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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16 해병대 채상병 사건과 오늘날 군대의 문제에 대해
    국내정치 2023. 8. 16. 08:05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고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아직 전쟁중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민들의 상당수는 군이 어떤 조직인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규범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 남성의 대부분이 군대에 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군의 기본 운영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잘 모르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군은 민간조직과 다르다. 군의 장교와 부사관은 그냥 공무원이 아니다는 말을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군은 국가를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군은 그래서 국가의 기본적인 법체계를 따르기 어렵다. 그래서 군형법이 따로 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통상적인 법감정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이 필요하고 그것을 규정하기 위해 군형법이라는 것이 있다. 군형법에서의 범죄내용은 일반형사법과 내용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국가와 군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어떤 관계가 올바른 민군관계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군은 국가의 법과 규범 밖에 존재하면서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이론과 군도 국가의 법과 규범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통상적으로 군은 국가의 법과 규범을 벗어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군은 특수한 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군이 국가의 법과 규범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한국전쟁 당시 지휘자 및 지휘관은 즉결처분권을 가진적이 있었다. 심지어 분대장까지 즉결처분을 하기도 했다. 즉결처분이란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지휘자 및 지휘관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과를 올렸던 많은 지휘관들은 즉결처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많이 즉결처분을 해서 ‘도살장군’이라고 불리는 사람도 있었다. 만일 도살장군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큼 군은 특수상황 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은 일반공무원과 다르고 다른 특정직 공무원과도 다르다. 군인은 죽을것이 뻔한 임무를 받아도 수행해야 하고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서 죽을 것이 명백해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일상사다. 경찰은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면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 소방공무원도 그렇다. 그러나 군인은 죽으라고 했을 때 죽지않으면 명령불복종으로 군형법의 처벌을 받는다. 군인에게 죽을 곳으로 가라는 것은 불법적인 명령이 아니라 부당한 명령이다. 부당한 명령은 수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군인들은 개인자위권도 박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고기분쇄기 속에 들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대가 정치화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군의 특성 때문이다. 세게 대분분의 국가에서 군인들에게 높은 연금을 주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미군을 위시한 국가들은 군인들이 연금에 대한 자부담도 없다. 유사시 써먹기 위해서다. 국가가 죽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군의 정치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은 역설적으로 노무현 정권이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내에서 입지가 취약했던 당시 집권세력들은 군인들을 정권의 입맛에 드는 군인들을 발탁하기 시작했다. 작용과 반작용이 작용해서 보수정권은 전정권에서 중요보직에 있었던 군인들을 배제했다. 문재인 정권들어서는 박근혜 정권때 중요보직에 있던 장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윤석열 정권들어서는 문재인 정권 때 중용되었던 장교들이 홀대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군인들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기 보다 정치인의 눈치를 더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도 그런 일의 연속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단장은 부대를 잘 이끌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방송 홍보로 정권의 눈도장을 찍으려 했고, 수사단장은 이런 일을 빌미로 반대급부를 얻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군 수뇌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중심없이 흔들리다 보니 중견 및 하급 간부들은 마치 태풍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진 신세다. 요즘 중견간부들이 많이 전역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견장교들이 군에 복무함으로써 얻는 자긍심이 많이 사라졌다는 이유라고 한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군의 특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 군은 매우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이지만 운영원리가 일반민간조직과 많이 다르다. 결정은 중앙집권적이지만 실행은 매우 분권적이다. 즉 임무와 목표를 설정하는 계획과정은 매우 중잉집권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그런 결정과 임무를 수행하는 행위는 매우 분권적으로 수행된다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극도로 분권적이다. 

     

    따라서 전투력이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급 및 중견급 간부들이 분권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예전에 소대급 중대급 독단훈련이라고 해서 상급부대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소대장과 중대장이 마음대로 훈련을 하게 한적도 있었다. 상급부대와 통신이 두절되었을때 소부대 지휘자 및 지휘관이 상급부대에서 부여된 임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 였다. 

     

    전쟁경험이 있는 분들이 초급 장교들의 독단활용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분권화를 의미한다. 군대가 정치화되면서 이런 분권화된 실행과 행동의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소대와 중대 심지어 부사관이 책임져야 할 내용을 사단장과 군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많았다. 사단장이 책임지면 되는 사항을 참모총장이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었다. 군대가 정치화되었기 때문이다. 

     

    고급 장교를 처벌하면 병사들에 대한 처우와 관심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감스럽게도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은 각군에 하나밖에 없다. 고급장교 처벌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병사에 대한 처우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능하고 훌륭한 소대장과 부사관들을 제공하는 일이다. 병사에게 봉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병사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소대장과 부사관들의 자질이 훌륭해야 병사들이 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일선 지휘자와 간부들이 불평불만에 가득차 있는데 어떻게 병사들이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고급장교들을 처벌해도 밑에는 달라지지 않는다. 병사들이 무책임하고 무식하며 저질인 초급장교와 부사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병사들에게 가장 훌륭한 복지는 본받을 수 있는 장교와 부사관을 보내는 일이다. 

     

    고급장교를 처벌하고 경고를 해서 병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파도를 쳐서 심연의 바다를 움직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들이 자신의 소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해병대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은 일개병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사단장이 지시했다고 해서 기본적인 안전문제도 도외시하고 시키는대로 했으니 나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그런 장교가 왜 필요한가? 

     

    장교는 매우 중요하다. 군인복무규율에 장교의 책무라는 부분이 있다.

     

    “장교는 군대의 기간이다. 그러므로 장교는 그 책임의 중대함을 자각하여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건전한 인격의 도야와 심신의 수련에 힘쓸 것이며, 처사를 공명정대히 하고 법규를 준수하며, 솔선수범하여 부하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 역경에 처하여서도 올바른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는 통찰력과 권위를 갖추어야 한다.”

     

    장교는 공부하여 전문지식을 쌓고 올바른 판단과 조치를 하는 것이 기본임무다. 그런데 요즘 한국군 장교는 병사들 사고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병사들 관리는 기본적으로 장교가 아닌 부사관의 임무다. 

     

    군인복무규율에 부사관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부사관은 부대의 전통을 유지하고 명예를 지키는 간부이다. 그러므로 맡은바 직무에 정통하고, 모든일에 솔선수범하며, 병의 법규 준수와 명령이행을 감독하고 교육훈련과 내무생활을 지도하여야 한다. 또한 병의 신상을 파악하여 선도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각종 장비와 보급품 관리에 힘써야 한다. “

     

    안전사고의 예방은 부사관의 영역이다. 해병대가 정상적이었다면 대대주임원사와 중대주임원사가 병사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고 했어야 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왜 부사관들이 했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부사관 권위를 높인다고 존댓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다. 부사관들이 해야할 것을 고급장교들이 하고 있으니 부사관들은 아예 손을 놓아 버리고 오불관언한다. 현재 한국군의 간부는 모두 병사화된 것이다. 현재 한국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사고가 이런 일의 연속이다. 

     

    군대는 명령과 체계로 움직인다. 한번 이런 것들이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병사들 사고났다고 고급장교들 처벌하기 시작하면 군대가 무너진다. 한국군은 이미 무너질 만큼 무너졌다. 한국군 초급장교의 수준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영관급 그리고 장군급으로 가면 갈수록 수준이 떨어져서 한심하다고 자조한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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