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7-12 나토정상회담의 우크라이나 가입문제와 미국의 집속탄 지원 결정의 국제정치적 함의>국제정치 2023. 7. 12. 12:08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문제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는 미국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고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 나토가입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답변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겠다는 의미였다.
6월 후반의 반격작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곧장 나토에 가입시켜 줄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가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무모한 반격에 나선 것도 나토가입에 대한 분명한 일정이 제시되어야 우크라이나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역설적으로 반격작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부터였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사이에는 갑자기 다시 나토가입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크게 보아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에는 나토가입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다가 반격작전 이후에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다가 나토정상회담 직전에는 다시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가 정작 나토정상회담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이 입장을 바꾼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미국이 이렇게 혼선을 거듭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문제가 결정되면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후 유럽의 국제정치적 상황도 상당히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치적 해결이 불가능해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결정된 이상 어떤 정치적 협상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치적 협상이 아니라 군사적 점령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연히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럴 경우 미국과 서유럽은 심각한 출혈이 불가피해 질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번 나토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전쟁범죄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보내겠다는 것은 현재의 전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금도 무기와 장비 그리고 화력의 보호없이 맨몸으로 러시아군의 진지에 돌입하는 자살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탄약이 없으므로 집속탄이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속탄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바닥이 난 탄약과 장비를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집속탄을 지원해주더라도 전황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러시아는 국지적으로 공세작전으로 전환한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부 돈바스 지역에는 전투정찰로 보이는 소규모 부대들의 공세행동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 군의 소부대 정찰활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은 본격적인 공세작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미국과 서유럽은 더 이상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주기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 서유럽이 전시생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미국과 서유럽이 전시생산체제로 전환하면 국가경제는 붕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휘파람을 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러시아 군부의 국제정세 파악 능력이다. 러시아 군은 정보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특히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 능력은 국제정치학자들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전략정보 및 전투정보 분야 전반에 대한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전문적이다.
러시아 군 지휘부는 미국과 서방의 전쟁준비 상황과 향후 전쟁지속 능력까지 모두 검토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모두 강구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러시아군이 장기전을 수행하면서 소모전을 강요하는 것도 모두 향후 국제정치적 상황의 변화까지 모두 염두에 두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지금까지 필자가 계속 국제정치적 상황의 변화를 언급한 것도 러시아군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때 그동안 친러입장을 취해왔던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묘하게 친우크라이나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그냥 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과 서방이 튀르키예와 헝가리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와 함께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 끌고나가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공작의 일환이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을 사용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러시아군이 집속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을 사용하면 러시아군은 전전선에 걸쳐 대규모로 집속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선이 갑자기 붕괴될 수도 있다. 미국과 서방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러시아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현재 러시아 경제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국과 서방, 그 중에서 서방이 더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서유럽의 약한고리를 부셔 버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협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토가입 카드를 만지작 거렸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오히려 러시아에게 전쟁을 계속할 명분만 제공한 셈이다. 미국과 서방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 흥정을 통해 정전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은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정치적 협상을 거부하고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기 위해 튀르키예와 헝가리에게 스웨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문제를 언급하라고 요구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런 책략에서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사태에서도 이미 보여준 적이 있다. 푸틴이 KGB 출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푸틴은 이런 방식의 책략에 매우 익숙한 사람이다.
국제정치는 앞에서 보이는 것과 뒤에서 돌아가는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 비록 이번 나토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대한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이 제시하는 정치적 협상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충분하게 확보했다고 하겠다.
'국제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7-14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제공과 전황에 미치는 영향> (0) 2023.07.14 <23-7-13 나토정상회담 이후 더욱 위험해지는 국제정세> (1) 2023.07.13 <23-7-11 에르도안이 갑자기 친미반러로 선회한 이유는 ? > (0) 2023.07.11 <23-7-8 우크라이나 전쟁, 7월 첫째주 돈바스 전선상황 평가> (0) 2023.07.08 <23-7-5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의 국제정치적 의미, 미국과 일본의 오판> (0) 202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