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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1-14 역사적 맥락의 남북한 국가형성과정 일고: 1 북한의 경우>
    북한정책 2023. 1. 14. 07:51

    남북관계는 한국전쟁이후 가장 위험하게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언제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겠다. 정전 70년이 다되어가지만 여전히 적대적 관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적대적 관계를 해소할 민족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민족적 역량의 부족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에 대한 고민의 일부를 남북의 역사적 국가 형성과정을 통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으로는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남북이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각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우선 역사적 맥락에서 남북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남과 북은 냉전적 상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한 처지다. 한반도의 분단은 미국과 소련의 전후처리과정에서 발생했고 이는 곧바로 냉전으로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남한은 미국에 의해 정부가 수립되었고 북한은 소련에 의해 정부가 수립되었다. 차이가 있다면 남북한이 냉전종식이후 서로 다른 국가형성과정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국전쟁이후 중국과 소련의 간섭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완전히 독자적인 국가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북한은 중국과 소련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주성을 확보했지만 완전하게 자유롭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냉전체제하에서 소련의 위성국들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자주적 국가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958년 중국군을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58년 중국군을 철수시킴으로써 비로소 국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는 과정을 겪었다. 북한이 냉전이후 겪었던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독자적인 국가수립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1990년이후 30년동안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이 타고난 ‘냉전적 국제질서의 발생학적 기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본다면 냉전이 종식된 199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 북한이 지니고 있는 국가의 역사적 성격이 구분된다고 하겠다.  

     

    1990년 이후의 북한은 비록 ‘고난의 행군’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그런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벗어나 완전하게 자주적인 국가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북한의 핵개발은 냉전종식이후 생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완전히 자주적인 국가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북한이 국가의 성격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측면도 있다. 인민생활의 저하는 결정적이었다. 1970년대 한때 세계 17위권까지 올라갔던 북한의 경제력은 최하위로 떨어졌다. 반면 최하위였던 남한은 세계 10위권까지 올랐다. 정치와 사상의 자유는 물론이고 인권도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북한과 같은 상황에서 장기독재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수십년동안 수많은 인민이 굶어 죽는 것을 감수하고 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체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곧바로 북한의 국가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북한이 남한 보수세력의 김정은 비난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그렇게 보면 북한이 국가로서 완전하게 존속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기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김씨 왕조체제는 변화없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북한과 대화하거나 협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북한 체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현재의 세계정세는 북한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동안 북한의 국가형성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미국의 세계 패권이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방이 꽉 막혀 있던 북한에 탈출구가 생긴 것이다. 이미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적인 교역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일 북한이 이런 구속에서 벗어난다면 경제발전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일단 북한에 경제발전의 시동이 걸리면 그 성과는 우리의 예상을 한참 상회할 것이다. 강력한 국가중심 경제발전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우리도 박정희 정권과 중국의 경우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적어도 일정한 수준까지의 경제성장은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의 경제발전의 성과는 남한과 상당한 차이가 불가피하다. 남한에서 경제발전의 성과는 대부분 가진자들의 손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인민생활의 향상으로 선순환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완전한 자주적 국가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과실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 17위의 경제력에서 최하위로 떨어지는데 불과 2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완전하게 자주적인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은 30년이 걸렸다. 북한은 이제야 겨우 경제발전을 시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맞이했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패권이 북한의 행동을 제약하는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면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간섭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핵무장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형성의 기반은 독자적인 군사능력의 확보 여부에 좌우된다. 

     

    북한이 확고한 국가형성의 과정을 완성하고 나면 그 이후 경제발전은 매우 고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정도면 중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중심의 경제발전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중국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변화할 국제질서는 북한에게 상품생산과 시장확대의 호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한과 북한은 제2차 체제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남한은 앞으로 2-30년 안에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체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머물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북정책은 지금의 북한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혹은 30년후의 북한이 어떤 모습일까를 보고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권 처럼 상대방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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