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23-8-13 우크라이나 전쟁 : 세계대전의 징조와 전략적 균형의 급격한 붕괴

Han Seol 2023. 8. 13. 10:13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한동안 돈바스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던 군사행동의 범위가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군사행동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를 폭파시키면서부터였다. 그 이후 러시아는 그동안의 태도를 바꾸어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기 통신등 기반시설에 대한 타격을 실시했다. 먼저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 지방으로 증강된 중대규모의 병력을 투입시켜서 전투범위를 러시아 영토로 확대했다. 그 뒤에는 모스크바의 크레믈린과 민간시설을 노린 드론을 발사하기도 했다. 

 

군사행동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부터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함과 크림반도의 교량을 파괴했고 러시아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가 곡물수출에 사용하던 오뎃사 항구 및 오뎃사 항구를 대신하려고 했던 댜뉴브 강의 항만시설도 폭격해서 파괴해 버렸다. 

 

전장이 돈바스 - 크림반도 - 러시아 영토 - 흑해 지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폴란드 항공기가 크림지역의 교량 파괴에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폴란드가 벨로루시 국경에 병력을 추가배치하는 것은 이미 사실상 교전에 참가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벨로루스가 언제 폴란드를 침공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연합군을 만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미 폴란드 우크라이나 연합군 구상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서부 우크라이나의 르보프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확실하게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연합군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동적으로 나토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확대된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에게 르보프를 떼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폴란드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미 돈바스 지역의 상황이 악화되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자포로지예와 바흐무트 지역에 대한 공세를 더 이상 유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방어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방어로 전환하면 곧바로 러시아가 반격작전을 실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돈바스 전선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미 쿠피얀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은 느리지만 강력한 공세로 전환했고 우크라이군은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만일 러시아군이 자포로지예와 바흐무트 지역에서도 반격으로 전환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궤멸적 상황에 빠질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폴란드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폴란드의 정치 지도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별 필요도 없는 과거 영토에 대한 욕심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 봉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이 돈바스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폴란드와 발트 3국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쇼이구 국방장관이 핀란드와 스웨덴과의 국경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뻬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군관구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갑자기 뻬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군관구를 설치한다는 발표는 러시아가 미국 및 유럽과 전면전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군의 군사장비 생산능력을 최고조로 높인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한다. 러시아로서는 우선 자국의 핵심지역에 대한 방비를 갖추어 놓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개입을 확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한다. 러시아는 니제르의 쿠데타를 이용하여 미국과 프랑스의 관심을 묶어 놓으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행동의 영역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에는 이란지역으로 군대를 증파하고 있다. 

 

러시아의 동향을 보면 폴란드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 같다. 만일 그렇게 되면 미국은 여기저기에 모두 손을 묶이고 만다. 미국은 군사력을 너무 지나치게 넓게 펼쳐놓고 있다. 북한, 대만, 이란, 시리아 등에 군대를 산개시켜 놓고 있어서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세계적인 범위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가 폴란드와 교전을 하고 미국이 유럽으로 집중하면 중국은 즉각 대만 점령을 시도할 것이다. 물론 그때 북한은 남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행동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손을 묶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중러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가능성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 이란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핵무기가 있으니 제2차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7년 전쟁처럼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전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너무 지나치게 전략적 균형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브릭스 국가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 한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런 전략적 균형의 붕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보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잠재력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전략적 맨파워가 부족한 것 같다. 결국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미국의 네오콘과 같은 협소한 사고방식으로는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은 스스로 자살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