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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6-17 프랑스가 브릭스를 엿보다, 서구중심 질서붕괴의 서막?>
    국제정치 2023. 6. 17. 12:41

    프랑스의 마크롱이 8월 22일 남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 참가를 타진하고 있다고 하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프랑스가 브릭스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프랑스는 단일한 유럽대오에 속해있어서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가 유럽단일대오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현재 미국중심의 서구국제정치 질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만일 프랑스가 브릭스 쪽에 기울게 되면 EU와 NATO가 휘청거리게 된다. 미국이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G7 체제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럽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프랑스가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입장에 서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다. 프랑스는 끊임없이 영국과 각축을 벌였고, 독일과 두번의 세계대전을 치뤘다. 독일의 부상은 프랑스의 약화를 의미했다. 독일통일은 보불전쟁의 결과였다. 보불전쟁은 독일의 통일전쟁의 최종판이었던 것이다. 

     

    프랑스가 독일과 손을 잡은 것은 냉전적 국제질서에 따른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모든 예외적인 것은 통상적인 과정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프랑스가 브릭스 정상회담 참가를 타진하는 것은 지금 미국중심의 질서인 G7, EU, NATO 체제에서 자신의 국익을 유지하고 확보할 수 없다는 철저한 현실적 타산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프랑스입장에서 볼때 G7은 미국의 들러리에 불과하고, EU에서는 독일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NATO는 프랑스의 이익과 전혀 상관없는 군사적 분쟁에 끌려 들 수 있는 함정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분쟁에 NATO를 끌어 들이려고 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의 입장에서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는 손해다. 프랑스에게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앞으로 NATO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원래 프랑스는 러시아와 친한 사이였다. 프랑스가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가 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이라는 자신의 이익과 상충되는 완충지대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독일을 압박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정상이다. 

     

    브릭스 정상회담 참가 가능성을 타진하던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을 초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미국과의 관계를 손절한 상태이다. 프랑스는 미국이 빠지는 중동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프랑스가 실리에 기반한 대외정책을 추구하게 된 것은 미국의 지배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프랑스의 이런 독자적인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영향력의 약화는 이미 언급했던 것 처럼 미국이 패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미국이 패권을 상실하고 있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패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자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의 상황인식은 항상 현실의 진행보다 뒤늦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찰력이라는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명확하고 냉철한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프랑스가 이번 브릭스 회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수년동안 논의되어 오던 브릭스 통화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브릭스 통화는 자체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아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기술보다는 원료와 시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강압적인 제국주의 시대 때는 군사력으로 억압하고 기술을 앞세워 원료를 탈취하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보다 원료와 시장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브릭스 국가들이 예외없이 원료 및 시장국가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료와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크롱의 브릭스 정상회담 참가 시도는 단순한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국가적 차원의 자본들이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패권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국가에게 따라간다. 미국의 패권은 냉전적 질서에 기반한 국제정치질서에서 유용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정치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것이 중러가 중심이 된 브릭스 체제라고 하겠다. 브릭스 체제는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달리 여러가지로 중첩되어 매우 견고하게 형성되고 있다. 상하이 협력기구, 중러 양자간 협력체제 등이 강력한 하부구조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냉전이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는 그 명을 다하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국제질서를 혼란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외교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던 국가다. 그들은 이런 국제정치질서의 전환기의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같다. 결국 역사적 경험이 재산이 아닌가 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스스로 자신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한다. 프랑스는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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