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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 제3차세계대전 및 혁명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 전쟁>국제정치 2023. 1. 13. 09:30
당대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방향인가 아닌가를 규정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당대사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평가는 작의적이고 편파적이며 일방적이다.
특히 국가간의 사건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본질이 왜곡된다. 힘이 강한 국가가 평가의 기준을 선정하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한다. 힘이 정의인 것이다. 따라서 당대인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역사학에서는 당대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의미에 대해 가장 무지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올바르게 바라보려면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적 의미를 당대사 평가의 기준이자 준거로 삼아야 한다. 즉 미래적 관점에서 지금 발생하고 있는 사건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쟁 당자국의 평가는 모두 편파적일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혹은 침략전쟁 대 방어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 서방의 평가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선전전동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반나치라는 주장은 일부 타당성은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니고 있는 전체적인 의미의 지극히 일부분을 드러낼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서방의 대리전을 넘어 세계대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제3차세계전쟁이다. 앞으로 제2차세계대전과 같은 양상의 전쟁은 불가능하다. 주요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국간의 전쟁은 불가능하다. 전쟁은 비핵국가간 혹은 핵국가와 비핵국가간에서만 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국가간의 전쟁은 핵전쟁으로 비화한다.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 공멸한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전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히려 손실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해 남한과 미국이 핵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것은 자살적 행위라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아직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평가했었다. 처음에는 전쟁의 진행 양상에 주목하여 군사전쟁과 경제전쟁 두가지 양상에 주목하여 ‘이중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시간이 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중패권 경쟁과 중복 혹은 중첩되면서 제국주의국가대 피지배국가들의 전쟁, 실질적으로 마지막 형태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미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양상에 따라 ‘기술 군사 중심국가’와 ‘자원 시장 중심국가’간의 갈등 혹은 ‘자유시장자본주의’ 대 ‘국가독점자본주의’간의 투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양하게 혹은 혼란스럽게 평가한 것은 사건의 진행에 따라 각각 관찰과 평가의 관점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으며 사건의 진행과 함께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평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대사 평가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당대에 사는 사람이 당시의 역사적 의미를 가장 잘 모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그 평가의 기준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과거를 현재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당대사는 현재를 미래적 관점에 의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미래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미래의 평가 기준일 것인가에 대한 것조차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대사에 대한 평가는 유동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역사적 좌표를 찍어가는 작업은 중요하다. 우리는 오늘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좌표를 계속 찍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개월 절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필자는 전쟁의 혁명적인 성격에 주목한다. 여기서 혁명이란 지금까지의 역사적 진행경로가 바뀌는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프랑스 혁명이후 형성된 부르주아 체제가 한계에 봉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국가들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근대혁명의 최종산물인 국민국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국가는 자국내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은 자국내 부르주아지의 입장과 전혀 다른 결정을 하면서 부르주아 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 혹은 방기해 버린 것이다. 서구 유럽국가의 대부분은 미국의 위성국가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부르주아 혁명의 성과를 포기 혹은 방기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미국과 서구 국가의 행태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혁명전쟁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근대혁명의 산물인 국민국가가 과거처럼 기능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결정이다. 미국은 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나 전쟁을 선택했다. 미국의 결정은 결국 국제금융자본의 입김이 가장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결정과정은 일국내 부르주아 체제의 붕괴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 특히 유럽의 부르주아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는 관찰이 더 필요할 것이다.
변증법적으로 보아 구체제를 뒤엎은 부르주아 혁명이 반이라면 부르주아 혁명의 성과인 국민국가의 기능이 중지된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합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혁명적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합’의 그림자나마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현재 러시아의 정치 경제 체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전쟁의 다른 당사자인 러시아의 정치 경제 체제는 근대국민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연속성이 없다. 현재 러시아의 정치경제체제는 서구식 근대국민국가는 비연속적이며 오히려 단절적이라고 하겠다. 러시아의 슬라브주의가 그런 서구역사와의 단절적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하겠다. 서구와 러시아의 그런 단절적 현상이 전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전쟁의 결과는 국제정치적 질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회질서와 구조를 뿌리채 흔드는 계기가 되곤한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나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않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승리할 수 없다. 설사 미국이 참전하더라도 재랙식 전쟁에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이기기 어렵다. 만일 미국이 참전하면 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 발발할 것이고 미국과 러시아는 멸망할 것이다.
러시아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힘의 우위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승리하면 그 변화는 가히 혁명적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분열과 같은 국제정치적 변화를 넘어 유럽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쇠퇴할 것이며, 유럽의 부르주아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유럽사회의 변화가 발생할지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역사적 경험은 승자가 변화를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유럽에 러시아적 요소가 이식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변증법적으로 새로이 형성되는 세상은 결국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대결이 아니라 조화가 아닐까 하는 기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혁명전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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