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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 핵이 아니라 관계가 본질을 규정한다. >북한정책 2022. 11. 3. 19:22
10월 초반 한미일의 연합해군훈련에 반발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한미일은 대만사태와 북한의 핵실험을 동시에 고려한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했고 북한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핵투발을 고려한 탄도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한미는 최근에 연합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했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내에서 대두하고 있는 확장억제 무용론과 자체 핵무장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대응과 이로 인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건의 전개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각각의 사건을 종합적으로 연결하여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기에서는 현재까지 벌어진 상황을 현시점에서 몇가지로 나누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이 각각 어떤 입장인가를 평가해 보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좀 더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미국의 입장과 태도에 대한 문제다. 최근의 상황 전개 과정에 있어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미국내 북한핵에 대한 입장이 서로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초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각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북한은 예년과 달리 항모가 전개되어 있는 상황도 개의치 않고 다양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미국의 외교진들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더 이상 현실성 없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협회 회장인 리차드 하스와 미국부부 관리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미국내 대외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들의 이런 태도와 달리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을 몰아 부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질런트 스톰’은 바로 그런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상반된 태도를 입장차이라고 규정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미국의 강력한 반응은 북한에 대한 압력과 함께 한국 인민들에게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유용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표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확장억제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우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핵 비핵화라는 목표를 변경할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이 북한문제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으로 충돌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북핵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넘어갈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이것을 막기는 어렵다. 북한에 대한 규제는 할만큼 다 했다. 유엔 안보리의 기능은 마비되어 있기 때문에 안보리 성명도 어려울 것이다. 유엔총회의 성명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핵실험과 관련된 행동을 해왔다. 그것이 실제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관심을 끌어 들이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은 그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려는 북한의 책략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두번째, 북한의 이번 화성 17호 ICBM 발사에 관한 내용이다. 보도에 의하면 화성 17호는 발사에 실패했다고 한다. 1단에서 2단까지 분리는 성공했으나 그 이후에 실패하고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지나치게 호전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전략의 출발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미국이 항모와 전략자산을 투입하여 훈련을 하는 상황은 북한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역사상 미국은 항상 먼저 타격을 가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언제 어떻게 자신들을 공격해 올 지 알 수 없다. 북한이 핵사용을 법제화한 내용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불의의 타격에 대한 억제의 측면이 강하다. 한국의 언론은 한미는 단순하게 훈련을 할 뿐인데 북한이 너무 민감하고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입장인 듯 하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런 견해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동해안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일반의 평가와 달리 도발의 수준을 최대한으로 낮춘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화성17호의 중간 추락도 사고와 실패보다는 북한이 의도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은 화성17호를 발사하여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기 보다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 17호를 발사했다는 것으로 미국의 공세적인 군사행동을 억제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억제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도발의 수준을 살라미 식으로 나눈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여기에서 더 이상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에서 멈추되, 앞으로 계속 도발의 수준을 높인다면 미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17호를 발사하여 미국을 억제하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연장해서 계속한다고 한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미에 가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이 많다. 예를 들어 당장 영종도 일대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국제공항의 기능을 일시에 중지시킬 수도 있다. 화성 17호를 발사해서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여기에서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입장변화를 끌어 내야 하는 절대적인 순간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러 설 수 없는 측은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을 물러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북한이 강경하게 나가는 이유중의 하나로 세계 정세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이미 국제사회는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선진국들과 중러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 및 상하이 협력기구 국가들이 그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완전하게 고립되어 있었지만 이번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이 자신들의 행동공간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상황의 주도권은 한미가 아니라 북한이 쥐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한미가 공세적이지만 전략적 상황의 전개는 북한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미로서는 이런 상황에 더 빠져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주도권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는 빨리 빠져 나오는 것이 상책이다.
세번째, 남한 정부가 상황을 에스컬레이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원인을 한미가 제공했다. 가장 큰 책임은 이런 상황을 설계한 미국이 그리고 두번째는 아무런 상황판단없이 무작정 따라간 한국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지금은 마치 치킨게임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한미가 북한과 양쪽에서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권은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다가 오는 자동차를 향해 자신의 차에서 핸들을 빼내어 밖으로 던저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가 같은 차에 타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은 중간에 차에서 뛰어 내릴 수도 있다. 북한이 핸들을 비키면 한국만 혼자 낭떠러지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한미는 지금 당장은 같은 입장인 것 같지만 이미 미국 내부에는 물밑으로 주판알을 다시 튕기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오면 윤석열 정권은 중간에 붕뜨게 된다. 전형적인 통미봉남 상황이 다시 전개될 수도 있다.
국제정치에서 융통성을 상실하면 큰 댓가를 치르게 된다. 이미 한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이후 미국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면 한국은 4년넘게 대북정책의 공백기에 접어 들게 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로 인한 위기국면이 조정되고 있지만 문제는 핵이 아니라 관계다. 어떤 관계인가에 따라 핵은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핵과 미사일 문제에 너무 몰입하면 국제관계의 본질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핵이 아니라 관계가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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