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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23 북핵문제 : 유엔의 기능상실 그리고 북중관계의 연관성 >
    국제정치 2022. 11. 23. 09:13

    이번 11월 18일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의 기능상실을 초래했고 이는 북중관계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이 북핵문제를 대처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을 종속시키려고 했으나, 북한은 그런 중국의 의도를 핵의 힘으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북중관계를 종속적으로 보는 한 북핵문제는 절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유엔안보리 상임위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못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터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유엔의 기능상실과 북중관계의 변화를 통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힘은 관계를 변화시킨다. 

     

    북한 핵문제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 접어 들었다. 미적 미적 거리는 사이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이미 대세는 기운 것 같다. 앞으로 북핵문제의 여파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의 핵문제가 기존의 국제질서를 완전하게 붕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유엔의 완전한 기능상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여러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의 막연한 전망이 이제는 현실도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구축된 국제질서는 냉전의 종식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미국이 여전히 단일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안보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크게 두가지 사건 때문이라고 하겠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고 그 다음이 북한의 핵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중패권 경쟁과 맞물려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질서의 내용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란 유엔을 통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달러 기축체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좌우하면서 미국이 유럽을 사실상의 속주로 만들어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했던 것을 말한다. 미국의 절대적인 우위가 도전을 받는 것은 중국의 성장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패권의 내용적 요소, 즉 달러 패권의 약화와 유럽과 미국의 분열을 초래하는 역할을 했다면, 북한 핵문제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의 형식적 틀을 구성하고 있는 유엔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가 미국 패권의 형식적 외형적 뼈대인 유엔을 무력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이번 11월 18일 북한의 ICBM 발사이후 소집된 11월 21일의 유엔 안보리 상임위에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아무런 합의도 도달하지 못한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의장 성명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의 역할상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더 이상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접어 들면서 러시아의 지지도 얻을 수 없었다. 

     

    이번 11월 18일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경우와 성격이 다르다. 미국이 직접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위에서 북한에 대한 아무런 경고와 조치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유엔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유엔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미 유엔은 국제연맹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 결정적인 계기를 북한 핵문제가 만든 것이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태도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모두들 습관적으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언급한다. 심지어 윤석열도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적극적 건설적 역할을 주장했다. 한국이나 미국의 소위 북한 전문가들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때 마다 이들이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지원으로 살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할 때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나라 중의 하나가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내부에서 발간된 각종 자료에서 중국의 소장파 군인이나 전략가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보다 더 강력하게 비난했고 반대했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보다 중국의 견제와 제재가 더 어려운 장애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밀하게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2019년 6월 시진핑의 북한 방문 이후부터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후진타오가 2005년 북한을 방문한 시점을 즈음하여 중국은 최근까지도 북한 유사시 중국군의 북한 점령이라는 미국의 제안과 요구에 부정적이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김정일 사후 북한을 군대로 점령한다는 계획에 묵시적으로 동의하기도 했다. 한미연합사의 북한유사시 군사계획은 중국의 북한진입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시진핑은 2017년 4월 트럼프에게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은 고모부 장성택의 제거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의 주요 고위인사들이 상당수 처형을 당했으며 이는 중국의 영향력 제거를 위한 일련의 조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을 무도한 독재자라고 본다면 북한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읽지 못한다. 장성택 처형부터 시작된 일련의 조치는 1956년 반당 종파사건과 마찬가지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당시에도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연안파를 숙청했다. 2013년 장성택 처형은 1956년 반당종파 사건처럼 북한내 친중 세력 제거라는 조치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건국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북한이 최근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중국도 북한을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핵무장의 고도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이는 북한의 2017년 9월 3일 실시된 제6차 핵실험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북한은 제6차 핵실험을 통해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더 이상 좌지우지 하기 어렵다고 보고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계기를 2019년 6월 시진핑의 북한 방문부터라고 볼 수 있는 계기라고 하겠다. 2019년 6월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7년 부터 2019년 사이에 북중관계의 성격이 변화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즈음에 김정은이 중국을 수차례 방문한 것도 북중관계 재설정과 상당한 관련이 있지 않나 추정해본다. 

     

    결국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힘이다. 북한은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중국 러시아와 대등한 국제정치적 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이 중국에게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중국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의해 관계를 강요당했다. 그리고 북한을 옭죄던 유엔 안보리 상임위도 무력화되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연속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지금 한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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