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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미국의 패권 붕괴의 징조에 대해 >국제정치 2023. 1. 22. 09:28
최근 국제정세가 뭔가 이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패권이 급속하게 붕괴되는 징후로 읽힌다. 크게 서너가지 정도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다보스 포럼에서 드러난 자유무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입장이 완전하게 갈리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주요국가가 아닌 소위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의 패권에 저항하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미국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네번째는 미국내부의 정치상황이 뭔지 모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바이든이 비밀문서를 들고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바이든이 대통령의 역할을 하는데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 이시점에서 이런 현상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분석하고 파악하기는 어렵다. 징후와 현상이 미국 패권의 붕괴과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대부분의 일들은 장막뒤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동시대인들은 천막을 통해 희미하게 비춰지는 그림자만으로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앞으로 상당시간이 지난다음 각종 문서가 공개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패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은 뜨문뜨문 일어나지만 나쁜 일은 동시에 정신차리지 못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미국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 같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동시다발적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런 상황이 미국의 패권을 예상보다 빨리 붕괴시키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네가지 정도의 사건과 현상들을 조금 더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다보스 포럼 참가국들이 미국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으며, 미국은 다보스 포럼과는 거리를 두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보스 포럼을 주최한 세계경제포럼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1월 16일부터 20일간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미국은 참가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미국을 비난했다.
특히 중국과 유럽이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미국만을 추종하겠다는 충성심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중국과 적대관계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국의 윤석열도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윤석열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미국의 이익과 아킬레스 건을 공격한 것이다. 이미 윤석열은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 중심주의와 한국이 처한 실제 경제상황간의 괴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자신이 그런 괴리가 어떤 의미이며 그 간극이 말장난으로 메꿔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일 뿐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은 거의 외톨이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바이든이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만 엘런 머스크가 세계경제포럼을 선출되지 않고도 세계정부와 같은 행세를 한다고 비난했을 뿐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세계금융자본의 입장을 대변하여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세계 각국정부에게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드러난 미국 대 그 나머지 국가들의 입장차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번의 상황을 참작해보면 앞으로 세계경제포럼은 영향력을 상당하게 상실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세계경제포럼의 뒷배경이 미국 금융자본인데, 자신이 만든 무대에서 세계 각국이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드러난 미국과 그 이외국가들의 갈등에 대해서는 언론은 별 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당연히 주류 언론들이 다룰 수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그 변화의 의미를 추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패권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국가들이 노골적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패권경쟁의 무대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글로벌 사우스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래 남북문제라고 하는 것은 잘사는 국가와 못사는 국가의 그 역사적 배경과 정치경제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오히려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라고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 더 부합하는 것같다.
과거에 패권쟁패는 패권국과 도전국가들의 결투였다. 영국과 스페인, 제1, 2차 세계대전에서의 영국, 미국과 독일의 대결이 그렇다. 냉전도 결국 미국과 소련의 경쟁과 대결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 최근 들어 그런 중심국가 간의 패권투쟁 양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변부 국가들이 미국의 패권 약화와 붕괴의 과정에 직접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부 국가들의 반발과 집단행동으로 인해 미국의 패권에 사방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대 중국 러시아 라는 중심국가들의 대결국면이 전개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와 같은 남미국가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남미 국가들의 단결을 넘어 남미국가대 중국 러시아와의 동맹을 체결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월 17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러시아 해군과 연합군사훈련을 갖기로 하면서 그동안 유지해온 미국과 일정한 선을 그었다. 사우디는 다보스 포럼에서 석유를 세계각국통화로 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우디 재무장관의 이런 발표는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은 이런 소식조차 다루지 않았다. 이와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헝가리와 함께 남슬라브 국가들이 속속 EU의 대러시아 정책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균형을 유지했던 튀르키에는 이미 러시아 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주변부의 균열이 중심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보호무역은 유럽과 미국의 관계도 균열을 초래할 것이다. 결국 이번 미국의 패권은 중심구 국가들의 결투보다는 주변부 국가들의 반발과 이반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바로 이런 점에서 과거의 패권 투쟁과 이번의 패권 투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미국이 더 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32조 달러를 넘어가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미국이 지불해야할 이자도 천문학적 규모다. 미국 재무장관 옐런은 이번 6-7월 이후 연방정부 운영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패권은 급속도로 붕괴되며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급속하게 줄어든다. 아마 나토체제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가 협상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언급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협상과 전쟁도 상대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의 패권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겠다는 의지를 수차에 걸쳐 밝힌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도권은 완전하게 러시아로 넘어갔다. 러시아는 22년대비 86%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총 2천274억 달러(약 281조 6천여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전쟁과 경제전쟁의 이중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사전쟁도 이미 러시아가 완전하게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경제전쟁은 러시아의 완전한 승리다. 이런 상태에서 러시아는 미국에게 숨쉴 틈을 주는 어리석고 어설픈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요구는 점점더 많아지고 대담해질 것이다. 결국 유럽에서 나토의 해체 요구까지 제기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의 미국은 이런 상황을 뒤집을 역량을 모두 상실했다. 앞으로 세계 각국들이 미국채를 앞다투어 팔아 버리면 미국은 정말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국가부도에 직면하면 도와줄 곳이 없다.
네번째는 미국 정치권력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새해 들어 거의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된 신년사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밀문서 문제로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이 비밀문서 반출 문제를 겪는 것은 미국 정치권력 내부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금융과두정이다. 바이든을 후원해온 금융자본이 그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의 바이든 리더십으로는 미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자각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 볼 뿐이다. 이 또한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시점에 트럼프가 드산티스를 훨씬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대로라면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며칠간 발생한 사건들을 정리해 보면 미국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우크라이니 전쟁이 미국 패권이 붕괴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당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네가지 정도의 사안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자세하게 추적해 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개괄하는 정도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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