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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9 미국제국에게 있어서 독일의 전략적 가치의 역사적 변화과정 >국제정치 2022. 9. 29. 07:37
독일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변한 것 같다. 진위논쟁이 있지만 랜드연구소에서 작성했다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독일 경제의 붕괴를 노린 것으로 나온다. 필자는 처음부터 러시아의 전쟁목적이 미국과 유럽의 이별이라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 핵심이 독일문제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와함께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의 반독일적 태도의 문제를 여러번 지적한 점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핀란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당의 이념과 전혀 다른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은 이미 그들의 태도를 사전에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의 사전 공작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유럽은 앞으로 가난하고 후진적인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고도 언급한 바 있다. 유럽은 미국에게 있어서 제2의 남미가 되는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독일의 부흥은 많은 사람들에게 독일의 저력을 그 동인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독일은 결국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부흥할 수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독일은 20세기 이후 미국이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국가로서 존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독일은 보불전쟁이후 통일에 성공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 패배하면서 다시금 해체의 위기를 맞았다. 그랬던 독일이 통일을 유지하고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혁명 덕분이었다. 러시아 혁명이 발생하고 소련이 탄생하자 미국은 공산혁명을 차단하기 위해 독일을 방파제로 활용하고자 했다. 독일이 제1차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소련 덕분이었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독일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독일을 부흥토록 하기 위해 희생이 강요된 것이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독일은 미국과 영국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히틀러 치하에서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르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소련의 입장이 서로 충돌하면서 독일은 제2차세계대전으로 향하게 된다. 파시스트 독일이 악의 화신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팽창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식의 설명은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원인에 대한 천박한 이해의 수준을 제공할 뿐이다.
영국의 챔벌린이 유화정책을 추구함으로써 독일의 팽창야욕을 막지 못했다는 류의 해석은 당시 유럽의 국제정치 질서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며, 그 자체적으로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영국의 챔벌린은 독일과 협조를 통해 소련을 막고 미국의 패권도전을 막으려고 했으며, 처칠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독일의 약화를 시도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챔벌린은 독일과 손잡으려 했으나 실패했고 처칠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영국이 미국의 하위파트너임을 인정하면서 영국의 역할 축소를 인정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미국과 처칠의 영국은 사회주의와의 승부를 내기보다는 먼저 자본주의체제내에서의 위상을 정리하는 길을 택했다고 하는 것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국제정세를 이해하는데 훨씬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한국은 제1,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럽의 외교사에 대한 연구가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필자가 위에 기술한 내용은 한국의 외교사나 국제정치학계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은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상기 내용은 필자의 서양현대사 대학원 선배인 홍박사와의 토의과정을 통해 개략적인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여전히 제1,2차 세계대전에 대한 외교사 기술은 미국의 관점에서 정리되어 있을 뿐이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독일은 패전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존속할 수 있었고 번영할 수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이후의 독일은 제1차세계대전 이후보다 훨씬 더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냉전기간 내내 독일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다.
미국과 독일의 역사적 관계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냉전이후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독일은 냉전종식이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를 이용하여 독일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으로 산업경쟁력을 확보한 독일은 중국시장으로 진출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독일과 러시아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옵션이었으며,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투쟁으로 진입하면서 독일의 중국과 교역은 눈의 가시나 마찬가지였다.
트럼프가 메르켈의 독일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메르켈의 독일은 중동부 유럽을 자신의 영향권하에 두면서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를 바탕으로 중국과 교역을 함으로써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방파제라는 자신들이 부여한 전략적 임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일까? 독일이 러시아의 방파제가 되지 않고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교역을 강화하면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은 독일을 약화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은 독일이 어떤 국제정치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랜드 연구소의 문서대로라면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은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전쟁발발 자체가 어려워졌을 것이고, 독일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 봉착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드스트림 해저관로 3개가 모두 파괴되었다. 고의적인 손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공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이 아니라면 미국의 사주를 받은 영국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미국을 지적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다. 침묵시키게 만드는 힘이야 말로 진짜 힘인 것이다. 노드스트림의 파괴로 가장 이익을 보는 국가는 미국이고 가장 손해를 보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약화와 붕괴는 필연적으로 유럽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번 전쟁으로 유럽은 15세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더 높아 졌다. 유럽은 가난해질 것이며, 문화적으로도 후퇴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독일은 자신이 처한 역사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적 정신적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의 이런 후퇴도 마냥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독일내부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에 대한 반대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작용은 반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독일도 급격하게 우익화 또는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상황을 보건데 프랑스와 이탈리아같은 인종주의적 극우정당이 득세하기는 어렵겠지만 메르겔과 같은 국익우선의 보수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독일과 미국과의 관계는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노드스트림은 일종의 테러이자 국가자산에 대한 공격으로 적대행위다. 독일과 러시아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시간을 두고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공격이 결코 미국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독일사민당과 녹색당은 더 이상 정당으로 존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독일을 다시 세우는 유일한 희망은 독일 인민의 의지일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는 극우민족주의 정당이 집권을 했다. 프랑스도 다음에는 극우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극우민족주의 사상이 물결을 칠 것이며, 이들은 미국을 배제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결별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일본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이 러시아 문제에 있어서 독일보다 훨씬 자율성을 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한국도 일본과 전략적으로 유사한 위치지만 그 중요도 면에서는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이말은 한국이 미국에게 제2의 남미화 대상으로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한국은 독일의 처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의 산업생산능력을 미국으로 이전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결정적으로 부합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독일 사민당이나 녹색당보다 훨씬 더 매판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본질적으로 윤석열 정권과 별로 다르지 않게 미국의존적이며 매판적이다. 물론 한국의 소위 진보언론도 말로는 자주를 주장하지만 이번 엠비씨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의존적이다.
인민이 자신이 처한 입장을 역사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한국도 언제든지 독일과 같은 경우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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