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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2-13 거꾸로 읽기, 미국이 지역패권국가로 돌아가기 위한 의도라면… >
    국제정치 2022. 12. 13. 08:23

    미국은 치밀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했다.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을 수 없게 상황을 이끌고 갔다. 러시아는 2014년 마이단 사건 이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보고 전쟁을 준비해왔다. 미국과 서방의 예상을 깨고 러시아가 강력한 경제제재에도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관계를 강화했다. 이는 미국의 세계패권유지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 왜 미국은 스스로 세계 패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자살을 자행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 경쟁을 바라보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타당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불현듯 미국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면, 즉 과거의 지역패권국가로 돌아가려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문제를 거꾸로 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미중패권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해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세계패권국가라면 하기 어려운 결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그동안 필자는 미국 전략가들의 무능력으로 해석했다. 또는 미국이 국가차원의 이익과 무기회사차원의 이익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일 이런 일들이 미국이  세계패권국가에서 과거와 같은 지역패권국가로 경착륙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필자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 만일 세계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지역패권국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보고 그런 관점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다시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그렇게 생각을 하니 그동안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각종 사안들이 모두 하나같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연결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등장했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일극체제를 확립하게 된 것은 냉전이후인 1990년 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소련과 함께 패권을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지위를 누린 것은 불과 3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이 다시 지역패권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지금의 세계에 너무 익숙해 있다보니 미국이 스스로 일극체제를 버리고 다극체제의 지역패권국으로 돌아가려한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행동은 트럼프가 주장했던 미국우선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바이든의 정책은 트럼프보다 훨씬 민완하게 동맹국을 조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극체제의 패권국가에서 지역패권국가로 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극체제에서 패권을 상실하면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확률이 높다. 미국은 그런 무질서와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패권국가로 돌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이 성장하고 러시아가 다시 부활하고, 인도가 부상하며, 이란이 부상하고, 사우디와 중동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일극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현실이 그렇다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미국이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가정하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다시 보니 모든 사인들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되는 것 같았다. 미국이 지역패권국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을 설명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2022년 1월에 발표되었다고 하는 랜드 연구소의 비밀보고서다. 랜드 연구소는 이 보고서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보고서의 내용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미국은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를 차단하고 독일의 산업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현재의 상황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관계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직전, 영국은 독일과 소련의 관계가 가까워지면 자신들의 패권이 붕괴되는 것을 우려했다. 독소불가침 조약까지 맺었으나 히틀러는 판단 잘못으로 소련과 전쟁에 진입했다. 소련과의 전쟁으로 독일은 패권을 잡을 기회를 상실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아마도 당시에 독일이 소련과 관계를 강화하고 영국을 붕괴시켰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도 지금같은 패권국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한국은 일본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영국의 패권을 순조롭게 이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면서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러시아가 서로 협조하면 대륙이 주도한다. 독일과 러시아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 대륙은 약해진다. 

     

    제2차세계대전 이전의 상황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측면은 있다. 냉전 종식이후 독일은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이용하여 중국시장과 교역을 통해 국력을 유지했다. 이런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3각 구도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하면서부터 독일의 3각구도가 미국에게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통해 자국의 제조업기반 생산능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트럼프와 메르켈이 서로 으르릉거리며 싸웠던 것도 독일이 미국의 적대국인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을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이격시키는 것이 미국이 앞으로 세계 전략을 구사하는데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와함께 독일의 산업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것도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중국과 패권경쟁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아도 들리지 않을 것 같다.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 차단을 통한 독일의 약화 그리고 이를 통한 산업생산기반 강화를 미중패권 경쟁의 여건조성으로 본다면 미국이 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했는지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제조업 능력 강화를 위해 독일 산업의 경쟁력저하를 중요한 중간목표로 생각했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중국과 독일과의 교역저하로 중국의 교역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방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생산시설이 모두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결국은 유럽에 대한 경제파국이라는 결과로 돌아오면서 유럽의 산업생산 능력은 급격하게 붕괴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럽은 제2차세계대전이후의 처지와 비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매우 탄탄해졌다는 보도가 많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내용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제조업의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라면 유럽은 산업생산능력 저하와 에너지 및 원자재 식량 가격등의 인상으로 발생하는 불황형 인플레이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미국이 코로나로 돈을 많이 풀었다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지만, 현재 미국의 고용률 상승은 분명 제조업의 복귀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많다.  경제현상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를 정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외한의 의견으로 생각하고 잘 아는 분들이 추가적으로 보완해주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완시킴으로서 독일을 약화시키고 유럽의 생산기반을 미국으로 옮겨간다는 설명은 상당부분 합리적이며 타당하다.  

     

    그렇다면 최근 미국이 강력하게 시도하고 있는 반도체 및 전기차 생산시설의 미국이전을 위한 IRA도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독일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려 했다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반도체 및 전기차 생사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IRA 법안을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설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앞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대외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폐기하고 다시 고립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핵심적 이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앵글로 색슨 국가 즉 AUKUS나 5eyes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되 다른 국가와의 관계는 방기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핵심동맹국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나 한국은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에치슨 라인이 다시 그러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피터 자이한이 세일혁명이후의 미국 대외정책에서 개략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다면 한국이 미국편에 붙어 있겠다고 노력해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이 비용을 지불하며 지켜야할 가치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향후 미국의 대한국 정책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대한반도 정책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본에게 한반도에 대한 권한은 넘겼다. 그와 유사한 상황이 지금이라고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의도를 되새겨 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가급적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장기전으로 끌고가고 있는 것 같은 상황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쟁의 종료와 중지를 언급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전쟁을 더욱 확대시켜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발언은 전쟁의 조속한 정리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12월 5일 감행된 우크라이나 군의 러시아 전략폭격기 기지에 대한 공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측면에서의 설명과 해석이 필요하다. 

     

    12월 5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종심지역, 특히 전략폭격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은 미국의 정찰자산 지원과 통제없이는 불가능하다. 처음에 미국의 이런 행동을 조기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전체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끌고가기 위한 의도가 작동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와 나토국가간의 전쟁으로 확대하여 유럽 전체를 파국적 상황으로 몰라가려고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유럽이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스톨텐베르크 나토대표나 숄츠 독일 수상이 즉각 전쟁의 확대를 경계하고 푸틴과의 대화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전장이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유럽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장이 유럽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소모전을 수행하는 것도 전장이 유럽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작동했을 가능성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미 러시아도 미국의 이런 의도를 파악하고 전장을 우크라이나로 축소시키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대만과 한국도 전략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과 밧데리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가면 한국과 대만이 미중패권 경쟁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만이 TSMC 공장을 대만이외의 지역으로 옮겨 가면 미국이 대만을 중국과 전쟁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미국이 미국과 일본의 TSMC 공장에서 충분한 정도의 반도체를 확보한다면 대만에서 전쟁을 일으켜 대만의 TSMC를 모두 파괴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중국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도 그런 점에서 대만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보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의존해야 한다면 누구도 한국을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없다. 만일 반도체 공장이 미국으로 가버린다면 미국은 부담없이 한국을 전쟁의 불쏘시개로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지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옵션이라 하겠다. 한국의 반도체 공장이 파괴되면 미국과 서방의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을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시간이 지나면 미국의 패권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패권의 약화와 붕괴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극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지역패권 국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정치적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은 지역강국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급적 오래 끌어서 독일과 유럽의 경제적 기반을 붕괴시키고 그 반대급부로 제조업 강화를 통해 자신들의 경제체질을 강화하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도 그런 처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대만이 TSMC 공장을 대만이외로 옮겨버리는 것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세계패권국가에서 지역패권국가로 복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국제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기존의 논리와 사고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의 대외정책도 근본적으로 되돌아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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