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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7 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 : 명명할 수 없는 세계혁명 혹은 영구혁명? >
    국제정치 2023. 5. 7. 13:56

    요즘 국제정세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역사적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와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합 현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데  심각한 방해가 되는 것은 과거의 지식체계에 얽매인 우리의 인식능력과 경향성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배우고 공부한 지식의 틀속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운 인식의 틀을 벗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면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전혀 새로운 세상의 현상을 그들이 배운 지식과 인식의 틀 안에 집어 넣는 것이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자신의 침대에 맞춰 줄이거나 늘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그냥 아무런 말도하지 않고 묵묵부답하는 것이다. 어느 편이 더 나을까? 묵묵부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보다 무슨 이야기라도 해서 현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낫다.

     

    흥미로운 것은 학자와 전문가들보다 요즘 보통의 생활인들이 국제정세의 변화를 훨씬 민감하게 느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 유학을 가지도 않았고 일상의 삶을 살아내는 보통의 사람들이 변화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그것은 시대의 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읽어내지 못하는 공부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관련 콘텐츠를 보다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거시경제보다 좋은 기업을 고르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아마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런 평가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통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내일 모래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올지도 모르는데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세계의 국제정치 경제적 상황은 19세기 이후의 역사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19세기부터 오늘날 21세기까지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의미있었던 단 한개의 역사적 사건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1917년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을 들겠다.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는 역사적 의미라는 측면에서 1917년 10월의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볼세비키 혁명은 혁명주체가 있었고 또 러시아라는 국가 1국내의 혁명이었다. 1국내 혁명이었기 때문에 혁명의 영향과 파급효과도 제한적이었다. 냉전이후 러시아가 민족해방운동과 제3세계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정치적 변화는 뭔가 다른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세계적 규모로 지금까지 세상을 지탱해오던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세계혁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마치 혁명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혁명은 방향이 있고 주체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세는 주체세력이나 변화의 방향이 불분명하다. 그저 브릭스 국가 중심으로 뭉쳐서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혁명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런 변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마도 그것은 소련 붕괴이후 좌파지식인들이 대거 전향하면서 더 이상 진보적 세계발전을 위한 지적 작업이 별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은 변화하는데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은 더 이상 지적발전을 이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마르크스의 저작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왜 이런 국제혁명 혹은 세계혁명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까? 마르크스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과정을 이야기 했다. 자본은 계속 축적되는 과정을 밟는다. 자본은 계속해서 축적해가면서 일국내의 착취를 완결짓고 소위 신자유주의를 통해 국제적 규모에서 축적에 나섰다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닐까 ?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상황은 자본 축적의 최종단계, 즉 국제적 규모에서의 축적과정을 지나 이제는 축적된 자본의 해체과정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자본은 계속해서 축적하지 못하면 붕괴된다.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이 그런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닐까? 미국이 이렇게 전개되는 세계적 규모의 혁명적 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것은 미국 스스로 내부적 모순에 빠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세계적 규모로 과거의 제3세계 국가들이 별다른 이념적 지향 없이 그리고 그 누구의 지도적 역할없이 모여들고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다수 국가들의 이런 행동변화를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은 혼돈시대, 카오스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혼돈을 혁명이라고 명명하는 것 이외의 바른 방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혁명적 상황이 마르크스가 예언했던 세계혁명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산력의 발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 미국을 제외한 소위 global south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자의식의 발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노예가 주인이 되는 과정’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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