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3-8-1 바이든의 한일관계의 근본적 변화 주장의 착각 >
    국제정치 2023. 8. 1. 12:38

    7월 28일 바이든은  메인주(州) 프리포트에서 열린 대선 관련 모금 행사의 연설에서 자신이 취임한 이후 가장 중요한 외교성과의 하나로 한일 관계 개선을 들었다. 한일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이 발언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한일관계 강화에 미국이 매우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관계의 뒷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다. 윤석열 정권은 한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친미주의자인 김성한 안보실장까지 경질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김성한 안보실장이 중도하차한 이유는 윤석열 정권이 지나치게 한일관계를 강화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견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항간에 김태효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일관계 강화를 떠맡고 나섰고 거기에 반대하던 김성한이 밀려난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바이든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면 항간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든의 발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대외정책과 국익이라는 점보다는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평가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은 정상적인 국가의 자존심같은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오로지 일본의 마음을 사는데 진력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추진된 한일관계는 아무리 봐도 상호호혜적이라고 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일방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수용했을뿐이다. 일본에 구걸외교를 했다는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권은 이번에 한일관계 강화를 추진하면서 적지않은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저하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한일관계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 때문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한미일 3각관계의 강화와 구축을 추구해왔다.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관계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3각관계가 아니라 미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이며 계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혹자는 미국이 한국에게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하위파트너라는 입장을 받아 들이라는 의미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평가는 상당부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이 윤석열 정권의 한일관계를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는 것은 큰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윤석열이 정권을 장악한 초기라서 그럭 저럭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이 생각하는 한일간 계서적 관계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국 대중들은 일본과의 계서적 관계를 수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거나 역사를 통해 형성된 관계를 도외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상대국가의 역사성에 대한 몰이해였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국 대외정책 수립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인 것이다. 

     

    미국이 굳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대중들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관계를 강요하게 되면 나중에 미국이 그 비난을 뒤집어 써야 한다는 것을 고려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일방주의적 태도가 미국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미일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없다. 유럽과 같은 곳은 역사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로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유럽과 다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한미일을 하나로 묶는 것 보다 한미관계와 미일관계를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효과적이다. 미국이 한일관계의 역사적 앙금을 한국의 일방적 양보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지 혹은 만용의 소산이다. 바로 그런점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보다 훨씬 국력도 약한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제정치를 주도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치적으로 한일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자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한일관계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필자는 한일관계의 발전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일본의 하위파트너 지위를 수용해야 하는 한일 관계는 수용하기 어렵다. 아마 대다수의 한국 대중들이 그런 생각일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오염수의 해양방출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한일관계는 윤석열 정권 내에서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곧장 한일관계는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일관계는 더 왜곡되어 버린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한일관계를 조종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미국은 8월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도 8월 중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을 위해 한국의 반발을 단속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한다. 미국은 일본을 오해하는 것이 많다. 미국이 일본을 위해 한국을 하위 파트너로 밀어 넣어주면 일본이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고 나면 절대로 미국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적 관계를 대신할 국가로 일본을 내세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일방적인 양보를 하기 보다는 한미관계와 한일관계 두개의 축을 가지고 시소게임을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 훨씬 유리하다. 미국이 한국을 일본의 하위파트너로 밀어 넣는 순간, 미국은 일본을 조종할 수단을 하나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