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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4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상황 평가 : 변화의 가속, 유럽의 분열과 중러의 밀착 >국제정치 2022. 12. 14. 08:44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어떤 측면을 살펴볼 것인지를 잘 정리해야 한다. 전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층위의 고려요소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통상 전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여건, 전략, 작전, 전술적 측면을 망라하여야한다. 어떤 경우는 전술적 측면이 중요하고 어떤 경우는 작전적 측면이 중요하다. 어떤 경우는 국제적 여건과 상황을 바라 보아야 한다. 또 어떤 경우는 전쟁지속을 위한 교전국들의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작전적 측면이 중요한 시점에 전술적 측면을 집중 부각하여 상황을 진단하거나 국제정치적 측면이 중요한데 전술적 측면에 집중하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군사전문가연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전쟁을 결정하는 요소의 경중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정치적 요소,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속 능력이라고 하겠다. 현시점에서 작전적 측면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전술적 측면도 국제정치적 요소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속 능력여부보다 중요하지 않다. 전선에서의 일부 특이한 사항은 전쟁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연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전투현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다. 전투가 전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지르는 오류다. 중대장과 대대장 정도의 수준이라면 전선에서 전투의 향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입장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나토의 팽창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12월 12일 숄츠 독일 수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독일과 러시아간의 경제협력이 재개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지니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과는 달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및 발트 3국은 프랑스의 종전과 관련한 입장에 반대를 분명하게 밝혔다. 독일이 러시아와 교역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러시아가 향후 상황을 전망하는데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유럽의 이런 입장차이는 향후 상황의 전개과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랑스의 전쟁종식과 관련한 제안이 미국과 어떤 협의과정을 거쳤는지가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처음 프랑스가 전쟁 종식을 들고 나오면서 러시아의 안보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미국과 긴밀한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꼭 그리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이렇게 입장을 바꾼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유럽의 제조업 기반에 치명타를 날리는 것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이 전쟁종식이후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재개하겠다는 입장도 프랑스와 같은 자국 경제기반의 붕괴에 대한 우려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이 지속되면 될수록 자국의 경제가 파탄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럽 경제가 어려워지면 동구권 국가에 대한 EU보조금도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EU도 지속되기 어렵다. EU 분담금은 독일이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그 나머지를 감당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빠져나가면서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가 감당해야 하는 분담금은 더 늘어나고 있다. 지금처럼 독일과 프랑스 경제가 악화되면 EU를 단일시장으로 묶고 있는 분담금을 제대로 지불하기 어렵다. 서구와 북구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국가들은 EU 분담금 할당이 아니면 국가 경영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폴란드와 발틱3국 그리고 그리스 같은 나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만일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반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들고 나온다면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폴란드와 발틱3국의 지원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비용과 우크라이나 국가운영비용을 모두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함으로써 유럽의 생산기반 능력을 약화시키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이미 독일과 프랑스는 그런 함정에서 빠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빠져 나오겠다는 것은 유럽의 국제정치적 상황이 앞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일단 발생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올해 12월 말에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22년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적 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인 협력관계가 선언될 것이며, 이는 미국주도의 현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될 것이다. 중러 정상회담은 시진핑 3연임 이후 대외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3연임을 계기로 사우디 방문을 통해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 달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미국의 세계질서에 대한 공식적인 선전포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세계는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향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 시대의 변화를 앞서가면 국운이 상승하고 뒤떨어지면 국운이 하강한다. 현재의 한국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있다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인식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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