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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7-31 7월 후반기에 본 러시아의 전략적 여건 조성 노력에 대한 평가
    국제정치 2023. 7. 31. 14:46

    당대에 일어나는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일들은 상세하기 파악할 수 있지만 각각 일어나는 개별적인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건의 발생은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거나 혹은 전체적으로 위에서 내려다 보면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들이 서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강화 등은 현재 전세계적인 규모로 국제정치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지는 쉽게 읽힌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는 비교적 분명하다. 미국보다 파악하기 어렵지만 중국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어떻게 행동하려 하는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들 미국이나 중국과는 매우 다르다. 러시아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우리의 관심이 주로 미국과 중국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즉각적으로 러시아가 미국의 세계패권을 약화 혹은 붕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1년반이 다되어가지만 지금도 그 당시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러시아는 미국의 패권을 흔들지 않고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7월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러시아가 작게는 우크라이나 전쟁 크게는 미국을 상대로 세개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적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 대강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먼저 전장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전장상황에서 특징적인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러시아가 전시군수생산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것이고, 둘째는 우크라이나 군이 전선의 제1제대 부대를 거의 다 소모하고 제2제대를 투입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자포로지에를 포함한 도네츠크 및 바흐무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공세를 흡수하면서 동부지역의 리만 및 쿠피얀스크 지방에서 차후공세작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리만과 쿠피얀스크 지방에서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확고하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당분간 신속한 작전템포라는 개념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작전의 템포를 높이면 상대방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초기 작전과정에서 상당한 아군피해도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최근 무기체계의 변화는 초기에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 군이 전선의 제1제대 부대를 거의 다 소모한 것 같다는 것이다. 경계지역 전투에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방어선에 투입할 주력 부대를 투입하고도 제대로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월 후반부터 자포로지예 및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은 군단의 제2제대 부대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1차로 투입되었던 부대의 상당수는 후방으로 철수하여 재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 말부터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 양상이 조금 바뀌고 있다. 그 이전의 소부대 단위의 공격이 아니라 대대와 여단급 부대를 투입하고 있다. 여단급 부대를 투입했지만 우크라이나 군의 작전은 별로 성공적이지 않다. 오히려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군단의 예비 여단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계지역에서 조금 전진했을 뿐이다.

    자포로지예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군의 제10군단 예비여단을 투입하고 있다고하는데 만일 이번 공세가 실패하고 우크라이나 군이 철수시킨 제1제대 부대를 제대로 재편성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 군은 일시에 취약한 상황이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이 동부 지역의 리만과 쿠피얀스크에서 공세작전으로 전환한 것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군사적인 상황이 국면전환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국면전환이란 러시아군이 공세이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행동은 공세이전을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크게 4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번째는 러시아의 무기 및 장비 그리고 탄약 생산을 위한 전시생산체제의 가동이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의 차단읻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폴란드와 한국을 견제하고 하고 있으며 또한 시리아에서 미군을 직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즉 러시아가 공세이전으로 전환하여 우크라이나 군이 붕괴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투입할 있는 역량을 묶어 두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러시아가 1년반동안 무기, 장비 및 탄약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시생산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무기와 장비 및 탄약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인명피해를 초래한다. 소련이 독일침공시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당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무기와 장비의 부족 때문이었다. 무기와 장비 그리고 탄약이 부족했기 때문에 육탄으로 막아 내야 했다. 전쟁발발 이후 우랄이동지역에서 무기와 장비의 전시생산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독일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국가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무기 및 장비의 전시생산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격작전으로 전환하여 전쟁을 종결하기위해서는 압도적인 작전지속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쟁상황을 고려해 볼 때 군수지원능력은 과거보다 더 그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드론과 같은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공격작전에서 신속한 속도보다 확실한 파괴를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화력과 장비의 우위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는 올해 들어 군수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왔다. 작년부터 거의 전시생산체제에 돌입했으며, 현재 러시아의 장비 및 탄약 생산능력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서방의 능력을 넘는 수준인 듯 하다.

    리만과 쿠피얀스크에서 보이고 있는 러시아군의 활발한 공세작전은 차후 공세작전으로 전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군수생산능력 때문이다. 앞으로 일정기간 공세작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무기 장비 및 탄약의 재고량을 늘려 놓아야 한다. 러시아가 얼마정도 비축했을때 전면적인 공격으로 전환할지 알수는 없으나 최근 전선의 움직임을 보면 그 기간이 멀지 않을 것 같다.

    두번째 미국과 주변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투입될 가장 가능성있는 전투력은 폴란드다. 러시아는 폴란드 병력이 용병형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그너 그룹을 이용하여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로 진격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할때 적절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하면서 군사적 투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도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위협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전에 군사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러시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에 개입하려고 하면, 바그너 그룹의 폴란드 침투나 리투아니아 공격은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한국에 대한 견제다. 미국과 서방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기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한국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가 쇼이구 국방장관을 북한에 보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한국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장비를 제공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도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글로벌호크와 리퍼같은 최신형 드론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김정은과 쇼이구가 서명했다는 협정서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 김정은이 직접 협정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아마도 협정서의 서명 당사자가 김정은과 푸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쇼이구는 정상간의 상호 서명을 위해 협정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 시리아 지역에서 러시아 공군이 미국 공군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리아에서 러시아 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매우 적극적으로 미군의 활동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오히려 이는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의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만일 시리아 상황을 빌미로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하면 상황은 러시아에게 매우 유리하게 전개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더라도 미군이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러시아는 제반 여건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프리카에 대한 노력이다. 이번에 제2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민족해방운동을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서방의 전략적 기반을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최근 수년동안 러시아가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중부 아프리카는 거의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졌다. 차드-수단-니제르-부크키노파소-말리가 프랑스의 영향력을 떨쳐내고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프리카 민족주의의 각성은 필연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제국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는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행동공간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이와함께 메드베제프 국가안보위 부의장이 유사시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경고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설마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유럽국가 및 대중들은 러시아의 핵사용 발언에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당대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는 예라고 하겠다.

    주류의 세계에 따라다니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주류의 세계에 봉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류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다니면 국가와 사회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식인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타당한 분석을 제공하여 국가와 사회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기여한 것 그것이 바로 지식인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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