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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6 미국 패권, 독일과 일본의 배신? >
    미중패권경쟁 2022. 11. 6. 09:53

    세계정세 분수령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태도 변화다. 그 중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의 관계 강화다. 독일이 중국과 가깝게 되면 미국의 패권구도가 이상하게 돌아가게 된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다. 물론 앵글로 색슨 계열의 국가, 즉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있지만, 독일은 유럽을 대표하고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독일과 일본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과 일본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먼저 독일의 변화부터 살펴보겠다. 독일의 중국방문은 그동안 전혀 바뀔 것 같지 않았던 독일의 국제정치적 행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1월 4일 숄츠 독일 수상은 일단의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했다. 그동안의 미국 일방적인 입장에서 갑자기 벗어난 것이다. 독일은 러시아와 중국을 배경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러시아로부터 값싼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교역을 늘려온 것이다. 독일은 중국시장에 진출해서 교역을 확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의 경제운영 방식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독일은 러시아와 관계를 멀리하면서 스스로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 버렸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독일이 경제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나서 화학산업을 위시한 독일의 산업은 붕괴수준에 봉착했다. 

     

    1월에 발표된 랜드연구소의 비밀문서에서는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럽 특히 독일의 산업을 미국으로 흡수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는 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랜드 연구소는 이 보고서가 허위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그런 구상을 했을 가능성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마자 필자와 같은 용렬한 사람도 유럽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러시아의 전쟁목표는 유럽을 미국과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패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이완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민당 정권은 미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이번 겨울이 독일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숄츠 수상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미국의 허를 찌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중국과 독일의 접근은 그 이전부터 충분하게 예견되었던 것이라 하겠다. 숄츠의 중국방문에 앞서 중국과 독일의 대규모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중국의 cosco 국영 해운사에 함부르크 항만 지분 24.9%를 매각한 것이다. 그동안 독일은 중국 cosco의 항만 지분 매입 요구를 거부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중국에 지분을 매각했다. 앞으로 함부르크는 암스테르담을 제치고 유럽 제1의 항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해운물동량을 모두 함부르크로 옮겨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된 것은 그동안 독일이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이런 태도는 산업계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실한 것들을 중국에서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했던 것이다. 미중 경쟁이 본격화되면 중국과 손을 떼라는 미국의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것이라고 보고 사전에 이를 봉쇄하려 한 것이다. 

     

    중국도 독일에 천문학적 거래로 보답을 했다. 25조원 규모의 에어버스 구매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이전에도 독일에 에어버스 구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A320 292대를 372억달러(약 52조6천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9월에는 A320 네오패밀리 항공기 40대(약 6조8천억원)를 주문했다. 올해 하반기에 84조를 넘는 대규모 에버버스 주문을 한 것이다. 이 거래를 바라보는 미국과 보잉의 입장은 편치 않을 것이다. 

     

    독일의 이런 태도 변화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독일의 이런 태도를 등에 비수를 찌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나, 독일도 더 이상 희생을 감내할 수 없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일본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일본은 러시아의 사할린-1 석유가스개발 사업에 30%의 지분을 출자했다. 일본의 태도가 과거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한적이 있다. 특히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러시아와의 교역이 13% 증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7% 감소했다. 

     

    일본이 과거와 뭔가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아베 전수상의 암살사건 이후였다. 일본은 과거와 달리 미국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 대놓고 반대한 적은 없지만 절대로 앞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한일관계의 개선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이 한미일 3각동맹의 구축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에는 마지못해 소극적으로 응했지만 결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최근 일본의 환율 급등시에 미국채 매각을 한 것도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업다. 일본의 국채 매각은 미국 국채시장을 혼란으로 몰아 넣었다. 일본이 급작스럽게 미국채를 매각해버릴 경우, 마치 레고랜드 사태 같은 현상이 미국채 시장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행동은 양면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기도 하지만, 일본도 더 이상 미국에게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러시아의 사할린-1 개발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냉전기간 동안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은 독일과 일본이었다. 최근 들어 독일과 일본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변화는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그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일본과 독일 모두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은 독일이나 일본과 달리 이익보다는 명분에 집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이나 윤석열 정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권이 좀 더 그런 경향이 강했을 뿐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 질적으로 더 나쁜 것인지도 모른다. 앞과 뒤가 다르게 위선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이상 명분만을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임계선을 넘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접어 들지 모른다. 당하고 나서 깨달으면 희생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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