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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20 한국 핵무장 주장의 국제정치적 의미 1 : 공포의 균형과 미국의 패권상실 >
    북한정책 2022. 11. 20. 08:21

    최근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크게 두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나는 한국의 자체적인 핵무장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다. 이 두가지 주장은 북핵문제가 심각하면 항상 대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가지 주장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 자체의 핵무장은 미국이 허용할 수 없다. 그것은 국제비확산체제 확산 문제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핵억제력을 허용하기 위해 미국이 스스로 패권을 상실하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패권국이 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국제정치적 자살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술핵 무기 재배치는 그 의미가 보다 복잡하다. 

     

    이번에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이 어떤 국제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미국이 왜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허용할 수 없는 가늘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과 관련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어떤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한국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하루에 두개를 다 쓰기 힘들어 먼저 첫번째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겠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전술핵 무기의 재배치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전술핵 무기 재배치는 주로 친미인사들과 한미동맹주의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미국의 골드버그 대사가 그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그 강력했던 주장이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미국이 부정적이라는데 다른 이견이 있을 수가 없었다. 골드버그의 부정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골드버그의 주장과 조금 다른 입장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여전히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무기 재배치와 관련한 논의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캄보디아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수준의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한다. 미국의 중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그 표적이 중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핵과 미사일의 문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미러간 중거리핵무기협정(INF)폐기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국은 중거리 핵무기협정으로 중국과의 중거리 핵무기 전력에서 열세에 처해있다는 이유로 폐기를 결정했던 것이다. 그 이후 한동안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거리 핵무기 배치의 후보지가 논의 되었으며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강력한 후보지 중의 하나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인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강력한 수단이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아니라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은 전술핵 무기 재배치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나 이는 보다 복잡한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적 질서의 재구성을 필요로 한다. 중국이 더 강력해지고 미국 혼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일본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에 대비한 카드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남한에 전술핵 무기를 재배치 하는 것이다. 문제는 남한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는 한국에게 절대로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식민지 상태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체적인 핵무장은 전혀 논의의 맥락이 다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 논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한국이 어떻게 NPT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다. 그리하여 일부는 NPT 탈퇴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양해 및 비밀스런 핵무기 제조를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미국의 묵시적 또는 명시적 허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무장 논의에서 NPT와 국제비확산체제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지니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비확산 그리고 NPT체제도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제2차 세계 대전 승전국 그 중에서도 냉전의 양대 국가들의 세계적인 헤게모니의 확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헤게모니의 확보와 유지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미국이 국제적인 비확산체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그런 의미다. 

     

    북한의 핵무장에 가장 경기를 일으켰던 국가는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이었다. 북한의 핵개발과 무장까지 중국은 매우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핵개발 과정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매우 격렬한 반대를 했다. 특히 중국 군부의 전략가들은 당장이라도 북한에 처들어갈 기세였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부글 부글했지만 대외정으로 북한에게 공식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는 아마도 자신들의 대외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여전히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위장이나 기만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을 했지만 미국이 제시한 북한에 대한 각종제재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는 북한핵문제에 대해 오히려 중국보다 유연한 입장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하겠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게되자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 주장이 대두했다. 한때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자체 핵무장 주장이 있었다. 정몽준이 자체 핵무장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 자체 핵무장 논의중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NPT와 국제비확산 같은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NPT와 국제비확산체제도 결국은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초강대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짜 한국의 핵무장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동북아지역에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아마도 핵무기의 국제정치적 의미인 공포의 균형이 즉각적으로 작동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과 같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과 동일한 용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중국, 러시아, 북한, 남한, 일본의 핵무장을 의미한다. 이 정도가 되면 어떤 사소한 군사적 갈등도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이 작동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태는 한국에게 가장 유리하다. 한국은 그동안 대외정책에서의 자주적 선택을 제한 받았다. 그러나 그런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은 자체적인 안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부담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북간 적대적인 대치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전쟁의 발발이 곧바로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북한 적대적 대치가 무의미해지면 한미동맹도 무의미하다. 남한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데 한미동맹이 왜 필요하겠는가? 공포의 균형 메카니즘이 작동하면 미국이 빠져도 전략적 공백과 진공상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지역에서 군사적으로 국제정치적으로 무의미하다. 그저 경제적 교역의 대상으로 전략할 뿐이다. 

     

    미국이 빠져나가고 남한이 핵으로 북한을 억제하게 되면 남북은 적대관계 해소에 나설 것이다. 남북간 적대적 관계의 해소는 한국에게 거의 무한정한 대외정책에서의 자유를 의미한다. 한국은 미국의 눈치보지 않고 중국과 자유로운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구속 받을 이유도 없다. 한국은 러시아와도 교역을 자유롭게 추진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북한을 거처 남한으로 바로 이어질 것이며 러시아의 원유도 곧바로 남한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독일이 통일이후 누렸던 러시아 프리미엄을 한국이 누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하게 쇠퇴한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쇠퇴는 곧바로 미국 패권의 상실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게 한국의 핵무장은 단순하게 NPT나 국제비확산체제의 유지라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상실하고 북한 ICBM의 위협에 노출되는 처지로 전락한다. 미국이 이런 상태를 스스로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당연히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효과도 없는 확장억제만 되뇌이면서 한국을 달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은 자체핵무장을 주장하겠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 유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다.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서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문제의식에 입각해야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 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추정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국의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편에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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