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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5 피치의 미국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의미를 읽는 방식
    미중패권경쟁 2023. 8. 5. 13:01

    8월 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며칠동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지를 관찰해보았다. 대부분의 경우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 등급 강등을 마치 무슨 해프닝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적어도 시장에서는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는 가라 앉은 것으로 보인다.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하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이를 해석하고 의미를 평가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자료를 살펴보았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언급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이번에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은 미국 국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국채는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아니다. 미국 국채가 지금까지와 같은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즉 미국 국채를 안전자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미국의 지정학적 지위가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이는 미국의 지정학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미국 국채도 안전자산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일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1990년 소련의 붕괴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이 세계체제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패권국가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1990년부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전까지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였다. 로마나 중국 제국, 심지어 징기스칸의 몽골도 미국과 같은 패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번째는 중국이 값싼 물건을 미국시장에 공급하고 무역흑자로 미국의 채권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수익으로 미국의 채권을 사주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안정적일 수 있었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위의 두가지의 상황이 모두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발하여 미국 스스로 지정학적 지위를 약화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남미, 중동, 아세안 국가들, 아프리카 국가들이 모두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반발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그 자체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떨어 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의 정치권이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방식도 서투르기 이를데 없었다. 미국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중국과 관계를 끊었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절반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지금보다 더 무지막지하게 달러를 살포할 때도 미국 국채는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채가격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제1차적으로 경제적인 문제이니 당연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해야 하겠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에 심각한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최근 미국이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보다 지정학적 측면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도 당연히 경제일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의 문제는 더 이상 국채를 사줄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가 봉착하고 있는 경제문제는 다분히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지정학적 변동 때문인 것이다. 이는 앞으로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미국은 과거와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쏟아 버린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미국이 과거와 같은 패권국가로 돌아가야 현재의 미국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 미리 대비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이미 기회와 시간을 놓쳤다. 미국은 중국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상대인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서로 분열시켰어야 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결합시켜버렸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배하면서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통해 소련과 중국을 분리시키는데 성공했다. 바로 그런 대외정책 덕분에 미국은 냉전에서 소련을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미국이 소련을 냉전에서 이기는데 1등 공신은 닉슨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월남이란 국지전에서 패배했지만 미소간 대결이라는 세계전략에서는 승리한 것이다. 지금 미국은 그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문제로 중국과 러시아를 철통같이 단결시켜버린 것이다. 이런 전략적 실패는 결정적이다. 미국이 아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잘치르고 대만문제를 잘 다루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결합시킨 세계전략적 실패를 만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1년에 5조 달러 정도의 세금을 거두고 그 중에 20%인 1조달러를 국채세금으로 지불한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국제정치적 역할을 계속하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거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진자들이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일은 미국이 대공황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차라리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하면 미국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가진자들은 더이상 세금을 내놓을 생각이 없고 국가 운영은 점점 어려워진다.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필자는 피치가 미국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일 수 없는 구조적 한계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국가경제와 국제정치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에서 피치가 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기 어렵다. 그래서 피치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하를 결정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피치의 문제제기의 의미가 퇴조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피치가 제시한 문제는 미국 국채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데 여기에서 이렇게도 못하고 저렇게도 못하는 상황이 장시간 계속되면서 미국이 처한 구조적 모순은 커질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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