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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25 미국의 전략적 분산, 상대국가들의 전략적 집중국제정치 2023. 7. 25. 12:30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정치질서가 바뀌고 있다. 미중패권경쟁이란 말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미중패권경쟁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대 중국의 대결이 아니라 미국대 전세계의 대결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국은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서유럽과 영미권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집단서방을 중심으로 대항하고 있지만 숫적인 열세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 반대한 국가와 인구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질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하더라도 숫적인 열세가 심하면 도전을 따돌리기 어렵다.
미국은 자신이 열세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꾸 무리를 한다. 이런 무리수는 전략적인 실수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국은 전략적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도전국가들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자신의 군사력을 지나치게 신장 및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은 과거 전성기에도 꺼렸던 방식의 군사력 운용을 하고 있다. 미국은 최고 최상의 국력을 자랑하고 있을 때 보다 훨씬 군사력 운영범위가 넓고 거리도 신장되어 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집권이후 세계전략으로 1-4-2-1 전략을 제시한 적이 있다. 미본토를 확고하게 방어하고 4군데에 미군을 전진배치하여 억제하고 2군데에서 작전을 수행하되 1군데에서 확실하게 승리한다는 개념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이런 전략을 수립할때보다 현재의 미국은 훨씬 강력한 상대의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뛰어 넘었고 러시아도 과거와 전혀 다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군사적으로 압도하기 어렵고, 북한에게는 승리는 고사하고 오히려 억제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리전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과는 대만문제로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 같은 태세다. 최근 부산항과 제주항에 기항한 바 있는 전략핵잠수함이나 핵추진잠수함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및 핵추진잠수함의 부산 및 제주 기항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이 부산항에 기항한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호를 겨냥하여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며칠 지나지 않아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을 제주항에 기항시킨 것이다. 아마도 아나폴리스함의 기항은 예정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미국이 아나폴리스함을 제주항에 기항시킨 것은 전략적 감각이 뒤떨어지는 조치라고 하겠다.미국이 부산항에 전략핵잠수함을 기항시켰다고 탄도미사일로 위협을 받으니 제주항으로 후퇴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로 억제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미국 합참이나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전략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략적으로 분산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러를 위시한 여러국가들로 부터 도전을 받자 군사력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교는 말로 하는 것이지만 군사는 실제 힘으로 하는 행위다. 실제 군사력은 어떤 국가든 한계가 있어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집중과 분산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곳에는 분산을 통해서 힘을 모아서 중요한 곳에 집중해서 사용해야 한다. 미국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곳에 군사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 대외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어떤 국가든 자신의 군사적인 능력을 고려하여 대외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현재 미국은 자신의 군사적 능력을 넘는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이데올로그들이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미합참의 전략부서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네오콘의 지나치게 강경한 대외정책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군의 움직임을 보면 미합참은 지나친 대외정책을 억제하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바이든 행정부가 흑인인 오스틴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군부의 반대를 억누르기 위한 준비작업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군사력이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여 운영되는 것과 달리, 미국의 상대국가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범위내에서 전략적 능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또 서로간에 철저하게 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에 대해,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지역에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을 억제하고 있으며, 이란은 중동지역, 특히 시리아지역에서 미군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의 전략적 공세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 서로 긴밀하게 행동을 조율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들 국가들의 행동이 상당한 수준에서 조율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이들 국가들이 모두 각자 미국에 동일한 시간에 압력을 가하면 미국도 상대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즉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은 전략적 능력을 고도로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신의 전략적 능력을 분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미국도 견디기 어렵다. 아마 현재 미국의 군사력은 거의 여유가 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 경제상황에서 군사비를 추가로 지출하기도 어렵다. 여유없이 운영되면 피로가 누적된다. 피로가 누적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 것을 피로한계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은 바로 이런 상황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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