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 10-2 총성없는 제3차 세계대전 그리고 현 미국의 상태에 대한 평가 >
    국제정치 2022. 10. 2. 11:17

    앞으로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세계 정세는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세계는 소리나지 않는 전쟁에 돌입했다. 가히 총성없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 할만하다. 전쟁은 국가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강대국들이 패권쟁탈을 위해 총과 칼로 전쟁을 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는 대리전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핵은 강대국간의 직접적인 군사적인 충돌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이 강대국간 대리전의 성격을 대표한다고 하겠다. 베트남전쟁은 민족해방이라는 대의위에 강대국의 대리전이 중복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하겠다. 한국전쟁은 민족해방이라는 성격보다는 강대국의 대리전쟁이라는 성격이 더욱 짙게 드리워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전쟁의 성격차이로 인해 베트남은 전쟁종료이후 자신을 지원해준 중국이나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적인 노선을 견지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북한은 어마어마한 댓가를 지불하고 핵무장을 했고, 그 댓가로 지금처럼 자주적인 노선을 견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남한은 아직도 여전히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냉전 종식이후의 전쟁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일방적으로 침략했다는 점에서 냉전시대와 차이가 있다. 소련의 붕괴로 인해 미국의 대외군사행동, 특히 중동지역에서의 전쟁을 견제할 세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견제를 받지 않은 미국은 마음껏 전쟁을 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의 영향력 범위내에서 국가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전쟁을 수행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에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국가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이용하여 러시아에게 전쟁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대리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래서 이중적인 성격을 띤다. 미국에게는 대리전이고 러시아에게는 국가정체성 유지를 위한 전쟁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니는 세계사적인 의미는 이 전쟁이 냉전종식이후 불과 30년간 지속된 미국 단극시대의 마지막을 고하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든 정상에 서면 내부적인 모순이 축적된다. 그런 현상은 피할 수 없다.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모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고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쟁을 시작한 것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유로 미국 금융자본이 러시아로의 진출을 거부당했고, 중국과 의 전면적 갈등도 미국 금융자본이 중국으로의 진출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을 쓴적이 있다. 미국의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진출하여 과실을 누리기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시장접근이 자유롭게 가능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이 그 국가의 민주화임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이 세계의 민주화를 주장한 것은 미국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점은 이미 상식적인 이야기다. 미국의 영향력을 받는 국가들은 민주화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해당국가의 권력이 강력할 때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금융자본의 접근을 거부한 것은 국가권력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고한 국가권력체제를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키지 않고는 더 이상 세계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 직면했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갈등에서 미국이 이기면 다시 미국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으면 전세계 어떤 나라도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국가는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여 영원하라라는 구호는 사실이 될 것이다. 

     

    만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무릎을 꿇게 하는데 실패하면 미국은 급격하게 패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 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충돌은 직접 군사적으로 부딪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가히 소리없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가 각자 국운을 걸고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대전이 통상 그랬듯이 이런 갈등은 하루이틀만에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직접적인 군사적인 충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갈등의 기간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양측은 동맹국 규합도 거의 마무리 되었다. 미국은 유럽과 한국 및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기구와 브릭스국가를 중심으로 각각 진영을 재편하고 있다. 상하이기구 와 브릭스 국가들은 아직도 세력을 서서히 규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유럽은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에서 조금씩 이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럽의 핵심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국내정세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마크롱은 이미 국정장악 능력을 상실했고, 이탈리아는 극우세력으로 불리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았다. 이탈리아 우파세력의 승리로 총리가 될 조르지아 멜로니는 무솔리니의 사상적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이탈리아는 나토 중심의 집단안보체제를 부정하고 EU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우파세력이 정권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이었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확대 및 중국과의 교역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독일 연방의회는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보내자는 법안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주장했던 독일사민당과 녹색당이 더 이상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독일과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만들어 가려고 했으나 그런 시도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독일 사민당의 숄츠 총리가 언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앞으로 독일은 마르켈 류의 보수정당이 권력을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메르켈은 대표적인 대러시아 유화주의자였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가 되면 국운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독일통일의 주역인 비스마르크는 대표적인 대러시아 유화주의자였다. 비스마르크는 러시아와 전쟁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비스마르크가 물러나고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에 접어 들면서 독일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이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두번의 세계대전이후 독일이 러시아의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은 어찌보면 예외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세계적인 패권을 두고 싸우는 쟁패는 동맹국의 규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동맹국을 서서히 상실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싸움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동맹국이 늘어나는 측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이기 어려운 싸움이라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크게 보아 두가지 정도일 것이다. 첫째는 여러군데에서 대리전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미국내부의 모순을 해소하고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기반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이 대만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위의 두가지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쉬운 것은 미국이 부의 재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줄이면 미국의 힘은 매우 강력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의 해소를 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한계인 것이다. 극도로 부유한 미국의 기득권들이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모은 부를 나누지 않으려는 이기심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도 미국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한국이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의 근원에는 빈부격차가 숨겨져 있다.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인구부족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다. 한국도 일정정도의 부가 재분배되면 내부적인 활력이 지금보다 한층 더 활성화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를 기득권화시키면서 기존 기득권을 옹호했고, 윤석열 정권은 당당하게 기득권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남한은 아무리 많은 무기를 만들고 기업이 부자가 되어도 북한보다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당면한 길은 급격하게 패권을 상실하느냐 아니면 완만하게 패권을 상실하느냐의 선택일 뿐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이 패권을 급격하게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패권 속에서 번영해왔던 한국의 쇠퇴도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앞으로 한세기동안 한국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오로지 미국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 

     

    한국은 유럽보다 여건이 더욱 좋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도 존재하고 있어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당 야당할 것없이 모두 미국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동안 정치권이 미국의 보호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이 살아남을 있는 길은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변화를 수용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