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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6 다극적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기, 이념과 가치에서 탈피 >국제정치 2022. 12. 16. 08:45
국제 정치질서가 변하고 있다. 변화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닐 정도로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 1990년 냉전종식이후 약30년 넘게 유지되어 오던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거의 모든 사고방식과 인식체계에서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앞으로의 세계에서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탈피는 새로운 세계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해져 있었던 거의 모든 고정관념들은 앞으로 바뀌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최근 전개되는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는 앞으로 국가경영에도 기존의 가치관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리학에서 존재하는 관성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에도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질서에서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라 하겠다. 친미, 반미, 친북, 반북, 친중, 반러, 친일, 반일, 친러, 반러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라 하겠다.
한국은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친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는 것이 당연했다. 한국은 냉전적 구도속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받은 국가다. 그리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전세계 제3세계 국가중에서 한국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8할이 미국주도의 국제질서에 순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미국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할 것이다. 한국은 당연히 대외정책의 상당한 비중을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 정치질서가 변화하는 만큼 한국도 새로운 세계에서도 국가발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 정치질서에 적응하고 순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자는 새로운 국제 정치질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한 브릭스 국가들과의 교역확대를 위한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계에서 한국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다. 이를 반미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이 스스로 국가발전과 번영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이익만 대변할 수는 없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 미국과의 교역으로 지금과 같은 발전과 번영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브릭스 국가와 교역확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만물의 제왕이다. 상황이 바뀌면 행동과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지금처럼 국제 교역환경이 보호무역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한 브릭스 시장을 버리면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여기서 적응이란 이편 저편 가리지 말고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교역을 유지하고자 하는 행위를 반미라고 비난한다면 이는 부당하다. 미국도 러시아를 악의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와 교역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은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수입을 하면서 다른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자원을 수입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의 부당함을 감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도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당함이 정도를 넘어가게 되어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면 감수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은 감수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무작정 반미를 주장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구하자고 하면 한국의 의견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반미하자는 것이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반미하자는 것이다. 극단적인 두개의 주장 모두 한국에 이익이 되지 못한다. 이런 경향은 북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필자는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과의 관계 강화는 중국에 대한 안보적, 경제적 측면 모두를 고려해 볼때 우리에게 매우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생각도 한국전쟁의 연속선상에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은 군사적으로 한국을 절대적으로 능가하고 있다. 다극적 세계질서의 형성과 중국의 성장과 발전으로 인한 위기와 기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 관계는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 특히 남한의 북한에 대한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남한에게 심각한 손실과 손해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필요성을 이야기 하면 친북 혹은 종북이라고 주장하며 백안시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말로는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냉전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북한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부의 주장들 처럼 북한을 마치 무오류의 지상낙원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남북관계는 철저하게 실리와 상호이익에 바탕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 닥치고 통일 닥치고 닥치고 미군철수와 같은 주장은 현재 남북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남북이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수구적 반공주의자와 함께 남한의 지나친 북한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논리와 주장이 극단으로 향하면 실사구시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북한도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주사파같은 세력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닥치고 한반도기만 흔든다고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동번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이 공동번영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냉정한 계산에 따른 상호이익 추구가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사회의 양극단에 존재하는 극우반북주의자와 주사파와 같은 사고방식은 똑같이 반민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적 세계에서는 극단의 이념과 사고방식이 생존과 번영에 유리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극적 세계질서로 바뀌는 상황에서 극단적 이념은 발전과 번영을 가장 크게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남이 규정하는 사고방식과 인식의 틀로 중국과 러시아를 보지말고 우리눈과 인식의 틀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바라보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은 어떤 경우에는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도전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이익과 도전 그리고 위기가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한다.
기존의 고정관념 그리고 관성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냉전적 질서와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에서 친구와 적은 분명하게 나뉜다. 다극적 질서에서는 아침의 친구가 저녁에 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극적 질서에서는 이념과 가치보다는 이익과 손해라는 관점에서 대외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냉전시대와 미국 일극체제에서 한국은 스스로 주도적인 국제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만들어진 세상과 여건에서 효율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면 되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정치 질서를 만들어 주었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스스로 유리한 국제정치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냉전시대 그리고 미국주도의 일극체제에서는 적과 친구라는 구분이 가능했지만, 다극적 질서에서 적과 친구라는 구분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단 한번도 스스로 국제정치질서를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힘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유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의 관성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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