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13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임박한 위협인 이유>국제정치 2023. 2. 13. 11:03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갈등의 경계선에 있는 국가는 주변 안보상황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상황판단만이 생존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상황판단은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후대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치 및 경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기회보다는 위기에 더 가깝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위기는 예측하지 못했을때 더 위협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위협을 충분하게 잘 파악하고 있었다. 북한의 핵문제, 중국의 부상과 그로인한 경제적 위협이 그것이다. 일본과 독도문제와 역사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존립을 위협할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미국이 갑자기 보호무역주의로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질서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더 큰 변화를 초래한다.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국가의 성격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는 예외없이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한다.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산업기간을 강화하면 시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제국주의적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앞으로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과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연방국가의 힘이 매우 강해지면서 미국을 유지했던 연방과 주간 힘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연방국가의 힘이 강력해지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공화적 균형이 깨어지면 미국도 권위주의적 정치적 분위기로 바뀌어갈 것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위험은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크지 않다.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닥치는 것이다. 한국은 바로 그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직면하게 될 위기는 미국의 변화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자기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미국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변화는 통상의 범위를 뛰어 넘고 있다. 그동안 주장해오던 자유시장경제질서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로 급선회했다. 그동안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고 하면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국가 보조금을 공공연하게 도입했다. 아예 법적으로 수입장벽을 치고 있다. 내가 알던 미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이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언젠부터 이런 변화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갑자기 이렇게 방향을 바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이런 변화를 고민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거침없는 행동은 매우 일관되며 사전에 충분하게 계획되고 검토되었다고 추정하게 만든다. 미국이 이런 변화를 추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부상때문이 아닌가 한다. 미국은 중국이 부상하더라도 러시아처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전혀 다른 길을 갔고 오히려 미국을 위협할 지경에 처했다. 이미 오바마 당시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것들이 지금 행동에 옮겨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급선회하는 것을 보면서 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유도했는지 의문도 풀리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전략적 자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유럽과의 연대를 상실하게 될 것이며,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스스로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의 자원을 장악하려는 소로스를 위시한 미국 금융자본 일파와 군산복합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정책변화는 오히려 유럽의 지위를 약화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만든다. 되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국가 특히 독일이 손발을 묶어 버리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을 완전히 미국의 통제하게 두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기 위해 유럽을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약화된 유럽이 필요했다. 미국은 시장으로서의 유럽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의 위협을 활용하려 한다는 가설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려면 기존의 동맹국과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소위 동맹국과 관계 설정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고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국가를 미국의 통제하에 복속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면, 이미 충분한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미국이 말한 공급망재편이라는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의 자유무역질서를 포기하고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라 하겠다. 동맹국 중에서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국가들을 중국과 단절시키고 미국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생산기반능력을 확대하고 나면 미국에 의존하는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런 구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일본같은 국가들은 이미 미국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노드스트림2를 파괴하는 강수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러시아와의 교역량을 그리 많이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일본은 러시아와 교역량을 더 많이 늘렸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히 유연한 입장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물러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독일에서 보수정당인 기민당의 지지도가 점차 증가하는 것도 미국의 생각대로 독일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독일은 중국과 경제관계가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교역량을 많이 줄어들었고,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일로다. 국제관계는 주고 받는 관계다.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기만 하고 받는 것이 없다. 이런 현상은 불평등한 관계에서나 가능하다.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은 한국을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인 윤석열은 이렇게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서 안보정책과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환 안보실장과 추경호 부총리는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 김성환과 추경호가 지금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한국의 입장보다 미국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위기이자 위협이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인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이 초래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가장 위험한 위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게 가장 임박한 위협과 위기는 북한핵이나 중국과의 경쟁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 변화인 것이다.
한국이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길은 인민들의 각성이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의 인민들은 인민으로서의 주체적 역량을 지니지 못하고 마치 군중과 같은 즉자적 존재에 불과하다. 한국의 인민들이 주체적 인식을 가지려면 엄청난 충격이 필요하다. 아마도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이 그런 충격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과거에는 어려움이 오기전에 미리 각성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그런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충격을 받아 실존적 위협을 느껴야 비로소 변화를 하는 것이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담담하게 바라 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국제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2-15 미국 일극체제이후의 국제정세: 서세동점에서 동세서점으로> (0) 2023.02.15 <23-2-14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정리: 작은 변화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0) 2023.02.14 <23-2-12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국> (0) 2023.02.12 <23-2-11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질서의 변화 전망 : 변증법적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0) 2023.02.11 <23-2-9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관점과 시각에 대해> (1)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