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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3 2023년 봄 중러 정상회담과 역사적 변곡점의 가능성>국제정치 2023. 1. 3. 10:55
2023년도 봄에 시진핑이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향후 국제정세의 변곡점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푸틴은 지난 12월 30일 시진핑과의 화상회담에서 내년 봄에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을 제의했다. 이런 정상급 방문과 관련된 제의는 통상 실무진끼리 사전에 조율되기 때문에 내년 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2023년 봄 중러 정상회담을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하는 이유, 제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 보다 확고하게 굳어져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잘 관리해서 미국의 패권을 이어받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기회를 엿보던 중국은 미국의 대중정책이 예상보다 훨씬 강압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고, 패권 전환의 연착륙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러시아와 힘을 합쳐서 미국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봄 모스크바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국제 정치질서의 구조가 자리잡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도 봄이후 중러관계가 어떤 성격을 갖게 될 것인가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지난 12월 30일 푸틴과 시진핑의 회담내용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푸틴은 시진핑에게 ‘군사적 협력관계’를 강조했다으며, 시진핑은 직접적인 군사협력에 대한 언급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과 새로운 국제정치 질서의 형성, 그리고 중러간 에너지 및 교역 확대를 강조했다.
푸틴과 시진핑이 강조한 것을 종합해보면 올해 봄에 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거의 전면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중국이 의도적으로 회피했던 러시아와 군사협력의 공식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2023년도 이후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게 된 이유는 미국의 대중 경제봉쇄 정책이 완화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나가겠다는 노선 변화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하겠다. 외교부장에 젊은 대미 강경주의자인 주미대사 친강(56세)을 임명한 것은 중국의 대미 강경노선 채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의 무기생산을 위한 각종 교역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그 협력의 수준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2023년도의 국제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 협력기구 및 브릭스 플러스 국가들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경제 영역, 즉 시장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23년도에 미국과 유럽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 올해에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경제의 심장으로 작동할 국가로는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과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만 나홀로 5%대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교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영역에 발을 담궈야만 올해 부터 다가오는 경제침체에서 타격을 적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관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게 되면 미국의 대중 경제봉쇄 정책도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의 칩4동맹과 IRA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여 앞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 보다 그와 상반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칩4동맹과 IRA도 생각만큼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칩4동맹에 가입하는 국가의 기업들도 중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
누차 언급한 것 처럼 앞으로의 세계 경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과 자원이 지배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자원이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고 설사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없으면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없다.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기업은 망한다. 한국은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는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가면 칩4동맹도 형태만 유지하고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면 올 봄 중러 정상회담은 중국과 러시아가 강대국간 협력이라는 범위를 넘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 및 시장국가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자원 국가의 상생적 협력이라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간 협력관계가 구축되면 이는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미국의 패권이 상당히 약화되어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시점까지는 중러의 이런 협력관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 봄 중러정상회담은 미국과 유럽의 협력관계가 점차 약화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집단들의 협력관계가 점차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정치 질서의 변곡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수도 있다.
이제까지는 미국의 실수와 과오로 인해 국제정치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경쟁은 미국의 실수와 과오를 가속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상황을 보면 이들이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국제정치 질서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나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 봄에 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는 국제 정치 질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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