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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4-4 사우디의 석유 감산과 미국의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
    중동 2023. 4. 4. 13:47

    4월 2일 사우디 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 플러스가  감산을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166만 배럴을 감산하며 여기에서 사우디가 50만 배럴을 감산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10월 결정한 200만 배럴 감산에 추가한 것이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플러스의 이번 결정은 미국과 서방이 결정한 러시아 석유 수출상한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22년 12월에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가 석유를 60달러 이상을 받을 경우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이때 러시아는 OPEC 국가들에게 감산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OPEC 국가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었는데 약 4개월이 지나서 갑자기 감산을 결정한 것이다. 

     

    OPEC 국가들이 감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석유가격의 유지 혹은 인상을 위한 것이라 하겠다. 최근 들어 석유가격은 8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감산결정은 미국과 서방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강력한 금리인상으로 겨우 인플레이션을 잡아가고 있던 미국의 입장에서 이번 감산 결정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10월 사우디와 OPEC가 감산을 결정했을 때, 미국은 ‘후과’ 운운하며 공개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이번 4월 2일 감산결정에 대해 미국은 지난 10월과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미국은 사우디에게 ‘후과’ 운운하면서 협박하는 대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표하고 바로 그다음날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의 80년에 걸친 전략적 파트너’라고 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입장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근 사우디는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지금까지 복잡다단했던 중동지역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고르디우수의 매듭을 잘라낸 알렉산더의 칼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정책으로 사우디는 그동안 부족국가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진정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우디같은 부족국가에서 진정한 근대국가로 변모하자면 엄청난 비용을 치뤄야 한다. 전쟁과 같은 일대 사변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우디는 자신이 처한 국제정치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중동지역의 강대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적 여건이란 미국의 약화와 브릭스 국가들의 강화를 의미한다.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건국후 근 80년동안 묶여 있었던 미국과의 수동적 관계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MBS는 사우디 제2건국의 아버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왜 갑자기 80년에 걸친 전략적 파트너 운운하면서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미국이 사우디를 압박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미국의 국채를 다 팔아버렸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무슨 빌미를 잡더라도 사우디에 경제재제와 같은 것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 같은 국가들이 미국의 손을 벗어나려고 할 때, 미국은 크게 두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하나는 군사개입이고 다른 것은 정보작전을 이용한 정권전복이다. 지금 미국은 사우디를 대상으로 둘 다 수행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중국과 러시아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만일 미국이 사우디에 개입하면 중국은 곧바로 대만을 공격해 버릴 것이다. 미국은 이럴 경우 대리전을 수행했다.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기로 한 마당에 사우디를 대리전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사우디는 색깔혁명같은 정보공작을 하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왕정이다 보니 MBS를 제거한다 하더라도 다른 왕자가 미국의 뜻을 따를 가능성은 없다. 물론 지금 사우디에서는 MBS를 제외한 왕자들은 모두 사실상 연금상태이다. MBS는 가스쿠지의 예에서 보듯이 사우디의 정보기관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보공작을 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를 강력하게 몰고 나갔다가 사우디가 반발하면 오히려 미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의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화를 참고 사우디에게 80년 역사의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국면에서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이 국면을 회피한다고 해도 이번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도 가장 가능성 높은 국가가 일본이나 프랑스 그리고 독일과 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사우디의 이번 감산 결정과 미국의 유화적 태도는 미국이 과거와 전혀 다른 처지라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관찰해야 할 것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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