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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16 인도와 베트남의 경우 그리고 윤석열의 4월 미국 방문 문제 >국제정치 2023. 2. 16. 13:21
한국내에서 소위 대외정책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통해서 발전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미관계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동맹파들이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한미동맹이 한국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한 것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과거에 승리했고 성공했던 이유와 원인들이 패배와 실수의 원인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금 한국은 바로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한국의 성장과 발전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을 미국의 영향력하에 묶어 두기 위해서 강력한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한국은 지금까지의 문법에서 벗어나야 계속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과 마찬가지로 국제정치도 융통성의 확보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신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이 원칙을 주장하고 규정에 입각한 국제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동맹국들이 융통성과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미국은 자신은 언제든지 태세를 전환하더라도 동맹국-사실 동맹국이라고 하지만 위성국에 불과한-들은 그대로 자신의 통제하에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초보적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여전히 한미동맹 강화를 유일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이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의 이런 상황과 달리 인도와 베트남은 매우 유연한 대외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인도는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러시아와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무기와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과의 군사협력이 곧바로 인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16조 6천억원 어치의 무기를 사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도 무작정 척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인도는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모두 470대의 민간항공기 도입을 발표했다. 인도의 타타그룹하에 있는 에어인디아가 유럽의 에어버스로부터 250대, 미국 보잉사로부터 220대의 초대형 항공기를 주문한 것이다. 인도는 이렇게 어느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훨씬 더 정교하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비교적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 같았던 베트남이 최근 들어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동안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사임했다고 1월 17일 언론을 통해서 발표했다. 그의 사임에 앞서 응우엔 국가주석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명의 부총리가 경질된 바 있다. 관리들의 부패문제를 원인이라고 했지만, 이번 베트남 지도부의 경질은 단순한 국내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베트남은 이번 국가주석 경질과 함께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응우엔 푸쫀 쑥 공산당 서기장은 22년 11월 중국을 방문하여 집권 3기에 들어선 시진핑과 관계를 강화했다. 시진핑이 집권 3기에 접어 들면서 가장 먼저 응우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공식회담을 가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베트남이 국제정세의 변화속에서 미국과 거리를 유지하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를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인도나 베트남과 달리 윤석열의 한국은 미국에 극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4월에 윤석열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을 공식방문한다고 하는데 거기서 무엇을 논의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미국은 IRA관련 법안의 시행령이나 미국 인프라 건설에 자국산만을 사용토록 한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에 일부 예외조항을 두어 한국기업을 우대하는 것처럼 하고, 한국에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강요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그나마 이렇게 주고 받기라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제공을 강요하고,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 단절을 강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윤석열의 미국 공식방문이 두렵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이 이렇게 미국의 호구가 되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나 미국이 우리 안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만 탓할 일이 아니다. 한국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한국인들이 세계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익인지 손해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미국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식민지적 노예 근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석열이 미국에 대해 말한마디 못하고 저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지배계층의 대다수, 그리고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주인이 아닌 노예의 정신자세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인민이 아니다. 인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인민이란 말을 사용하면 마치 공산주의자처럼 왜곡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민이란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진 존재를 말한다. 국민이란 황국신민이란 말에서 기인한 점에서 식민지의 잔재가 있지만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의지를 가지지 못하고 종속적인 존재라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국민이란 말보다 인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했다. 국민과 인민은 같은 존재를 대상으로 이편 저편 진영에 따라 부르는 말이 아니다.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한국인이 국민으로 머물것인가 인민으로 스스로를 고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아직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자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민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인민에 대한 위의 규정은 필자의 작위적 개념이다. 그러나 국민과 인민에 대한 분명한 학문적 정의가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필자는 작위적 개념 정의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민이라는 말을 사용하니 친북 주사파 계열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인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두고자 한다.
각설하고 4월말 윤석열의 방미가 말의 성찬속에서 한국에게 재앙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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