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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18 전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는 이중전쟁으로의 경제전쟁
    국제정치 2023. 8. 18. 09:04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전쟁의 양상을 이중전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군사 및 경제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다양한 양상을 혼합전이라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혼합전이라고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경제전쟁의 의미와 범위가 워낙 두드러지게 크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경제전쟁도 동시에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독일과 교역을 축소하고 대출을 제한했지만 지금처럼 본격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경제전쟁까지 가지는 않았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경제적인 기반까지 모두 파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전쟁이다. 더우기 경제전쟁의 범위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은 경제를 군사무기처럼 사용해왔다.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적대적인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서 자신이 구축한 교역통화망을 사용했다. 북한 이란 등이 그 대상이었다. 적대국가에게 의도하는 효과를 강요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미국의 국제경제적 위상과 지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했다. 그 이후 전세계의 소위 권위주의 국가들이 모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되었다. 때마침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전세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미국채를 내다 팔았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국가들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되었고 더 이상 미국 달러에 의존하는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브릭스에 참여하겠다는 국가들이 대폭 늘어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8월 22-24일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통화에 관한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이번에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실물에 기반한 독자적인 통화운용방안이 나오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최근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의 파산에 대한 문제도 기존의 시장 경제적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진핑이 3기연임을 했을 때, 그 의미를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경쟁과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기존의 시장경제적 그리고 금융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금 중국의 정책과 태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전쟁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동산 회사문제는 미국과 본격적인 경제전쟁에 앞서 내부적인 취약점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중국은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다. 경제는 사회주의 정치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전면적인 경제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제일먼저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을 도려내고 제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동산 기업 파산 문제가 마치 중국경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외국의 직접투자 확대를 위한 시도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시진핑 출범 당시 전망했던 것처럼 자립경제 체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경제를 봉쇄하려고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외부의 투자에 의존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취약성만 확대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게 힘이 된 것은 브릭스의 확대가 아닌가 한다. 중국 혼자라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수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세계적인 규모의 브릭스 확대가 가능해졌고 이는 중국에게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의존하고 있는 나토체제를 붕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 중국은 미국의 달러 기축체제를 약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장기국채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인플레이션 상승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미국의 장기국채를 사줄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올 한해만에 중국은 미국채 보유량의 11%를 내다 팔았다. 중국은 미국 달러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로 재편해나가려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국영이나 민영을 막론하고 달러로 표시된 대출을 받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비중을 점점 더 줄여나갈 것이다. 결국 대외직접투자를 굳이 받으려고 애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차피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구축한 경제체제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정치적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아야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시진핑을 그냥 장기집권에 눈이 먼 독재자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손자병법에 경적필패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가볍게 보면 반드시 진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강력한 제제에도 불구하고 23년 2% 이상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IMF가 발표했다. 미국은 경제전쟁으로 러시아의 무릎을 꿇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유럽이 망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거의 모두 0%대 성장률이고 독일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전쟁이 더 계속되면 내년도 유럽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질 것이고 유럽발 경제공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바로 그런 지점을 노리고 있다고 하겠다. 

     

    올해 말이 되면 미국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모기지 금리가 7%를 넘고 있다. 미국에서 더 이상 집을 보유하기 어렵다. 중국은 강력한 정책금융이 가능하고 국영기업들이 민영기업들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붕괴되어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채권시장이 붕괴되면 미국 은행이 붕괴된다. 미국 경제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미국 경제의 그런 취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쟁에서 상대방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완전한 오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생사의 기로에서 미국과 싸움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나 경제전쟁을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한가롭고 여유가 많다. 미국이 이기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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