점을 넘으면 마치 폭포처럼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어 버린다. 오로지 경착륙만 있을 뿐이다. 

     

    미국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국제정치적으로 과거와 같은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달러는 서서히 기축통화지위를 상실하고 있으며, 미국의 외교력과 군사력도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내 문제가 심각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지나친 정부재정의 남용으로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국제정치적 상황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희망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러시아는 최근 1달간 군수생산량이 지난 1년의 총생산량을 능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아무리 장비와 무기를 많이 보내주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전투에 투입할 병력이 없다. 이미 40만명 이상이 전사했다. 

     

    아프리카의 사헬지역에서는 반미 반프랑스 쿠데타가 발생하고 있다. 일종의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쿠데타는 마치 공산주의 운동과 비슷하다. 한국과 서방의 언론은 다루지 않았지만, 부르키노파소 임시대통령 트라오레 대위는 러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행한 연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놀랍게도 ‘동무들’이란 말을 사용했다. 

     

    말리, 기니, 부르키노파소, 니제르 등 최근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들은 모두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트오레 임시대통령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기시된 ‘동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과거 부르키노파소의 개혁적 정치지도자였으나 살해되었던 상카라 대통령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파트오레는 상카라의 사상적 계보를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다시 공산주의라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중동지역에서도 상황은 급변했다. 전통적인 우호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선택했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우월적 지위를 상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져 버렸다. 최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문제로 마치 이란과 일전을 불사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나 지금의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 만일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수행하면, 미국은 그나마 남아 있던 시리아의 군사기지는 물론이고 이라크도 내어주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문제도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했으나 오히려 중러 해군이 알래스카 지역으로 진출하여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건국이후 영국의 침공이외에 한번도 본토를 위협받아본적이 없다. 대서양과 태평양 덕분이다. 그러나 중러해군의 알래스카 지역진출은 미국이 누려왔던 안보적 이점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의 관계악화는 필연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국채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무역수지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채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언제든지 중국을 달러중심의 결제체제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중국은 더 이상 미국채를 사지 않고 있다. 여전히 미국채를 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고 달러를 찍어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등 브릭스 국가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8월에 남아프리카에서 개최될 예정인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통화의 출범이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브릭스 통화가 나타난다고 해도 당장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유로의 출범과는 또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가 달러와 연동되는 것과 달리 브릭스 통화는 달러와 연동되지 않고 별도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 덕분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해군을 유지하고 1000조 이상의 국방비를 사용하는 것도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는 달러가 기축통화 기능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재정악화가 미국내 금융과 가계를 압박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발행해야하는 국채를 소화하지 못하면 국제정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미국 가계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장기국채의 이자가 높아지면 주택모기지 금리가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미국민들은 가계수입이 줄어든다. 이미 미국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30년물 장기국채에 투자하라고 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본 체제에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워렌버핏도 매달 100억달러씩 미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대부분 3개월물에 불과하고 장기국채는 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면된다. 그러나 몇개의 대표적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리 재무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빅테크기업은 모두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본사가 미국이 아닌 아일랜드와 같은 곳에 두고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를 마구 발행해서 국가를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달러를 발행하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세금을 거두어 들여 지금처럼 국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이미 한해동안 국채이자로 나가는 돈이 미국방예산만큼 된다. 

     

    일본도 국채이자를 많이 지출한다고 하지만 일본과 미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패권국가다. 패권을 상실하면 세계각국으로부터 거두어 들이던 각종 수입이 줄어든다. 특히 금융수입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요구했던 자본자유화는 결국 세계각국이 벌어들였던 수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가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된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월스트리트가 요구한 자본시장 개방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이 국채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중국 자본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미국의 요구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기껏 돈벌어서 모두 미국 월스트리트에 상납하느니 차라리 일대일로 해서 원자재 확보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브릭스 회의를 앞두고 미국은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반미의 선두에 서 있던 멕시코가 브릭스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미국은 멕시코에 상당한 이권을 제공했을 것이다.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자유무역지대의 강화를 언급하는 것을 보아서는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의 가능성을 매우 높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중국의 상품생산 역할을 멕시코로 넘길지도 모른다. 최근 튀르키에의 태도로 많이 변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각을 세우더니 최근 들어서는 친미적이고 반러시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작의 방법으로는 미국이 처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상황의 악화를 조금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그대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의 기업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지 못한다. 제조업의 우위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대한 봉쇄는 성공하기 어렵다.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기술 봉쇄에 성공한 적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기초과학기술은 중국이 미국을 더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관련한 기술 봉쇄를 푸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은 관성으로 미국이 여전히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미국의 패권 약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채가 회색 코뿔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미국 국내경제가 위험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과거와 달리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재빠르게 신용평가등급 하향 조정을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과거에는 위기가 다가오는지 몰라서 기습을 받았다면, 지금은 다가오는 위기를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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