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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4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의 국제정치적 함의와 미국 패권에 미치는 영향국제정치 2023. 8. 4. 10:47
8월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개최된다. 제1차 평화회의는 지난6월 24일∼2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극비리에 개최되었으며 당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의 후속이다. 당시 코펜하겐 회의에 참가한 국가는 미국과 서방을 중심이었다. 미국과 G7, EU와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사우디아아비아 대표들이 참가했다. 당시 회의는 비밀리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코펜하겐 평화회의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회의도 코펜하겐 비밀회의에서 정해졌을 것이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개도국 30여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며 한국도 조태용 안보실장이 참석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참가를 거부했던 중국도 대표를 파견한다고 한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구상한 것은 미국이다. 마이크 설리번 국가안보실장이 참가하는 것만봐도 미국이 이번 회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어떤 생각으로 제다 회의를 개최하는 것일까? 아마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서 러시아에 휴전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포장을 하고 선전을 해도 전쟁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도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적인 여론도 점점 미국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미국과 서방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가들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목적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최대한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을 참가토록하여 러시아에 외교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휴전회담으로 끌어내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을 미국 편에 서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이번 회의에 특별하게 주목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번 회의가 지금까지의 국제정치질서와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종류의 회담은 UN의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당사국인 러시아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논의를 할 수 없었다. 안보리가 어려우면 유엔총회에서라도 논의하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식도 가능할텐데 그런 방법도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숫적으로 볼때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보다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프리카 및 아세안, 중동국가가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국제적인 논의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과 G7 그리고 한국과 같은 우호국들이 다수를 점하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구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현실적 한계로 인해 이런 일종의 꼼수를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은 미국의 패권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그람시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패권은 담론을 주도하는 능력과 영향력이다. 담론은 일반적이어야 하며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사우디 평화회의와 같은 방식의 논의를 통해 패권국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시켜 버리고 만것이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의 회담은 매우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그동안 미국과 소련, 미국과 G7을 제외한 국가들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정치의 주역이 되지 못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제적 대응을 위한 G20가 출범하여 논의의 폭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국제정치는 여전히 미국의 의도와 구상에 따라 움직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더 이상 국제사회의 담론을 혼자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드디어 그 이전에는 별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던 개발도상국들로부터의 국제적인 고립을 모면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평화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개도국들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러시아의 입장과 묘하게 중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월말에 개최된 제2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국제적인 사건에 그동안 소외되어있는 개도국들이 적극참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언론은 푸틴의 발언을 다극적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푸틴이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정치적 논의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강대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제정치적 논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개도국의 참가를 확대시킨 것은 사실상 푸틴이 생각하는 구상을 대신 이루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과가 된 것이라 하겠다.
국제정치적 논의의 구조에 참가하는 것은 일종의 전리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권한은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에 참가하지도 않고 전리품을 거두어 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미국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국제정치적 자산을 나누어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개도국으로 회의를 확대한 것이 자신의 패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자신의 패권약화를 얼마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회담참가는 이번 회의의 진행에 중대한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하여 제다 회의에 참가한다. 중국은 미국의 구상대로 회의가 진행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되면 그 다음에는 자신이 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어떤 방법을 다해서라도 전쟁이 계속되도록 유도해 나가려고 할 것이다. 당연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방안같은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평화회의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다. 그는 며칠전에 우크라이나의 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브릭스의 확대가 촉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2-24일간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서방을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아넣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서방에 브릭스 체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과 브릭스 국가들은 전쟁의 종결보다 전쟁이 지속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회의에 참가한다고 해서 미국의 의도대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제다회의에서 난관을 뚫고 어떤 합의를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러시아 푸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일 러시아가 합의를 거부해버리면 두가지 방향의 사건전개가 가능하다. 첫번째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증가할 가능성, 두번째는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적 논의의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평가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할 경우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논의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예상되며, 그 경우 미국의 외교적 능력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어떤 결과를 도출할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자신의 패권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최소한의 분석도 없이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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