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23-3-25 시리아 사태를 통해 본 미국없는 중동과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의 의미 >

Han Seol 2023. 3. 25. 18:37

현시점에서 볼때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시리아라고 하겠다. 시리아는 근 10년 넘게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내전의 배경은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는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내전이라고 하지만, 아사드의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는 반군이 IS와 알카에다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시리아 아사드의 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IS와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나섰던 것은 사우디를 위시한 산유국들이 시리아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다, 카타르 등의 국가들이 미국에게 전비를 제공하여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에 군대를 보낸 것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다. 시리아는 미군의 파견을 요청한 적도 없으며 미군 파견과 관련된 어떤 국제적인 합의나 결정도 없었다. 

 

시리아는 내전을 치르는 동안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사우디와 같은 중동국가는 물론이고 튀니지와 같은 국가와도 외교관계를 단절당했다. 오로지 러시아만 시리아를 지원했을 뿐이었다. 러시아가 아니었으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곤경에 빠져있던 시리아가 최근 들어 기사회생하는 것 같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동문제에 관해 러시아와 중국은 사전에 충분한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아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사우디와 이란간의 외교관계 수립과 같은 분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손을 잡으면서 시리아도 사우디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튀니지와 외교관계 재개를 약속했고, 사우디와 카타르 그리고 UAE와의 관계도 회복이 될 것이다. 

 

시리아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게 되면 시리아에 들어가 있는 미군이 문제가 된다. 당연히 IS 와 알카에다에 대한 중동국가들이 지원도 끊어지게 될 것이며, 미국도 더 이상 시리아를 점령하고 있을 명분이 없어진다. 

 

중동지역의 거대한 화해분위기는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덕분이다. 그동안 중동은 미국 패권유지의 중요한 핵심지역이었다. 세계적인 에너지자원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은 분할하여 통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란과 이라크를 분열시키고, 사우디와 이란을 대결하게 했으며, 시리아와 사우디를 분열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반목과 갈등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였던 것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을 요리할때 이용되었던 이론이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었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라는 말이다. 사무엘 헌팅턴이 갑자기 지금의 세상은 문명이 충돌하고 있다라고 했을때, 뭔가 뜬금없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무엘 헌팅턴은 미국의 중동정책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제공했던 것이다. 즉 사무엘 헌팅턴은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시리아를 공격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무엘 헌팅턴은 역사적 문제의식이 없는 무의미한 어용학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을 분할하여 통치하려 했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중동을 화해시켜 협력하기 위해 나섰다. 최근 시리아가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과 외교관계를 회복하게 된 것은, 중동지역에서 더 이상 미국이 설 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미군은 시리아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고 이런 요구는 이라크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서 벗어 났다고 생각했던 유럽은 다시금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한 이유는 중동지역의 에너지를 시리아를 통해 튀르키에를 거쳐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유럽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유럽이 독자적인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미국 패권의 결정적인 붕괴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인민과 정치지도자들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시리아 상황을 통해서 미국의 영향력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리아가 내전에서 벗어나는 것은 패권 전이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하나의 변곡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