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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3-2 진보세력의 해체 >
    국제정치 2023. 3. 2. 18:27

    세상을 떠받치고 있던 축이 무너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것은 진보의 해체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를 막론하고 진보가 자신의 역사적 책임을 방기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그 뒤에 구조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에서 파도가 똑 같은 모습으로 계속 되고 있다면 그 바다아래 무엇인가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즈음하여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좌파는 반전 군축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 상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진보정당이라면 즉각적인 평화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거의 전유럽의 진보정당들은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전쟁을 지지했다. 

     

    무엇이 유럽의 진보정당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대학원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바로 진보, 그리고 좌파의 타락이라는 것이다. 진보운동과 좌파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운동방향은 자본에 대한 견제와 저항이다. 유럽 사민주의가 볼세비즘과 다른 것은 혁명이 아니라 개혁을 통해 자본의 폐해를 개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유럽의 진보운동과 좌파세력들의 대부분이 자신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을 상실하고 곁가지를 쫓아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진보운동이 자본과의 대결을 포기한 것은 아마도 소련의 붕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좌파운동도 소련의 붕괴이후 급격하게 방향을 상실하고 극우세력으로 전환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진보운동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환경운동,  페미니즘 운동, 성소수자 운동 등으로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진보운동의 기둥이라고 할 자본과 노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만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환경운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성소수자 배려와 같은 일들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운동은 진보운동의 주변부에 불과하다. 냉전 종식이후 자본의 힘은 훨씬 더 강력해졌고 노동은 그 이전에 비추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리하고 어려운 처지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독일 녹색당의 태도는 유럽의 진보운동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환경보호라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도 포기하고 미국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사민당은 제국주의 전쟁에서 독일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을 지지했다. 그러나 독일 녹색당은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환경문제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진보라는 정체성마저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운동, 페미니즘 운동, 성소수자 권익강화와 같은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좌파와 진보에게 가장 핵심적인 가치와 목표는 자본과 노동의 문제다. 유럽의 진보운동은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상실하면서 국제금융자본의 앞잡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유럽뿐만아니라 한국의 국내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의당은 상황에도 맞지 않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 노동문제에 눈을 돌렸다. 결국 정의당의 페미니즘 운동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중 하나였던 서울시의 퀴어 축제와 같은 것들도 결국 한국 진보운동의 방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진보운동에서 환경,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소련 붕괴이후 자본의 힘은 훨씬 더 강력해졌기 때문에 진보운동에서 그런 것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환경운동, 페미니즘, 성소수자 운동이 강화된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경향들이 결과적으로 진보의 핵심가치를 희식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도달해야 할 고지가 자본과 노동문제라는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진보세력들이 그곳을 향해 가다가 방향을 상실하게 만든 것이 바로 환경, 페미니즘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소련 붕괴이후 진보운동이 이런 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의 진보세력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와 노동운동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묘하게 이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세계의 진보세력들은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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