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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7 이란, 튀르키에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정보작전 >국제정치 2022. 11. 17. 09:24
최근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튀르키예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폴란드 국경지대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런 일들은 각각 서로 다른 사건으로 보이지만 그 내막을 보면 묘하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정보공작이다.
정보공작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쟁과 달리 잘 보이지 않는다. 매우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언론도 보도를 하지 못한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고 근거를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암살과 폭력적 대중동원 등은 비밀스런 정보공작의 결과일 경우가 적지 않다.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인 색깔 혁명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대중 봉기가 자연스러운 인민의 자유 의사 표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정보기관이 개입하여 봉기를 조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전 전개된 홍콩의 민주화 운동 그 이전에 벌어진 아랍의 색깔 혁명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까지 최근 전개된 대부분의 대중 봉기는 예외없이 정보기관이 배후에서 조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나의 개별적 사건을 대중 동원까지 이끌어내는 조직적인 힘이 작동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4.19 혁명, 1980년대 서울의 봄,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같은 사건은 현대사에서 매우 특이하다. 운동권이 존재하긴 했지만 외부 국가나 정보기관의 개입없이 자발적으로 봉기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같이 순수한 대중봉기가 일어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외국의 독재국가에서 봉기가 일어나면 그것을 순수한 대중 봉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상당수의 대중봉기는 뒤에서 조종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아랍의 색깔혁명이나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은 미국 CIA의 배후 조종이 매우 의심스러운 사건들이었다.
한때 정보작전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그 효력이 점차 다하는 것 같다. 여러번 당하다 보니 각국의 정부도 그런 낌세를 다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얀마와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실패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물론 민주화 운동의 순수성은 당연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정보작전이라는 말이다.
1 이란의 시위 문제
이란에서 히잡 착용문제로 경찰에 잡혀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는 쿠르드 계열이다. 아미니 사망이후 시위는 확산되었다. 이란은 시위의 배후에 외국 정보기관이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강경대응 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란의 민주화를 열망하겠지만 그 배후에는 이런 시위를 통해 사회에서 혼란을 조장하여 정부를 약화시키고 전복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이란 정부는 보고 있는 것같다.
이란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번의 아미니 사망사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시위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1달 반 넘게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 규모나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 과거 아랍의 봄 당시에 효과적인 인민 봉기가 가능했던 것은 군과 경찰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대중 봉기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어서 정부는 주저없이 강력하게 시위를 진압한다. 그러니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인민봉기도 군이 인명피해를 감수하고 끝까지 강경하게 대응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번에 시위의 시발점이 된 아미니는 쿠르드 계다.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는 민족문제도 없지 않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는 이번 아미니 사망 사건이후 전개된 일련의 시위를 보면서 다시는 미국 및 유럽과의 핵협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이제 미군 함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미국은 트럼프 당시에 이란이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을 때 군사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쳤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말은 많이 했지만 결정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시위사건 이후 미국은 이란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이번 시위를 통해 그동안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이스라엘이 구축한 정보망이 상당히 노출될 것이다. 이번 시위 사건이후 이란은 중동에서 지역강국의 지위를 굳혀 가면서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2 튀르키예 폭탄 테러
11월 13일 이스탄불폭탄 테러가 발생해서 6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했다. 사건 발생이후 튀르키예 정부는 사건의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이번 테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 인들이 테러를 일으켰는데 이들을 미국이 교육시켰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격앙하여 미국의 조의를 거부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튀르키예의 반응으로 보아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같다. 미국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미국이 튀르키예에 왜 이런 테러사건을 기획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튀르키예의 사회혼란을 조장하려고 했을지 모르나 그리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쿠르드 족을 이용한 것은 튀르키예의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은 쿠르드 족을 이용하여 튀르키예에 강압을 가하려고 했을지 모르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튀르키예는 미국과 서서히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동서 유럽간 힘의 균형은 튀르키예의 몫이었다. 제1차세계대전이후 튀르키예가 해체되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흑해와 지중해의 세력 균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서유럽과 러시아간 힘의 균형은 육지인 동유럽지역에서가 아니라 흑해와 지중해에서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려 했고 유럽은 지중해에서 흑해로 진입하려 했다. 튀르키예가 제2차세계대전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지정학적 균형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튀르키예는 나토에 가입했고 인지를리크 공항에 미국의 핵무기를 보관하도록 했다. 힘의 균형이 미국과 서유럽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 다시 러시아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가는 것 같다. 그런 평가에는 튀르키예의 입장변화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은 에르도안 축출을 위한 군사 쿠데타까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에르도안 이전까지 튀르키예는 EU가입을 목표로 했으나 이제는 포기한 것 같다. 유럽이 튀르키예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 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미국의 쿠데타 시도 이후 대외정책을 급격하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와 러시아는 매우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튀르키예가 친러 일변도로 변해버리면 유럽의 전통적인 세력 균형은 완전하게 기울어진다. 왜 이런 위험부담을 스스로 감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튀르키예의 이런 지정학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외교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미국이 쿠르드 족을 이용하여 중동지역에서 역할을 확대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란과 튀르키예의 사건 배후에 미국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이 지역에서 더 이상 영향력 확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한다.
3 폴란드 국경의 미사일 발사 문제
폴란드 국경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즉각 나토가 공동대응한다는 소란이 벌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S300 지대공 미사일이 폴란드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간의 과정을 보면 의문스런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일 나토의 공동대응이 선포되면 이는 나토의 곧바로 나토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건이 정보공작으로 의심이 되는 것은 폭발사건 직후 전개된 유럽과 미국의 반응 때문이다. 나토와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즉각적인 나토 집단방위 조항을 검토한다고 하면서 분주했다. 사건 직후 러시아는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이들은 못들은 척 했다. 결국 바이든이 러시아 미사일이 아니라는 정보가 있다고 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폴란드 미사일 문제는 매우 복잡한 해석이 가능한 사안이다.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강경한 힘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로 나토가 공동방위를 발동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만일 발동한다면 그것이 나토의 해체를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누가 이런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만일 공동방위를 선언했다면 그 때가 나토가 종이호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은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러시아의 종전협상 참가를 강요하는 것 정도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미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이 바라는 것처럼 종전협상을 서두를 것 같지 않다. 지금 유럽에서 누가 러시아와 제3차세계대전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폴란드를 제외하면 아무도 러시아와 전쟁을 하겠다고 달려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폴란드는 앞으로 독일과 러시아에 의해 다시 제6차 분열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종합 및 참고 >
일국이 자신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하는 방법은 크게 네가지가 있다. 미군은 이를 DIME이라고 한다. D는 diplomacy, I는 Inteligence, M은 military, E는 economy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게 구분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외교적으로는 동맹국의 규합을
군사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수행을 위한 무기 장비 및 각종 지원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이 Inteligence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야기 한적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Inteligence는 단순한 정보수집과 판단의 범위를 넘는다. 정보공작 즉 Inteligence operation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이란의 시위, 튀르키예의 폭탄테러, 폴란드의 미사일 문제등은 모두 정보공작의 일환으로 보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평가하는 것도 dime 요소를 평가해보면 예측하기 쉽다.
외교적인 동맹국 규합과 강화 그리고 확대는 실패했다. (✕ △)
군사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하고 고착되고 있으며 점차 패배하고 있다 (✕ △)
정보 공작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 △ )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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