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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7-20 장덕진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과 지식인의 변절>
    국내정치 2023. 7. 20. 15:26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가 7월 20일 중앙일보에 “나토 정상회의 참여한 한국, 러·중 눈치 볼 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향신문에 장덕진 칼럼을 쓰고 있으면서 중앙일보에 장덕진 퍼스펙티브란 칼럼을 쓴다. 좌우를 넘나드는 행보다. 그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를 좌우를 넘나드는 지식인이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라는데는 가리지 않는 분별력없는 기회주의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상식적이라면 한사람이 이들 두 언론사의 경향성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퇴직하고 저자거리를 다니면서 보통사람들이 지식인보다 훨씬 사물을 정확하게 보고 있으면 상황을 잘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지식인들은 사물을 왜곡하거나 곡학아세하는 경향이 많았다. 최근 국제정세는 매우 급변하고 있다. 내가 저자거리에서 만나본 대다수의 장삼이사들은 한국이 앞으로 살아가려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보통사람들 중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하게 배제하고 미국 한쪽편에 붙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반면에 교수나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미국에 올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이 워낙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덕진의 오늘자 칼럼을 보면서 이 사람이 무슨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오늘날 한국의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서 명청 교체기의 조선을 예로 들었다. 

     

    당시 명은 망해가고 있었고 청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다. 당시 조선은 명과 청 사이에서 제대로 줄타기를 했다면 두번에 걸친 호란을 겪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은 명이 망해간다는 것을 알고도 청을 배척하고 명을 선택했다. 

     

    명청 교체기를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기우는 명은 미국에 가깝고 떠오르는 청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 국가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덕진은 당연히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중러를 통한 실리를 챙기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장덕진은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나토는 점점 더 강해가고 중러는 더 약해가니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 거꾸로 된 듯하다. 집단 서방을 중심으로 한 나토는 점점 더 약해지고 있고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 국가,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장덕진이 이런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의 형식논리적인 구성요소도 충족하지 못하는 글을 쓰고도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서방이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사우스에 비해 점점 힘이 약해진다는 것은 조금만 균형잡힌 시각에서 보면 다 알 수 있다. 이런 뻔한 사실을 왜곡해서 굳이 한국을 미국쪽으로 몰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강점기에 지식인들이 집단적으로 변절하는 시기는 묘하게도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이었다. 최근 들어 학자와 언론인들이 거의 모두 미국의 영광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인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 말기에 조선의 지식인들이 집단적으로 변절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현재 그들이 직면한 구조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은 제국을 유지하면서 다른 강대국의 등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배적인 지위를 상당기간 더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실패가 연속되고 내부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패권을 유지할 수 없다. 

     

    미국은 갈라 놓았어야 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미, 중동과 아세안 아프리카 국가들을 모두 결집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장덕진을 위시한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인들은 미국을 마치 무오류의 국가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는 지금과 같은 미국의 힘의 약화가 한국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비교적 행동이 자유로운 여타국가들과 달리 국제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선택하기 어렵다. 그것은 한국이 처한 국제정치적 경제적 구조적 한계이다. 

     

    정말로 책임있는 학자이자 지식인이라면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식인들은 현실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구조적 한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최근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보면서 일제강점기 말기의 조선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보는 것 같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구분하는데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만세를 부르던 학자와 지식인 그리고 언론인들은 그때가 되면 내가 언제 그랬냐 하면서 중국 러시아 만세를 부를 것이다. 주체적 의식을 상실한 지식인은 상황의 노예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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