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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5-19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재해석>
    국제정치 2023. 5. 19. 13:50

    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발발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이런 대규모 국제정치적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전쟁의 원인은 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원인을 찾는다. 그래서 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승자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발발한 현상을 원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마도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러시아가 침략을 했으니 러시아가 전쟁의 원인이자 책임자라고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먼저 침략했으니 러시아가 전쟁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전쟁당사자의 상호관계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쟁 당사자는 미국과 러시아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대리인일 뿐이다. 왜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이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가를 살펴보면 우리는 미국의 입장이 아주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원인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가 우크라이나로 확장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까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고 더 이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전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왜 미국은 전쟁을 감수했을까? 나토의 우크라이나 확장과 관련한 미국과 러시아의 교섭을 보면 미국이 일부러 러시아의 전쟁을 유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찰하면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왜 미중경쟁을 앞두고 우군이 될 수 있는 러시아와 전쟁에 돌입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설명이 있었으나 그 이유를 명백하게 설명해주는 논리는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던 차에 필자가 전쟁을 지나치게 고전적인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전쟁은 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는 전쟁을 관찰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클라우제비츠의 명제를 적용하면 쉽게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클라우제비츠적 명제가 분명하게 적용되지 않고 설명도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정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클라우제비츠가 활동하던 당시의 전쟁은 혁명전쟁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전쟁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경제보다 정치적 측면이 더 중요하게 작용을 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갈등도 대륙봉쇄에 따른 경제적 문제 때문이었지만 나폴레옹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혹은 프랑스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전쟁에 부르주아지들의 계급적, 경제적 이익이 주요 동인이 된다는 생각은 프랑스 혁명이후 국민국가 형성되면서 비로소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부르주아지 국민국가가 현성되면서 정치란 곧 부르주아지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정치가 의미하는 내용도 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과 국민국가의 경제적 동인을 연결하는 작업에는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끌어간 이유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은 안보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입장차이가 들어나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러시아는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경제적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 이것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이 공산권을 붕괴시키는 과정과 그 이후의 상황에서 드러나 역사적 예를 살펴보면 비교적 잘 알 수 있다. 

     

    1970년대 중반이후 미국은 금리를 인상시켰다. 물론 미국이 당시에 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긋지긋하게 지속되던 인플레이션 때문이었지만, 미국은 금리를 인상시킴으로써 당시의 국제질서를 주도할 수 있었다. 

     

    금리를 인상시키면 외국에 있던 돈이 미국내로 몰려든다. 그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활황을 누리게 된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경제는 잘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화폐이론은 이미 오래동안 증명된 이론이다. 미국은 이웃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어 잘살게 되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서 반드시 같이 추진하는 일이 국제적인 군사적인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각종 군사적인 충돌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면서 그 다음에 대규모로 국가채무를 늘린다. 즉 채권을 발행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웃국가들은 불안한 정세와 경제를 고려해서 미국의 채권을 사서 모은다. 이런 과정에서 구공산권의 동구국가들은 집단적으로 파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달러로 돈을 빌렸고 그 이후에 금리를 올려버리면 디폴트할 수 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경험적인 분야에서 확인을 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보면 1980년대 이후 구공산권과 소련이 붕괴하게 된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의 여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1980년대 소련과 공산권을 붕괴시켰을 때 사용했던 방법을 오늘날에 다시 사용하고자 했다는 가설이 가능할까? 미국은 코로나 사태로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다. 그렇게 돈을 풀었으면 누군가 사주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미국으로부터 국채를 사주어야 하는 중국이 사주지를 않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 달러는 포화상태가 되어 다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고전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전쟁으로 전쟁을 통해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금리를 올리면 외국의 여러국가들이 미국채를 사면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코로나 사태로 상당한 수준의 국채를 발행하여 달러를 찍어낸 미국은 그동안 달러를 사준던 중국이 달러를 사지 않고 오히려 팔기 시작하자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인상해서 외국에 나가 있는 돈을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하고 국제적인 규모의 위기를 조성해서 불안해진 국가들이 미국채를 사들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은 전쟁으로 러시아를  붕괴시키면, 우크라이나의 재건과정에서 막대한 수입을 챙기고 러시아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달러의 위력을 다시 확보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수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를 위시한 브릭스  국가 및 중남미 국가, 그리고 중동국가들이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상황이 불안정하면 미국채를 사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이들 국가들은 오히려 미국채를 팔고 달러 대신 자국통화를 이용하여 교역을 하는 방식으로 반응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려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경제적 이익이 무엇인가를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위의 내용 이외의 경우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세계를 보는 눈은 정치와 경제가 서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설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던 것이다. 미국이 정상적이라면 가장 강력한 상대인 중국을 앞에 놓고 잠재적인 협력국이 될 수도 있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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