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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6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가 니제르에 무력개입 결정할 권한의 문제국제정치 2023. 8. 6. 11:06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가 니제르 쿠데타 세력에게 6일까지 헌정질서를 되돌리지 않으면 무력개입을 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2∼4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개최된 국방수장 회의에서 병력 배치 방법과 시기 등을 담은 잠재적인 군사 개입 권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말리와 부르키노파소는 ECOWAS가 니제르에 군사개입을 하면 자신들도 이에 반대하여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알제리는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니제르의 쿠데타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니제르는 이런 개입시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선 미국군, 프랑스 군 등 자국에 들어와 있는 군대의 철군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바 그러 그룹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런 시점에서 니제르의 쿠데타에 ECOWAS의 무력개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런 개입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군사쿠데타는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건을 빌미로 외국군대가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니제르에 일어나고 있는 ECOWAS의 개입시도는 한국에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중국이나 미군 혹은 일본군이 개입하여 헌정질서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필리핀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 한국 일본 중국이 개입하여 헌정질서를 되돌려야 하는가?
과거의 자료를 살펴보니 말리와 부르키노파소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경우, ECOWAS는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보다는 경제제재를 가한 것으로 나온다. 과거에 치안과 질서 유지 명목으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적이 있지만 그것은 해당국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지금의 니제르에 대한 강제적 군사개입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겠다.
주권국가에 ECOWAS와 같은 지역경제공동체가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현실로 드러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첫 번째는 프랑스의 입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ECOWAS는 프랑스의 이해를 대변한다. 프랑스는 과거부터 아프리카를 식민지배해 왔고, 그런 국가들이 독립한 이후에도 사실상의 지배를 지속하기 위해 ECOWAS 같은 기구를 앞에 내세운 것이다.
두번째는 나이지리아나 등 ECOWAS의 핵심국가 정치지도자들이 정당성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형식과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나이지리아와 같은 국가의 지도자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으나 내용적인 정당성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쿠데타가 일어난 부르키노파소, 말리, 기니 같은 국가들은 내용적 정당성이 부족했기 때문인 경우라 하겠다. 그러니 쿠데타가 왜 나쁜가?라는 질문을 돼 던지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은 정치적 정당성의 절반밖에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들 쿠데타 국가들의 대중들이 반프랑스 구호를 외치면서 러시아의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당연히 내용적 정당성을 만족시키기 못하고 있던 국가들은 니제르, 부르키노파소, 말리 그리고 기니에서와 같이 인민의 지지를 받는 쿠데타의 열기가 자신들에게도 밀려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파도를 막기 위해서는 니제르의 쿠데타 주도세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국가들의 정치세력과 프랑스는 동일한 이해관계에 있다. 이번 ECOWAS의 무력개입 결정에는 당연히 프랑스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COWAS의 무력개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COWAS가 무력개입을 결정할 것인지 아닌지는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결정에 많은 부분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바그너 그룹이 니제르 쿠테타 세력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입하면 ECOWAS 국가들의 무력개입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바그너 그룹으로서는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군과 프랑스군까지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부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이미 반프랑스 정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만일 이번에 ECOWAS가 니제르에 무력개입을 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이 전개될 수도 있다. 부르키노파소와 말리 그리고 기니가 ECOWAS 국가에 침공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의 수출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미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으로도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지금의 ECOWAS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형식적으로 독립을 했을지 모르나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프랑스의 제국주의 지배를 받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사헬지역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쿠데타는 내용적인 독립을 이루겠다는 인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라는 말은 그들에게 사치스러울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는 그들에게 있어서 제국주의적 굴레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서부아프리카경제공동체가 회원국에 무력개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법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유엔도 공식적으로 군대를 파견한 경우는 한국전이 유일하다. 쿠데타 세력을 진압한다고 군대를 파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가 유엔차원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ECOWAS와 같은 지역국가들의 결정에 좌우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국제정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민국가 수립의 기본원칙인 주권불가침의 원칙이 붕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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