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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9-8 공산주의 군인과 자본주의 군인, 그리고 홍범도 장군 논쟁
    국내정치 2023. 9. 8. 09:15

    군인에게 이념은 없다. 오로지 승리만 있을 뿐이다. 승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이념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군인이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마치 1920년대의 소련으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군인에게는 승리이외의 어떠한 미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승패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적으로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패배한 장군은 최악의 군인이다. 아무리 잔인무도하고 인격적으로 결점이 많더라도 승리하는 군인은 훌륭한 군인이고 군인의 사표로 대접을 받는다.

     

    1920년대 초반 볼세비키 혁명이후 소련에서 사회주의적 작전과 전술과 자본주의적 작전과 전술의 차이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적백내전기간 중에 볼세비키들은 빠르띠잔 전술로 백군을 이겼기 때문에 빠르띠잔 전술은 사회주의적인 군사용병술이고 정규전은 자본주의적인 용병술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트로츠키는 자본주의 자전거와 사회주의 자전거를 언급했다. 자전거에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는 없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잘 굴러가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군사학에 사회주의 군사학과 자본주의 군사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군사학의 이념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이후 소련에서는 투하체프스키의 종심작전술이 발전을 했고 그 전술로 쥬코프가 ‘할힌골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승리했다. 일본군은 할힌골에서 소련군을 경험하고 자신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하고 남방전략으로 전환했다. 할힌골은 소련 군사학의 승리였다. 소련에서 군사학이 학문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트로츠키의 군사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군인들은 승리한 장군을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한니발, 나폴레옹, 쿠투조프, 롬멜, 보구엔 지압 등등이다. 어떤 장군은 작전적 수준에서 승리했고 어떤 장군은 전략적 수준에서 승리했다. 궁국적인 승리는 전략적 수준에서 승리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각자의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전쟁으로 국가를 구했다는 점에서 나폴레웅을 패배시킨 러시아의 쿠투조프,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보구엔 지압이 최고 수준의 장군이 아닌가 한다. 

     

    군인들에게 롬멜은 모범적인 인물이다. 그는 소대장부터 장군에 이르기까지 전투와 작전의 본질을 파악하고 항상 승리했다. 객관적인 조건에서 불리해도 승리했다. 그것은 그가 군사적 천재이기 때문이다. 군사에는 천재의 존재를 인정한다. 기존의 작전과 전략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조적인 승리의 방법을 만들어내는 장군을 군사적 천재라고 한다. 한니발과 나폴레옹이 군사적 천재의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롬멜도 그런 수준이다. 

     

    롬멜은 히틀러의 독일제국을 위해 싸웠다. 독일의 구데리안도 독일제국의 승리를 위해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군인들은 그들을 추앙한다. 그들이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보구엔 지압장군은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이다. 쥬코프도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이다. 그들을 위대한 군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승리를 했기 때문이다. 승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장군들은 기업의 최고 ceo와 비슷하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해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훌륭한 경영자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선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가 별다른 승리를 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영웅의 위치를 훔치려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사를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 보면 그가 별로 한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의 공적 대부분은 만들어진 그것도 스스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런 인간을 영웅이자 위인으로 떠받들겠다고 하면 한국의 육군사관학교는 폐교하는 것이 옳다. 

     

    한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이 위인으로 생각해야 하는 장군은 승리를 훔치는 위선자가 아니라 진짜로 승리를 만든 사람이다. 그런점에서 육군사관학교는 이념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오로지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한니발, 나폴레옹, 쿠투조프, 보구엔 지압과 같은 사람이 위인으로 대접받아야 한다. 보구엔지압은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나쁜사람인가? 

     

    한국전에도 승리를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인물들이 있었다. 김용배 장군같은 사람은 대대급 전술의 천재였다. 계급이 높다고 승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홍범도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배운 것도 없다. 오로지 독립이라는 단심으로 군을 일으켜 독립전쟁을 수행했다.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런 군대를 만들어내고 싸웠다는 사실 그 자체다. 국가도 없을때 오로지 독립의 단심으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 부인도 죽고 자식 둘 모두 희생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누가 처자식 모두 죽이면서 전쟁을 수행한 사람이 있는가? 백선엽의 자식들 대부분은 미국으로 이민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전쟁은 고도의 지적 작업이다. 훌륭한 군인이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 두뇌회전이 빠르지 않으면 부하를 죽이고 국가를 붕괴시키는 것이 군인이다. 간혹 배우지도 않고 전쟁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난 사람들이다. 홍범도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전쟁과 전투의 본질을 파악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군사적 천재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공산당에 가입했는지 아닌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군인이 국가를 위해 충성하고 목숨을 바치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가 공산주의자이건 왕정주의자이건 자본주의자이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군인은 모두 자신의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군인은 이념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기보다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만일 일본이 침공해온다면 같은 자본주의 국가 군대이니 일본군과는 싸우지 않을 것인가? 그런 군대가 무슨 존재의 의미가 있겠는가? 

     

    윤석열은 한국에서 홍범보 장군보다 더 훌륭한 군인이 얼마나 더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프랑스 혁명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던 군인들은 스위스 용병이었다. 스위스는 그 당시 가난해서 용병수입으로 먹고 살았다. 혁명세력들이 스위스 용병들에게 물러나라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물러나지 못한다고 했다. 용병들 모두 버티다가는 죽을 줄 알았다. 그래도 자신들이 물러나면 앞으로 유럽의 국가들과 군주들이 스위스 용병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루이 16세를 지키다가 모두 죽임을 당했다.  스위스 루쩨른 호수에 있는 잠자는 사자상은 그들을 기린 것이다. 그것이 군인이고 군대다. 

     

    윤석열의 이념적 군인상은 기회주의자를 만들게 될 것이다. 전선에서 참호에서 명령에 따라 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군인이다. 군인에게 내일은 없다. 있어서는 안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오늘의 전투에서 싸워 이기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 전투와 전쟁에 임해서 내일을 생각하는 군인은 사기꾼이며 가짜다. 앞으로 육사 졸업생들은 70년후에 자신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죽을까 말까를 결심하게 될 것이다. 

     

    홍범도 장군, 당연히 훌륭한 군인의 표상이다. 그의 동상을 육사에서 치울 이유는 없다. 백선엽 같은 기회주의자의 동상을 만들면 안된다. 그리고 웹툰도 올리면 안된다. 군인들의 정신을 썩게 만든다. 군대는 이념보다 승리가 중요한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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