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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10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상황 평가 :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 변곡점을 넘다. >
    국제정치 2022. 11. 10. 09:37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적 변곡점을 지났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일선의 군사상황을 뒤집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는 승리할 수 없고 군사적 우위가 러시아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이는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 환경의 변화가 없으면 전선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가 결정적인 군사적 열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희망을 바랄 수 없는 상태가 도래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상황은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 변곡점을 지난 듯하다. 이말은 군사적인 기적이 없으면 전략적 환경이 바뀔 수 없다는 말이다. 이미 군사적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인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뜻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시간 문제라는 의미다.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 변곡점을 넘어 섰다고 판단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 정도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국제정세의 변화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며, 다수의 국가가 러시아 편으로 기울었다.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정치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질서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쏠림 현상이 뒤집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대러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과 유럽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대러제재의 직접적인 부작용이다. 결국 대러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으며 반대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넘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전쟁지속 능력의 상실이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데 반해 러시아는 지금부터 무기와 장비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나치게 많은 병력을 상실했고 무기와 장비도 부족하다. 시간이 가면 병력과 무기 및 장비의 부족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아무리 전의가 높다하더라도 병력이 없고 무기와 장비가 없으면 싸울 수 없다. 

     

    위의 세가지를 조금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미국과 유럽의 분위기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상원은 박빙이고 하원은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선거과정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후진국에서나 있음직한 매표와 대리투표 같은 이야기가 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나오는 것은 쇼킹하다. 민주주의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한데 미국의 민주주의도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만큼 이번 중간선거의 정치적 갈등은 심각했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런 갈등과 분열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물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다고 해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강경한 태도를 그만 두는 것은 미국 영향력의 급속한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지금과 같이 우크라이나에 계속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원 규모도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지원을 줄이거나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이미 감지한 것인지 이미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를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이는 분위기인 듯 하다. 

     

    11월 8일 나토 사무총장 스톨텐베르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푸틴의 승리는 다른 독재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언급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분위기는 바뀌었다. 뉴욕타임즈는 11월 2일 기사에서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외교위원회 선임 연구위원인 찰스 컵찬의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시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의 언론은 보수 진보할 것없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천명했다. 비록 기고라는 형태를 빌었지만 뉴욕타임즈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기사를 실은 것은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유럽은 미국주도의 국제정치 질서에서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숄츠는 시진핑과 정상되담에서 다극적 질서 구축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표한 바 있다. 다극적 질서란 미국 주도의 질서를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는 독일의 대외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숄츠 수상이 귀국후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를 표명했지만 이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상황관리 차원의 맆서비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독일 내부 상황은 심각해서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며 독일 혼자 버틸 수 없다. 당연히 중간선거 이후 독일은 미국을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중지해 버릴 가능성이 클 것이다. 

     

    독일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주도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프랑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11월 7일 프랑스 재경부 장관인 브뤼노 르메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EU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되고 있다며 EU 차원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미국과 유럽이 서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러시아라는 공동의 적을 대상으로 유럽이 미국과 힘을 합쳐서 얻는 이익보다는 손실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유럽의 단일 대오는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 이번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2. 대러 경제제재의 실패, 브릭스의 팽창과 시장의 형성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는 완전하게 실패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중국의 경제적 확대만 초래하는 등 반대효과만 나타났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공백이 발생한 러시아 시장에 아주 쉽게 진출했다. 올해 1월 부터 10월까지 양국의 교역량은 1500억 달러 규모로 과거보다 약 33% 이상 증가했다. 유럽은 러시아 시장을 중국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뺏긴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 수입중지 조치를 중국과 인도를 통해 상쇄할 수 있었으며 오히려 국내산업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이와함께 미국과 서유럽이 장악한 시장에 대항해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시장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브릭스에 참가하려는 국가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알제리까지 브릭스에 참가하겠다고 요청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뉴스는 브릭스가 교역을 위한 화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이 강력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위완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브릭스 참가국은 어느 일개 국가의 화폐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이 달러를 기축 통화위치를 이용해 어떻게 했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가 자체 기준 통화를 만든다면 세계 시장은 양분화된다. 미국 정부의 발권에 따라 좌지우지 하는 것보다 브릭스 공동의 화폐는 훨씬 변동성이 적을 것이다. 브릭스의 통화와 달러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 서서히 브릭스 통화가 더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금리인상에서 드러나듯이 일국이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는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가 실패했다는 것은 미국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자 보도를 농해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 JP 모건과 시티은행 등을 위시한 주요 은행들에게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이나 비료생산업체인 우랄칼리 및 포스아그로 등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도록 은밀히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태도는 대러 경제제재가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러시아와 교역을 계속하고 동맹국은 러시아와 교역을 차단하는 이중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불만을 가지고 바라보는 유럽이 언제까지나 불만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대러제재는 유럽의 경제위기를 넘어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러제재로 인해 전세계적인 공급망이 붕괴다.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패권을 직접적으로 붕괴시킨 전략적 자살이라 하겠다. 

     

    이번 금리인상이후 미국은 경기침체가 본격화 되었을 때 여기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금리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달러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미국 채권을 사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채를 살 이유가 없고 일본은 여력이 없다. 미국연준과 미국 시중은행도 미국채를 살 수 없다. 미연준과 시중은행은 미국채를 사기는 커녕 팔아야 할 지경이다. 앞으로 브릭스에서 기준통화를 발행하면 안전자산으로 달러보다 브릭스 통화를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3 전쟁 지속능력 문제 

     

    아마추어는 작전을 생각하고 프로는 군수를 생각한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작전이 아니라 군수다. 군수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절대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단기 결전이라면 일선 지휘관의 군사적 천재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전으로 오면서 전투와 작전에서의 승패는 전쟁의 승패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쟁은 오래 버티는 측이 승리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도 결국 경제력의 열세 때문이었다. 

     

    군수차원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치루었던 국가다. 시간만 지나면 각종 무기와 장비를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갈 수 있다. 원가는 매우 싸다.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대규모 지상전을 고려한 군수지원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비싼 가격으로 미국의 무기생산기업 배만 불리고 실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는 제대로 보급하기 어렵다. 

     

    전쟁수행 면에서도 시간이 가면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인 것이다. 한동안 러시아의 무기와 장비가 모두 동이 났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 보도는 서방의 일방적인 프로파간다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 군수공장이 정상가동되면서 무기와 장비가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드론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무기 및 장비생산은 거의 한계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처럼 신속하게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산업동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기생산업체도 갑자기 생산라인을 늘릴 수 없다. 지나치게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 전쟁이후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서 미국과 유럽을 최대한 괴롭히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의 종식은 러시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4 곡물수출과 도덕성 문제 그리고 튀르키예의 태도 

     

    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자기편으로 많은 국가를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위시한 최빈국에 무상으로 곡물을 지원할 것임을 밝히면서 자신의 도덕성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런 행동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제3세계의 빈곤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말을 해놓고 사실상 거의 모두 유럽으로 수입한 유럽의 이중적인 태도와 대비된다. 러시아는 바로 이런 서구의 위선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함께 입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튀르키예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완전하게 러시아에 기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흑해와 지중해의 관문인 튀르키예가 어떤 입장에 서느냐는 유럽의 세력 균형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튀르키예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판매했다. 튀르키예의 드론은 러시아 군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피해의 상당수가 튀르키예가 판매한 드론에 의한 것이었다. 그랬던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은 러시아의 에너지 제공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흑해를 통한 파이프라인으로 튀르기예에게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후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해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정치에서는 국익앞에서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급속한 관계강화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튀르키예가 다시 미국과 유럽에게 가까이 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설사 에르도안이 실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곡물수출과 에너지 수출로 얻은 국익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 종합>

     

    우크라이나 전쟁의 군사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11월 말이 되어야 윤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인 환경은 이미 그 대강이 정해졌다. 

     

    전쟁은 러시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국제정치적 혹은 전략적인 환경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동계 작전에서 러시아 군을 완전하게 패배시키는 정도의 성과가 있어야 하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한 그런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면 역사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자유민주주의가 열위의 체제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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