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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2-15 한중외무장관회담, 현실과 관념의 모순 >
    국제정치 2022. 12. 15. 10:39

    12월 12일 박진 외교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사이에 1시간 15분에 걸쳐 화상회담이 열렸다. 한국과 중국의 외교부는 각각 회담 결과를 조금 다르게 발표했다. 한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 정상 간 교류를 포함한 한중간 다양한 수준에서의 교류와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고 발표했고, 중국 외교부는 주로 미국을 성토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중 외교당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중이 서로 딴소리를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로 공동의 관심사를 표현하거나 합의했거나 이해와 인식을 같이했다는 표현을 발견할 수 없다. 한중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했다면 상호간에 이슈가 있다는 의미인데 그 이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을 보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교역의 확대를 요구한 듯하다. 겉으로는 정상회담과 고위급 교류의 확대를 요청했지만 대중 외교정책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은 교류의 확대란 결국 교역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당시부터 시진핑의 방한을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시진핑의 방한을 언급한 것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취임당시에 시진핑의 방한을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것을 애둘려 표현한 것이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시진팽 방한을 말한 것은 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이 시진핑의 방한을 제시했지만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별로 않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한중간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상당한 수준에서의 성과가 담보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표방하는 대중정책의 기반에서 한국과 중국이 상호 만족할 만한 성과로 무엇이 가능할까?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은 굳이 한국이 아니라도 교역의 대상은 많다. 중국이 미국을 성토한 것은, 중국 시장에 접근하려면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입장과 태도를 정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과 교류의 확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의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교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경제가 내년도에 예상되는 경기침체에서 연착륙을 하려면 중국 내수시장으로의 진출과 확대가 절실하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의 상당부분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내년도에 중국의 내수확대를 위한 재정정책을 추진할때 한국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중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 외교부 입장의 배경에는 한국기업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필자는 왕이가 미국을 비판한 것은 한국이 중국시장에 접근하고 싶으면 미국과의 입장을 일정부분 정리하라는 요구라고 해석한다.  

     

    현재의 상황은 윤석열 정권은 한국이 처한 경제현실과 친미제일주의라는 관념사이의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친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미국은 이미 보호무역으로 전환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윤석열 정권이 대외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중국과 브릭스 경제에 대한 접근을 포기하고 경제위기를 담담하게 온몸으로 맞이하면서 파국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이 경기침체에서 연착륙하려면 미국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실리를 위한 대외정책을 도입하거나를 선택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권은 현시점에서 친미일변도의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실리를 채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년도 이후 한국 경제의 침체와 불황은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중국과의 교역확대와 관련된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친미일변도의 정책을 교정하면 곧바로 정권의 지지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윤석열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매우 협소하다. 윤석열이 극단적인 반노동정책을 시도하는 것은 교역확대라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대신 기업에게 유리한 노동조건이라는 반대급부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 상당기간 동한 한국의 노동조건은 매우 악화될 것이다. 

     

    화물연대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강압적 태도의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이 처한 모순적 상황이 깔려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행위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결단없는 얄팍한 술책으로는 한국이 처하게 될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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