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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8 전쟁패러다임의 변화와 미국과 나토의 전차지원의 의미>국제정치 2023. 1. 28. 07:33
미국과 독일을 위시한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이 에이브람스 전차를 보내지 않으면 레오파드 전차를 보낼 수 없다고 독일이 버티자, 미국도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에이브람스 전차를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은 에이브람스 전차 1개대대분 33대를, 독일은 레오파드 전차 14대 정도를 보낸다고 한다. 전차의 지원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이미 무적의 전차군단은 전설에 불과하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거의 무기체계를 한순간에 무의미하게 바꿔버리고 만다.
아무리 많은 전차를 긁어 모아도 우크라이나 전황을 뒤집을 수 없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미국과 나토가 전차를 지원해도 전황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독일 전차가 우크라이나 지형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중량이 많고, 유지보수와 탄약지원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관점이 우세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전차는 과거의 무기이지 현대전에서는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무기체계의 발전 때문이다. 무기체계의 발전은 곧 과학기술의 발전을 의미한다. 전쟁은 그 시대의 가장 첨단기술을 도입하게 된다. 국가간의 결투라는 생과 사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무기체계의 등장은 특징을 지니게 되는데 무기체계의 개념연구나 전술적 운용보다 먼저 무기체계가 개발된다는 점이다. 무기체계가 개발하고 나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운용술이 뒤따라 온다는 것이다. 대포가 발명되고 나서 포병전술이 뒤따랐고, 전차가 만들어진 다음에 기갑전술이 발전했다. 심지어 핵무기도 그렇다. 핵무기를 만든다음에 핵전략과 전술이 발전했다. 현대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게임이론은 핵전략에서 시작되었다.
국방당국과 군인들은 개념을 먼저 정하고 무기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특히 미국이 그런 경향을 띠고 있다. 네트워크 전을 주장하면서 그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다영역작전을 주장하면서 그에 따른 무기체계의 발전을 시도한다. 개념을 먼저 만들고 무기체계를 발전시키는 방식은 전쟁패러다임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기존의 전쟁패러다임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정도에 머물고 만다.
대부분의 진정한 전쟁패러다임의 변화는 과학기술이 먼저 치고 나가고 그 뒤에 운용기술과 방법을 연구하여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전쟁에서 패러다임은 변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큰가 적은가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전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서방의 군사전문가들까지도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는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전쟁과 완전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기계공학적인 무기체계가 주도했다. 바다에는 항모와 각종 전투함, 하늘에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전투기와 폭격기, 땅에는 전차가 전쟁을 주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제까지의 전쟁을 수행하던 무기체계가 상당부분 바뀌어 버렸다. 러시아의 대형 전함도 미사일 한방에 가라 앉았고, 공군 전투기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나 러시아 공군이나 마찬가지다. 각종 방공무기의 발전으로 항공기들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정익뿐만 아니라 회전익도 별로 다르지 않다. 아마도 투자대 효과 측면에서 가장 효율이 낮은 분야가 항공기 분야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이나 러시아군을 막론하고 항공기는 근접항공지원 임무를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원래 전투기 임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근접항공지원인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종심지역에 타격하는 것도 별로 눈에 뛰지 않았다. 회전익 항공기 그러니까 헬리콥터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접촉선을 넘어 적진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들어가는 순간 바로 적의 대공포에 걸려 격추된다. 초기에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군의 헬기 피해가 매우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전선이 비선형으로 형성되면서 헬기가 우군에게 보호받지 못한채 노출된 것이다.
종심지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방공무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권의 방공무기는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비록 우크라이나 군이 보유하고 있던 방공무기의 대중이 비교적 연식이 오래된 S-300이 대부분이지만 러시아 항공기도 함부로 우크라이나 지역 종심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공군기들은 초기에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고 중반 이후에는 제대로 눈에 뛰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해군함정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도 우크라이나의 대함미사일 1발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표적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대형 전함은 대잠미사일의 손쉬운 표적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에서 항공모함을 위시한 대형 함정은 제대로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상전에서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 러시아군은 전차를 앞세워 강력한 충격력을 가하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 보병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군은 초기에 기동전을 수행하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자 전투수행방법을 완전하게 바꾸었다. 장기 소모전을 수행하면서 포병화력으로 우크라이나 병력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전차는 제4차 중동전이후 이미 그 효과를 의심받고 있었다. 미국이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을 통해 전차와 기계화부대를 이용하여 신속한 작전을 수행할 수너무 있었던 것은 당시 이라크 군이 미군에 비해 너무 열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전통적인 육, 해, 공군의 역할과 기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군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해양국가들의 역할이 위축되고 원정작전이 쉽지 않게 된다. 공군은 독립군종으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육군도 그동안 발전시켜왔던 무기체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혼란과 함께 이번 전쟁에서 두드러진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무기체계와 전쟁수행 방법의 변화이다. 간단하게 다음 세가지 정도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전쟁이 끝나고 각종 자료들이 공개되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미사일과 유도탄의 역할이 커졌다. 미사일과 각종 유도탄들은 과거 공군의 역할을 거의 대신하다시피했다. 미사일은 공군기에 비해 훨씬 비용이 저렴하고 전투기 조종사들의 인명피해 걱정도 없다. 그동안 미사일은 빈자의 무기라고 했다. 앞으로 미사일이 공군의 역할 상당수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대지 미사일 뿐만 아니라 지대함 미사일도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 지대함 미사일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과거에 미국과 해양국가들은 항모전단을 중심으로 강력한 해군으로 우위를 달성했다. 앞으로 대형 해군함정은 좋은 표적에 불과해졌다. 지정학의 한 분야를 이루고 있는 해양세력이론의 유효성까지 언급될 수 있는 변화다. 앞으로 해군은 잠수함과 같은 무기체계의 발전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드론의 중요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은 드론이었다. 드론은 거의 모든 범위의 전투행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공군의 역할을 대신하여 근접항공지원 임무의 대부분을 소화했다. 전차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것도 드론의 역할 때문이다. 전차는 상부의 장갑을 다른 부분보다 얇게 만든다. 드론은 위에서 폭탄을 터트려 전차를 아주 효과적으로 격파했다. 러시아군이 전쟁초기 전차가 입은 피해의 상당수가 드론 때문이었다.
드론의 활동영역은 점차 더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공군의 역할을 거의 모두 담당하고 있으며, 지상군의 종심타격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전투용 헬리콥터의 역할을 거의 대신할 수 있다. 앞으로는 드론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전투력이 결정될 것이다. 이미 AI를 이용해서 드론을 운용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드론을 운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드론은 무인전투체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전차와 같은 지상군 장비도 드론처럼 무인화되는 경향을 띠게 될 것이며, 해군 함정도 마찬가지다. 무인화된 해군함정이 해양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AI가 더 우수한가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변화하는 전쟁패러다임에 따르자면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바로 그런 점 때문이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장애물은 궁극적 기술의 발전을 막지 못한다. 일시적인 지연은 가능하겠지만 기술의 발전을 완전하게 막기는 어렵다.
세번째, 육군의 경우 보병전투원의 전투기술이 중요해졌다. 이제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보병전투원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전투원 각각의 전투기술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각각의 전투원은 전문적 수준의 전투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는 소대장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공격하고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전투원 개개인이 전술적 판단을 하고 개인적으로 전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각각의 전투원이 유격대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잘 준비되지 않은 병사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희생만 초래할 뿐이다. 한국도 병사들의 전투기술 교육을 완전하게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때 미국과 나토가 전차를 지원한다고 해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변화라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전차는 피아를 막론하고 좋은 표적에 불과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 겨울은 얼지 않아 여전히 라스푸티차 진창으로 전차를 이용한 대규모 작전은 불가능하다. 지금 같아서는 아무리 기동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대규모 전차전이나 기동전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미국과 서방이 아무리 많은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한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아주 좋은 표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전세역전과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미국과 서방의 체력만 소진할 뿐이다.
아직까지 전쟁이 진행중이라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전쟁수행의 프레임이 완전하게 변화했다는것이다. 기계공학적 전투장비보다 정보기술적 전투장비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전쟁수행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한다. 빨리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군사혁신과 전쟁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항상 남한보다 한발 앞서는 것 같다. 남한 군은 북한의 동향에는 관심이 없고 그들 자신의 계획에 따라 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북한이 그런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더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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