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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 우크라이나, 미중패권, 북한 그리고 이태원 참사와 촛불 >국제정치 2022. 11. 7. 08:31
리영희 선생 12주기 추모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세미나에 토론자로 초대를 받았다. 리영희 선생 추모행사라는 이야기에 주저없이 바로 초대에 응했다. 추최측에서 초대해 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리영희 선생께서 살아계신다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고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리영희 선생같은 분이 살아 계신다면 소위 진보진영의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자들이 지금처럼 후안무치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까?
요즘 한국의 정치권을 보면서 마음이 착찹하다. 대외적인 여건은 점차 더 악화되어 가는데 정치권은 오로지 헐뜯는데만 혈안이다. 모두 정치를 해서는 안되는 자들이 정치를 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로지 살아남아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저급한 품성의 인간들이 정치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독일이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그 와중에 북한은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도발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한미가 도발했다고 할 것이다. 누가 잘했고 못했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양 측 모두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의지의 충돌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가 무의미하다. 서로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북한의 이에 대한 대응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처럼 계속 상황을 에스컬레이션 시켜 나가면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일 뿐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금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남한은 그 와중에 어정쩡하게 미국에 편승하고 있다. 자존심 싸움이 도가 넘치면 그 불똥은 우리에게 떨어질 뿐이다. 한국이 정말 자신있으면 미국의 개입을 요청하지 말고 한국 단독으로 북한에게 맞설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무섭다고? 그런 배짱도 없이 어떻게 생존을 할 수 있겠는가? 무슨 일만 있으면 쪼르르 미국에 달려가 도와주세요! 제발! 이러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측면에서 한국전쟁이후 지금보다 안보상황이 더 유동적인 경우는 별로 없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으며, 대외교역 여건이 날로 악화되는 와중에 북한이 바야흐로 핵보유국으로 굴기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정치권은 이태원에 빠져 있다. 윤석열 정권은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묻고 상황을 정리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를 빌미로 촛불 운동을 일으키며 정치 문제로 비화시켜 이재명을 지키려고 한다.
이태원 참사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것이라 하겠다. 청와대를 옮기지 않았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실 이전의 나비효과가 이태원 참사로 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이정도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실무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겨우 용산경찰서장 하나 정리하는 것으로 때우려는 윤석열 정권의 용렬함에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당연한 정치적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그런 태도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경찰의 잘못도 있고 국가운영 체계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경찰에 너무 많은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다 보니 병목현상이 생긴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형사적 문제라기 보다는 직무의 체계에 관련된 문제가 더 크지 않은가 한다. 야당이 몰아치니 경찰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한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웃기지도 않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사건은 수사보다는 먼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무상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범죄가 확인되면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사건은 경찰 지휘부를 수사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무능을 개선해야 할 사건이 아닌가 한다.
이태원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정보의 독점과 왜곡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보고문제가 있었다.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것은 정보를 경찰이 독점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곧바로 국정원이 바로 개입해서 경찰청, 행자부, 대통령실로 보고가 되었을 것이다. 국정원은 국내정보기능을 박탈당했다. 심지어 군정보기관도 보고를 했을 것이다. 이태원 지역은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있어서 정상적이라면 군 정보기관이 그 동향을 항상 살펴야 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국정원이나 군 정보기관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차단 당했다. 그런 곳에서 얼쩡거리다가 걸리면 바로 처벌받는다. 그러니 아예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정보 보고는 항상 중첩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고 공백을 막을 수 있다. 정보를 경찰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문재인 정권이었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기능을 수행하면서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아예 기능을 제거해 버린 것이다. 결국 정보기능을 지나치게 단선화해버렸기 때문에 애꿎은 젊은이들이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윤석열 정권에게만 묻는 것은 불공평하다. 문재인 정권도 책임이 있다.
정보기관은 비록 부작용은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 인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정보기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틀리지 않다.
이태원 사건을 보면서 실망스러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급변하는 대외관계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서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정권 비판에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상적 이념적 뿌리가 국민의힘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남북관계의 화해와 발전이라는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번 위기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도가 넘친 상호 도발적 행동을 이렇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을 일방적으로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 행동은 평화의 유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적어도 미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북한도 상황을 에스컬레이션 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어야 했다. 모든 것을 북한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위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싸움을 붙이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패권 경쟁에 대해서도 국민의 힘과 별로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정치적 이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념과 이상의 차이도 없이 오로지 권력만을 서로 다투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의 대의를 이미 상실했다.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정치를 이재명 방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리영희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을 그리고 문빠와 이빠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마도 반역사적이며 반민족적이라고 질타했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동안 뉴스를 볼 수 없었다. 너무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세월호 때는 한달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이태원 참사에 관한 뉴스는 가급적 보지도 않았다.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촛불을 들며 그들의 죽음을 국내정치적 싸움의 도구 그리고 이재명과 문재인의 방탄조끼로 만들어 가려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 한반도의 평화와 인민의 삶은 이재명과 문재인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말 해야할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그들의 무책임과 무능함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을 해체하라.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고 인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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